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다·도시가 어우러진 ‘녹색도시’ 추구
자연휴식년제 도입 등 인간-자연 공존 이뤄야

신용석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장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기회요인을 찾아 혁신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권영길 기자
신용석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장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기회요인을 찾아 혁신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권영길 기자

[부산=환경일보] 코로나19와 기후변화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를 이끄는 신용석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표준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라며 “경제와 환경, 개발과 보존 등 대립적인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기회요인을 찾아 혁신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과거 국토관리는 경제개발에 치우쳐 자연훼손과 환경오염을 방치했고, 결국 도시화와 도로화로 자연생태계 고유의 환경복원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연환경과 생태계 등에 대해 이론에 정통하면서도 설계부터 시공·관리 분야의 기술을 아우르는 융합적인 전문가를 기르고자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제도를 지난 2004년에 도입했다. 현재까지 국내에 배출된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총 255명으로 생태조사, 평가, 복원, 건설·엔지니어링, 학계·관계 등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는 정부의 국토·환경계획을 현장에서 통합적으로 실행하고, 당장 시급한 기후변화 적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도시자연 개선, 생태휴식공간 제공, 환경 관련 연구개발 사업 등에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는 자연환경보전업을 독립적인 전문영역으로 인정해 활성화하고자 자연환경보전법 내에 자연환경보전업을 규정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Q. 부산의 일부 NGO 단체에서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현재 산을 복원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면

지난 33년간 국립공원에서 근무한 만큼 부산 금정산을 국립공원과 연계시키는 발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금정산은 국내에서 사람과 도시에 가장 가까운 산이다. 서울 북한산, 광주 무등산, 대구 팔공산보다 지리적·생활적으로 더욱 가깝고, 마을과 도로가 산의 언저리까지 들어와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오랫동안 외세 침입을 받은 부산지역 역사와 애환·국난의 고통 등을 극복하고자 했던 종교·무속의 흔적들이 곳곳에 스며있는 문화의 산이기에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금정산은 국립공원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면적이 좁고 사유지가 많으며 생태적 가치가 미흡하다는 반론이 있지만, 국립공원을 비롯한 보호지역의 세계적 추세는 ‘면적과 소유자와 생태적 가치’를 엄격하게 따지지 않고 있다. 특히 경제개발과 자연훼손을 극대화해온 과거를 성찰하고, 그나마 보전할 자연이 이만큼이라도 남아있다는 것에 커다란 가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좁은 면적은 주변의 자연·공원과 생태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하고, 사유지 과다 문제는 소유자와 정부 간 다양한 협력방안을 창출하는 협치(governance)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생태적 가치는 앞으로 자연환경 복원을 통해 충분히 회복시킬 수 있다.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그 효과는 국립공원 구역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부산에는 녹지와 공원면적이 충분치 않다.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이를 계기로 부산 전체를 회색도시에서 녹색도시로 바꿔 가는 시민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또 섬처럼 고립돼 있는 여러 녹지를 금정산 중심으로 연결하고, 녹지와 완전히 단절된 곳은 도로변 녹화·옥상녹화·벽면녹화를 통해 연결해야 한다.

금정산 물길이 실핏줄처럼 도시 개울 곳곳에 흐르게 되면, 금정산의 식물 씨앗과 새·곤충들이 마을공원과 주택정원에 들어오게 하는 ‘국립공원 도시’로 부산·양산을 탈바꿈시켜 가는 꿈을 가져볼 수 있다.

앞으로 세계 많은 도시가 ‘산과 바다와 도시가 가장 잘 조합된 이상도시’로 부산을 벤치마킹하는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한다.

신용석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훼손된 자연과 오염된 환경을 제자리로 되돌려놓고, 자연으로부터의 혜택을 공평하게 분배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석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훼손된 자연과 오염된 환경을 제자리로 되돌려놓고, 자연으로부터의 혜택을 공평하게 분배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권영길 기자

Q. 기후위기 시대 국립공원의 역할은

기후위기는 오랫동안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자연훼손, 환경오염의 결과다. 코로나19 역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와 밀렵 과정에서 사람에게 전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와 각종 바이러스 창궐을 같이 연관시키는 학자들도 많지만, 현재 위기는 자연훼손과 환경오염 속도를 늦춰 본래의 자연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

대규모 개발행위를 막고, 자연을 보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더 많은 자연을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 보호지역을 ‘이름뿐인 보호지역(paper park)’으로 방치하지 않고, 그 지역의 자연생태계를 복구해 생태계 용량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런 생태계가 유지되는 한계를 지켜 가면서 사람에게 주는 혜택을 최대화하는 전략도 같이 취해야 한다.

