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흥미로운 판결이 내려졌다. 다리 그늘로 입은 농작물의 피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사건은 경남의 한 마을 20여명의 농민들이 고속도로 교량건설로 일조량이 부족해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으며, 위원회는 한국도로공사가 503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하면서 결국 농민의 손을 들어줬다.
그 당시 위원회와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농지면적별 피해율이 고추는 81%, 배추는 38%에 이르렀고 그 외 콩, 참깨, 벼 등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한창 떠들썩했던 고층아파트간의 일조권 침해로 인한 배상권이 인정되면서 일조권에 대한 새로운 법적인 의미가 부여된데 이어 이젠 건물뿐만 아니라 식물에게 미치는 영향까지도 책임을 물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일조권이 못 미쳐서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끊임없는 일조도 생태계를 파괴시킬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어느 마을에선가 길 사이로 자라는 벼가 시들해지는 모습을 보고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바로 길목마다 세워진 가로등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 적이 있었다.
물론 직접적인 일조는 아니지만 엄연히 식물과 곤충들에게도 밤낮이 있는 법인데 해가 떨어져도 가로등이 길을 밝히고 있어 식물들은 ‘아직도 낮이구나’하는 생각으로 계속 광합성을 한다는 것이다. 그에 맞춰 곤충들도 쉬지 않고 활동을 하니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어쨌든 이번 결정이 교량으로 인한 일조방해로 농작물 피해에 대한 첫 배상사례인 만큼 앞으로 교량 등의 구조물 신축시 일조방에 대한 대책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고층아파트, 대형건물 등의 일조권 및 조망권 침해는 건설교통부 건축분쟁조정위원회가 재정을 담당하며,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교량 등의 구조물 일조방해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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