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전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부 교수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부 교수

[환경일보] 국가 위기 시마다 우리나라 국민만큼 협조가 좋은 나라도 없는 것 같다. 환기가 잘 되는 실내공간이 매우 드문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 정도로 유지되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겨울철 대확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의 집단감염은 파주 스타벅스를 비롯해 환기가 거의 안 되는 곳에서 발생했다. 3밀(밀폐, 밀집, 밀접)이 겹치는 곳의 감염 가능성은 18.7배 높다고 한다. 바로 다중이용시설 및 업소이다. 필자는 금년 8월 초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에어컨 가동 시 상시 창문 개방을 권고한 바가 있다. 여름철은 그나마 창문을 열어도 에너지 비용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작아 급한 대로 환기설비가 없는 장소에는 적절한 대안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환기의 효과는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훨씬 밀집돼 있지만 환기가 잘 되는 항공기, 지하철, 버스 등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국토부에서 권고하는 환기량은 1인당 대략 30㎥/시간(정확히는 용도에 따라 25~36㎥/시간)이나 일정 면적(예를 들면 학원의 경우 1000㎡) 이하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상에서 제외된 카페 등 우리가 출입하는 대부분의 공간이 불행히도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의 건물은 고밀폐 구조라서 재실자의 건강을 위해서도 적절하게 산소를 공급해야 하며 기계적인 강제환기는 필수이다.

WHO는 금년 6월이 돼서야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나섰고, 7월에는 공기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0월 초가 돼서야 공기감염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그리고 CDC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에 이어서 환기가 매우 효과적임을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접촉감염이나 비말감염만큼 공기감염이 주요 전파 경로인 것으로 지목하고 마스크 착용, 소독, 손 씻기, 거리 두기와 더불어 환기의 중요성을 역설한 후에 나타난 결과이다.

“다중이용시설에 열교환기 달고 합리적 운영 허용해야”

국토부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환기량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환기량 확보조차 창문 열고 유지하려면 최소 10배 이상의 난방비를 각오해야 한다. 창가나 문가에는 추워서 앉을 수도 없다. 애당초 자연환기는 불가능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환기대책은 밀폐된 공간은 매일 두 번 이상 환기와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은 가급적 방문하지 말자는 게 전부이다. 그런데 겨울철 대부분의 실내공간이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데 결국 폐쇄하라는 의미다. 실제로도 거리두기 2단계 시 고위험군 유흥시설 5종은 집합금지이고 카페는 포장, 배달만 허용한다.

국토부 권고값 이상이면 좋겠지만 실내 체적과 상관없이 400㎥/시간의 환기량이면 일단 안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설치가 면제됐던 좁은 면적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일정수준의 최소 환기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낙후된 환기 문화를 선진화시킬 절호의 찬스다. 유일한 해결책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아파트에 의무화된 열회수 환기장치인 전열교환기를 다중이용시설 및 업소에 확산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아침에 종종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출근한다. 최근에는 그 옆에 있는 햄버거 매장으로 바뀌었다. 아주 마음 편하게 커피 한잔을 하며 원고를 구상해본다. 왜냐하면 그곳은 주방 후드와 더불어 매장 내 환기가 확실하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러한 것까지 고려해 두 업소에 차별을 뒀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으로 제대로 환기가 되는 업소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어떨까. 환기장치를 설치한 곳에는 2단계 시에도 제한적으로 매장영업을 허용하자. 영세업자에게는 설치보조비도 강구해보자. 이미 문경시에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인구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적용하면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환기는 백신, 치료제 다음으로 효과적임이 명백히 밝혀졌다, 외국에서 백신이 나왔다고 하지만 팬데믹이 종료될 때까지 견딜 수 있는 업소는 얼마나 될까. 아직 본격적인 겨울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환기설비를 도입하자. 인내심을 요하는 생활방역에 환기방역을 더해 장기전에 대비토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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