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장)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환경일보] 최근 우리나라는 소위 ‘넷제로 배출(Net Zero Emission)’을 선언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zero)’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는 1년에 약 7억톤, 전 세계는 약 330억~34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넷제로의 배경은 지구평균온도의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2015년 채택된 기후변화 파리협정으로 거슬러 간다. 파리협정 제4조1항은 ‘전 지구적 온실가스 배출 최대치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금세기 하반기에 온실가스 배출원에 의한 인위적 배출과 흡수원에 의한 제거 간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한다’라고 돼 있다.

배출과 흡수 간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은 국가결정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라는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시하게 됐다. 그러나 각국이 제시한 NDC가 100% 달성된다 하더라도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은 2℃를 넘을 것이라는 과학적 분석 결과와 위기감에 따라 2018년 송도에서 열린 기후회의에서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됐다. 이 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파리협약 목표인 2℃보다 낮은 1.5℃로 머물게 할 경우 기후변화 위험을 상대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2℃ 상승폭에 대비해 1.5℃ 상승폭은 우리 인류가 지탱 가능한 수준이라는 측면에서 각국은 NDC의 수준을 재검토하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보고서를 통해 본래 제시한 37% 감축목표를 훌쩍 넘는 40%에서 75%까지의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목표는 2017년의 7억 톤 배출을 2050년까지 1.8억 톤으로 줄인다는 것인데, 이는 2017년 기준 국민 1인당 배출 13.8톤을 3.6톤으로 줄이는 도전적인 목표다.

그러나 ‘넷제로’ 선언은 이를 넘어서 2050년에 배출목표를 순배출 ‘0’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파리협약 제4조1항의 ‘배출과 흡수 간의 균형’에 따라 ‘흡수한 만큼만 배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UNFCCC에서는 이산화탄소 흡수원의 역할을 하는 산림, 농경지, 초지, 습지, 정주지, 기타 등을 LULUCF(Land Use, Land-Use Change and Forestry)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산림이 가장 큰 흡수원으로 인정되고 있다.

전 지구 산림면적은 육지 면적의 약 1/3 정도이며, 매년 약 26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현재 연간 4527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산림으로부터 흡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배출 7억 톤의 6.5%에 해당하는 양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우리나라의 넷제로를 위해서는 이 흡수량인 4527만 톤만큼만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하는 것인데, 이는 가장 높은 수준 목표인 75%를 훨씬 상회하는 93.5%를 감축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산림은 대부분 30~40년생으로 고령화 되고 있어 흡수능력이 점차 감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림과학원의 연구에서는 넷제로 달성의 해인 2050년에는 산림으로부터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437만톤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배출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흡수원 확충, 최소한 흡수원인 산림의 타 용도 전용 혹은 훼손을 막아야 한다. 흡수원 확충방안으로는 흡수기능이 저하된 노령산림을 벌채하고 새로운 수종을 조림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만하다. 이를 통해 생산되는 ‘수확된 목제품(HWP, Harvest Wood Product)’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을 대체하는 것도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길이다. 또한, 한계 농지 및 유휴지에 대한 조림을 통해 탄소흡수원을 확충하는 것도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소중한 넷제로 달성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LULUCF 흡수원에 대한 산정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흡수원 중 하나인 정주지(settlement) 부문의 산정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로 인해 나머지 부문의 산정체계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전체적인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흡수원 정보의 완결성 및 신뢰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주지에서의 흡수량은 적은 수준이지만 산정을 아예 하지 못함으로써 흡수량이 누락되는 것이므로, 그만큼 배출할 수 있는 양 또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주지에서의 온실가스 흡수량 산정체계를 갖추는 것도 넷제로 달성의 완결성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한편, 국토면적의 약 10%인 정주지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90%가 살고 있다. 정주지의 산림, 즉 도시숲은 도시에서의 열섬현상 및 기후완화, 대기정화 및 미세먼저 저감, 소음차단, 홍수 및 갈수방지, 쉼터제공 등의 환경적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주지의 온실가스 흡수량 산정체계를 갖추는 것은 넷제로 달성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문제는 이러한 산림의 탄소흡수원 관리를 누가 해야 하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2018년 산림 공익가치는 221조원(국민 1인당 428만원)에 달한다. 이 중 온실가스 흡수 및 저장 가치는 전체의 34.2%인 75.6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 1인당 15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실질적인 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공익가치’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72%에 해당하는 산림은 이러한 공익가치를 위해 시장원리에 근거한 ‘산림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상정된 임업직불금제도가 힘을 받는 이유이다. 산림의 환경가치를 비롯한 탄소흡수원 관리를 지금처럼 국가 주도 체재로 할 것인지, 시장원리에 기반한 ‘산림탄소경영’ 체제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국가 넷제로 달성을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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