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

[환경일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는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심각한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올여름 우리나라는 예년과 다르게 긴 장마와 집중호우의 영향을 받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총 54일간이었으며, 이는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다. 이 기간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가릴 것 없이 산사태, 홍수, 침수 등의 재해, 재난이 발생했다.

광역으로 나타나는 기후위기

호주와 미국의 경우에는 장기간의 산불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는 고온 건조한 대기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작년 9월부터 무려 6개월 동안 우리나라의 1.9배에 이르는 산림이 산불로 훼손됐고, 미국의 경우에는 올해 9월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대형화된 산불이 일어났다. 기후변화의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는 그 강도가 커지고 빈도가 잦아들고 있으며, 그 영향은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언제 어디서든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기후위기이다.

기술융합으로 정확한 기후재해 진단이 해결책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그 발생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기상요인에 의해 산사태, 산불, 홍수 등의 재해를 예측하고 조기경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상조건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환경여건에 따라 재해 발생위험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현재의 환경여건을 신속히 파악해 재해위험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요소기술들을 융합하면 현장조사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위성 및 지상 센서망에 근거한 정밀환경공간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국지적인 재해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즉, 기상요인만을 고려하는 예측모형(prognostic)의 광역적 조기경보의 한계를 넘어 기상요인과 현재의 환경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진단모형(diagnostic model)으로 재해발생 위험을 국지적으로 정확히 진단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기후재해에 대한 정밀 조기경보를 수행하고, 재해위험경감(DRR, Disaster Risk Reduction) 등을 통해 국민 안전 확보 및 사회적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기후재해 경감을 위한 기술연계 힘써야

기후재해 경감을 위한 진단모형 개발을 위해서는 각 분야의 요소 기술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모형에는 기상예측, 위성정보 활용, 지상센서망 활용, 드론 등의 무인기 활용, 공간분석 및 모형 기술 등의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기술 들이 기후재해 경감이라는 목표를 위해 연계돼야 한다. 국가가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을 통해 이러한 요소기술의 확보 및 연계를 시도한다면,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요소기술의 융합을 통한 기후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감 등과 같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은 기본으로 하면서, 현재의 기술과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신기술과 접목하고 융합하는 사고의 전환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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