대부분 표준계약서도 체결 못 해, 30%는 돈 못 받아

[환경일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은 2020년 고용노동부 종합국정감사에서 ‘공짜 노동’에 시달리는 프리랜서 방송작가의 노동실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실이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로부터 올해 4월 열흘간 진행된 실태조사 결과를 제출받은 바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기획하거나 신규제작 중이던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가 취소됐다’는 응답이 무려 26%에 달했다.

방송작가 기획료 미지급 관행은 2019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질의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며, 방송작가 업계에서는 기획 기간 임금 지급 관행이 암암리에 ‘막내작가 100%, 3~5년차 서브작가 70%, 5년차 이상 50%, 메인작가 0~30% 지급’으로 이어져 왔다.

이수진 의원실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선임연구위원과 협업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부문 방송사는 프리랜서 현황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곳이 대다수였다.

다수의 공공부문 방송사가 프로그램 제작과 지원 업무에 프리랜서 인력을 활용한다. 약 8000명의 비정규직 중 15.9%가 프리랜서이며, 이 중 약 35%에 달하는 방송작가가 프리랜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KBS와 MBC는 방송사 프리랜서 인력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이수진 의원실에 송부했다.

이수진 의원은 지상파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고용구조 및 처우개선이 이행되지 않은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소득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프리랜서 월평균 소득은 202만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소득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특히 작가 직군의 월평균 소득은 172.5만원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지상파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고용구조 및 처우개선이 이행되지 않은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 9월3일 한국방송공사, ㈜문화방송, (주)SBS, 한국교육방송공사는 지상파 방송 산별협약을 체결했는데, 2020년인 현재 프리랜서 고용구조 및 처우개선이 이미 이행됐어야 함에도 현재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특히 방송계 종사자인 여성·청년 프리랜서의 처우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리랜서 직군별로 살펴보면 작가 중 85.5%, 아나운서 중 73.2%, 분장 코디 중 100%가 여성이며, 다수가 2030 청년 세대다.

노동계 약자인 여성과 청년들이 방송업종에서도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을 것이 우려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수진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송작가 기획료 미지급 관행’ 해결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4월부터 11월 말까지 ‘업종별 자율점검 진행 사업’을 진행 중인데, 제출 자료에 따르면 막내작가 분야에 대해서는 TFT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막내작가 문제 외 ‘공짜 노동’에 시달리는 프리랜서 방송작가들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이수진 의원은 “공공부문 방송사인 KBS, EBS, MBC 사례만 보더라도 방송사 측이 기획료 지급 문제에 대해 명확한 지급 기준을 갖고 있지도 않고,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밝히는 것도 꺼려하는 것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자율협약 믿고 수수방관

방송작가 기획료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KBS, MBC, EBS는 명확한 지급 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개 방송사가 이수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S는 “방송작가의 기획료는 제작자와 해당 작가의 협의 하에 작가의 경력과 제작 기간, 숙련도 등을 고려해 책정하고 있음”이라고 답변했다.

EBS는 “기획료와 원고료를 따로 분리하거나 개별 품의 하지 않기 때문에 요청하신 양식(최근 3년간 기획료 지급현황)에 의한 데이터 집계는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라고 제출했다.

MBC는 “계약서상의 비밀유지 의무 및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음에 따라 비공개”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방송사들이 각 사안에 따라 모호하게 판단하거나 명확한 지급 기준을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밝히지 않어 프리랜서 방송작가들이 ‘공짜노동’에 시달리더라도 이를 알리고 보호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수진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방송사조차 표준계약서를 체결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무응답한 방송사들도 역시 표준계약서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계에 도입된 ‘표준계약서’가 무용지물인 것이다.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있더라도, 일부 사항은 개정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처럼 재난안전, 질병 등 급작스러운 사정이 생길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계약의 해제/해지 조항’에 질병‧전쟁 등 사유가 포함되는 경우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된 취지를 반영해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진 의원은 “공공부문 방송사인 KBS, EBS, MBC 사례만 보더라도 방송사 측이 기획료 지급 문제에 대해 명확한 지급 기준을 갖고 있지도 않고,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밝히는 것도 꺼려하는 것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난은 약자를 가장 먼저 공격한다. 코로나19가 방송계의 약자인, 프리랜서라는 이름에 맞는 자유로운 노동 형태가 아닌, ‘비정규직에 가까운’ 처우로 제공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조차 지불받지 못하는 방송작가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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