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꼬챙이로 고양이 찌르고 끌고다녀도 ‘고의’ 없으면 무죄

[환경일보] 지난 6월 백주대낮 동묘시장 거리 한복판에서 발생한, 명명백백한 고양이 학대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피의자들의 학대 행위에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의자 2인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고양이에게 상처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지만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을 지난 8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경찰에 이어, 검찰 또한 피의자의 고의가 중요하다며 동물학대 사건을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쯤 되면 아주 당연한 의문 하나가 떠오른다. 내가 무심코 휘두른 주먹에 다른 사람이 맞아 크게 다쳤다면, 그 사람을 상처 입힐 의도가 없었으니 나는 당연히 무죄가 되는 것인가? 현실 법은 의도에 따라 벌의 경중을 판단할 뿐, 무죄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런 식이라면 교통사고는 대부분 무죄로 판결될 것이다.

사건 당일 가게에 들어온 고양이를 도구를 사용해 폭력적으로 내쫓기까지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긴 줄로 올가미를 만든 피의자들은 이를 고양이 목에 걸어 꽉 조인 다음 힘껏 잡아당기는 행위를 반복했으며, 가게 밖으로 나온 뒤에도 쇠꼬챙이로 찌르고 고양이를 거칠게 끌고 다니며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벽에 부딪치고 바닥에 엎어지고 고꾸라졌으며 거리 한복판을 수차례 데굴데굴 구르다 공포에 질려 배변까지 지렸고 올무 걸린 목줄째 허공에 매달렸으며 상자에 처박혀 얼굴을 발로 밟혔다.

피의자가 고양이를 쫓아낼 의도였다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또 집요하게 고양이를 괴롭혀야 했을까? 여기서 고양이를 괴롭히려는 고의가 없다는 검경의 판단은 과연 상식에 부합하는 것일까?

이는 불가피한 방어적 행위였다기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을 정도의 불필요하고 과도한 폭력이었다.

고양이가 다뤄지는 모습은 오가는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사건이 알려지며 가해자 엄벌을 요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또한 11만7000여명에 달했다.

이처럼 잔인한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겨 증거자료로 제출됐음에도, 이처럼 물증이 확실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서도 피의자 고의성을 운운하며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동물복지 수준이다.

돌고래 타기 프로그램으로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받은 시설은 ‘트레이너와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돌고래의 다양한 욕구가 충족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 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돌고래에 성인 남성이 올라타고 춤을 추는 행위가 돌고래와의 교감이라니 기가 막히는 변명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동물권, 동물복지, 동물학대에 대한 인식변화와 법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동물학대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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