생태계도 사람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으며, 사람들도 생태계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의 개념이다. 현재 한국의 국립공원은 기후변화의 완충지대로 많은 생명체의 피난처이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답답한 일상생활을 벗어나 호흡할 수 있는 휴식처로서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원거리 이동이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제공하고, 자연과 문화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이버 해설도 진행하고 있다. 또 공원 현장에서는 방역수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자연친화·자연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표준 “자연과 함께하는 삶”

자연훼손, 환경오염 속도 늦춰 제자리로 되돌리는 노력 필요
“자연으로부터의 혜택은 공평하게 분배해 사용해야”

Q. 일부 등산객으로 인해 산이 훼손되는 일도 빈번하다. 인간과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공존할 방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외활동으로 등산과 걷기를 꼽는다. 서울 북한산 경우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이 탐방하는 산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최근 코로나 시대에도 도시 인근 국립공원에는 탐방객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좁은 산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탐방로 흙이 벗겨져 나무뿌리가 노출되거나 야생생물 서식지 등 출입이 금지된 곳까지 들어가는 등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자연훼손 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결국 온 산에 길들이 생겨나 파편화되고, 파괴된 곳들은 다람쥐 한 마리도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해 간다. 부산 금정산에도 길이 너무 많이 생겨 야생생물들이 은신할 수 있는 지역이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사람이 산의 자연을 가장 잘 보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길 나눠 쓰기’이다. 등산객은 지정된 길로만 다니고 야생동물은 그들의 서식지로 다니는 것이다.

특히 봄철은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계절이자 야생동물의 산란기이다. 이 기간에는 사람 길도 축소해 지정된 길로만 다녀야 하며, 야생동물이 많이 활동하는 야간에는 가급적 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환경 훼손이 극심한 지역에는 자연휴식년제를 도입해 돌보고, 치유된 이후의 자연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양보도 필요하다.

산의 정상이나 계곡 등 깊은 곳까지 찾지 않아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국립공원 곳곳에 설치된 생태탐방원 중심으로 생태관광을 하거나 사찰의 템플스테이(Temple Stay)를 이용하는 것도 자연에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다.

신용석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장 /사진=권영길 기자
신용석 자연환경관리기술사회장 /사진=권영길 기자

Q.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사항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시대에서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려면 무엇보다 자연생태계·자연자원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수행돼야 한다. 조사 결과를 통해 과학적인 보전·관리와 현명한 정보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생물종은 대략 10만종으로 추산되나 현재 규명된 것은 5만종이 되지 않는다. 규명되지 않은 5만종은 지금까지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종이 소멸되고, 어떤 종이 새로 발생하는지 알 수도 없다. 또 이미 확인된 종도 일부 멸종위기종·희귀종을 제외하고는 그 종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어떤 상태로 진화되거나 소멸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미흡한 상태다.

이 때문에 많은 환경조사가 더욱 정밀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조사를 수행할 인력·예산 등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조사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테면 곤충·수서생물·미생물 등 기초영역은 물론, 포유류·양서류·파충류·버섯류 등 분류군에서도 조사전문가가 절대 필요인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환경·산림 분야의 수십 가지 각종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분류군별 전문인력’을 산정해보면 인력 부족 수준을 더욱 절감할 수 있다. 각 생물분류군의 이론과 조사 결과를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생태계 분야 전문인력’은 더욱 희소한 실정이다.

따라서 환경부와 산림청,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 협력을 통해 자연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인력 수급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생물·생태·기후·산림·조경·토목 분야를 융합하는 학과와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관련 기술자격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 밖에도 환경조사 현장에서는 현지 환경조사원의 인건비를 현실화하고, 조사인력의 고용불안을 안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분류군이나 현지 조사가 어려워 기피하는 분야에 지원하는 연구자에게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인력확보 차원의 전략도 요구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자연처럼 살라’는 거다. 그동안 훼손된 자연과 오염된 환경을 제자리로 되돌려놓고, 자연으로부터의 혜택을 공평하게 분배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란 환경·사회·경제가 균형적인 관계를 이뤄가는 사회다. 말로만 환경을 외치지 말고, 환경영역에서 국토 공간과 예산 배분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자연환경보전업이 독립적인 전문영역으로 자리 잡고, 나아가 자연환경조사업·자연환경컨설팅업 등 새로운 영역으로 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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