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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발상지인 경북도립공원 금오산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복구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어버린 상처가 산재해 있다.
금오산은 이미 수년전부터 생태계의 심각한 변화가 감지됐다. 명산이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그만큼 잦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주민들 품에 안은 산

금오산은 구미∙칠곡∙김천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예로부터 이 지역 주민들은 금오산을 영산(靈山)으로 부르며 그 산에 등 기대고 살았다. 그래서 산이 파헤쳐지거나 송전탑을 설치해도 예사롭지 않은 징조로 보고 대처해왔다.
금오산을 두고 옛 선인은 대왕이 나올 지기(地氣)라고 했으니 그 예언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르러 실현되었다. 금오산 아래는 낙동강이 구미시를 동서로 가르며 유유히 아래로 아래로 흘러간다.
금오산 정상은 마치 큰 바위 얼굴 모양을 하고 있다. 구미시에서는 공식명칭을 ‘와불상’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 큰 바위 얼굴의 이마에는 수개의 송신탑과 미군기지가 들어서 있다. 시내에서 금오산 정상을 바라보면 이마에 마치 큰 대못이 박힌 모양 세다. 그동안 지역민들이 미군기지 철거에 적극 노력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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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봉 정상 주민 곁으로

마침내 도립공원 금오산 정상 현월봉(해발 976m)에 설치된 미군기지 일부가 철거되고 송신탑이 정상 아랫부분으로 이전된다.
국방부는 최근 구미시에 보낸 회신에서 “주한 미군이 현재 시설정비계획에 따른 설계를 마무리한 상태고, 기존 송신탑 이전에 따른 새로운 송신탑 안테나 사용계획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금오산 정상의 미군기지내 송신탑과 건물철거 비용 역시 미군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구미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철거나 이전비용이 조만간 열릴 부지반환 협상의 조건이 된다면 구미시민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사업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오산 정상에 설치된 미군통신기지 12동 가운데 9동은 이 달부터 철거를 시작해 금오산 정상이 곧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하지만 나머지 3동은 정비에 들어가 그대로 존속하게 된다.


고압 송전탑 경관훼손

금오산의 고압 송전탑도 자연경관을 훼손시키는 장애물이다. 현월봉에서 약사봉, 보봉, 남봉, 서봉 등의 능선에는 고압 송전탑이 설치돼 있다.
고압 송전탑 등을 설치할 당시 금오산의 특산품인 ‘매화 화문석’이 대량 불법 유출된 사실이 수십년이 지나서야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금오산에 설치된 송신∙송전탑들로 인해 금오산의 정기를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훼밀리 운동연합 구미시지부 관계자는 “디지털방식 TV방송계획에 따라, 송신탑을 추가로 설치할 때에 시스템 변경과 시기를 맞춰 통합 이전하고 지상에 설치된 전신주와 전선은 지하에 공동으로 매설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정상 일대는 훼손되기 이전으로 등고선을 복원하고 나무를 심는 것이 자연호보발상지인 금오산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석 위험천만

금오산은 정상으로 통하는 등산로가 가파르고 지반침하 현상이 심해 해빙기에는 낙석이 자주 발생한다. 수년전 등산객이 낙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혜폭포는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폭포 정상부근은 풍화현상이 심해 자주 낙석이 발생한 다.
그린훼밀리 운동연합 구미시지부 관계자는 “금오산을 등반하는 관광객들은 특히 낙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가파른 절벽 아래를 지날 때는 반드시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오산과 김천시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수점마을 계곡의 수질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이 지역은 가축 폐기물을 이용한 사료공장이 들어서 있어 침출수가 계곡을 오염시켜왔다.


야생 고양이 번식

금오산의 쓰레기는 이 지역 자연 생태계를 바꾸어 놓은 주범이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많다 보니 야생 고양이가 폭넓게 번식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집을 뛰쳐나온 고양이는 음식물을 뒤져 먹다가 야생으로 변해 포유류는 물론 조류까지도 공격하고 있어 금오산의 동물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오산 도립공원 관계자는 “그동안 쓰레기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했으나 구미시에서 ‘쓰레기 되가져오기’를 추진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개월에 3회 정도 공무원들이 금오산 정상까지 등반해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며 “양은 마대 자루 2포대 정도”라고 밝혔다.


산림 병충해도 심각

인위적인 환경오염 외에 자연적인 요인도 금오산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로 인해 금오산에는 수년 전부터 대벌레의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숲의 포식자로도 알려진 대벌레는 주로 활엽수의 잎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여름인데도 앙상한 나무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경북도자연환경연수원 심재헌 교수는 “구미지역 산림 곳곳에서 대벌레가 폭넓게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는 구미지역의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생태계에 변화를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오산 환경훼손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것은 재선충병이다. 재선충은 금오산에서 수km 떨어진 곳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어 금오산까지의 전염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금오산에서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는 지산동까지는 수km로 다행히 그 사이에 송정∙원평∙형곡동 등 도심이 자리하고 있어 이 지역의 나무목에 대한 방제를 철저히 할 때 재선충병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속인들 촛불 산불우려

무속인들도 자연경관 곳곳을 훼손하고 있다. 도선굴은 무속인들이 수년 전부터 촛불을 켜놓고 기도를 해 사방이 그을린 상태로 훼손됐다.
한 사람이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자연형 동굴에는 어김없이 촛불을 켠 흔적이 발견되고 일부 무속인들은 금오산에서 숙식까지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산불을 일으킬 여지를 안고 있다.
금오산이 영산이다 보니 무속인들의 자연훼손 지역은 칠곡 김천지역의 능선까지 폭넓게 퍼져 있다. 특히 이들은 바위에 붉은 글씨로 부적 등을 새겨 넣어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한편, 금오산 도립공원 관계자는 “현재 금오산에 기거하는 무속인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수년 전부터 움막 등을 철거해왔다”고 말했다.


금오산 가는 길 막히나

금오산으로 진입하는 금오산 사거리는 수년 후부터 극심한 교통정체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최선 금오산 사거리에서 금오산 입구 주차장까지 도로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해 이 일대의 교통정체현상을 크게 해소했다.
하지만 부근에는 구미 선상역이 신축되고 이 도로 남쪽 끝 지점인 금오산입구 네거리 인접지역에는 3만1천여평의 부지에 2천800가구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형곡1주공 재건축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재건축사업이 완료되고 주민들의 입주시 주변의 간선도로는 극심한 교통정체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금오산 관광객들의 교통 불편이 예상된다.


김기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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