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재미 위해 괴롭히기 예사, 동물학대 불감증 심각

[환경일보] 이런 가정을 한번 해보자. 요즘 유행하는 동영상 사이트에 강아지를 키우는 과정을 꾸준히 올려서 인기를 얻는 사람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강아지에게 밥을 먹이고, 산책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는 과정을 보며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강아지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는지 상당히 야위었고 털이 빠진 흔적도 있다. 때로 화면 밖에서는 때리는 듯한 소리까지 들린다.

인기를 얻은 동영상 제작자는 그로 인한 이득을 얻어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음식을 먹지만, 정작 강아지에게는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강아지는 여전히 나쁜 환경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자, 이것은 동물학대일까, 아닐까?

우리는 유명 동영상 사이트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영상을 종종 접하게 된다. 실제로 개와 고양이가 함께 하는 영상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동물권행동 카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상들 중 11%(46개)는 동물의 건강 상태가 나쁘고, 24%(99개)는 동물이 긴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출연진이 동물을 괴롭히는 영상도 24%가 된다고 판단했다.

동물 학대의 유형으로는 ‘비정상적인 돌봄’이 45%(63개)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려동물에게 장애물이나 투명 벽 피하기와 같은 챌린지를 계속 강요하거나 야생동물 습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간에 두거나 촬영을 목적으로 괴롭히는 영상들이 포함됐다.

그다음으로는 ‘신체적·물리적 폭력’ 유형이 20%(28개)로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위협을 하거나 욕설 및 고성을 지르는 ‘언어적·정신적 폭력’은 16%(23개), 동물을 산 채로 먹거나 사체를 촬영하는 등의 ‘혐오스럽거나 자극적인 행위’는 15%(21개)였다. 동물에게 성희롱 표현을 사용하는 영상도 6건(4%) 발견됐다.

출연진은 영상을 재밌게 만들 목적으로 동물에게 낯설고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했다. 인간에게 잡혔다가 도망가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조롱하거나,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동물에게 음식을 주지 않고 반응을 보며 놀리는 경우들이 포함됐다.

개와 고양이를 상대로는 장애물 피하기, 투명 벽 부딪히기, 인형 탈을 쓰고 놀라게 하기 등 챌린지 하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거의 모든 계정에서 영상이 올라왔으며 동물이 불편해하는 신호를 보내더라도, 촬영은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야생·희귀동물 영상의 키워드는 ‘소품’, ‘희귀’, ‘판매’로, 시청자들이 동물들을 신기해하도록 유도했다.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자극적인 동물영상들은 동물을 괴롭히거나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만든 후 반응을 살피며 낄낄거리는 식의 재미를 찾는다. 반려동물이라고 하지만 사실 동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그렇게 대한다면 ‘반려자’는커녕 ‘변태’에 불과하다.

동영상에 나오는 사례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은 ‘반려’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 속에서 동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반려자에게 밥을 줄 듯 말 듯 약을 올리고, 화가 난다고 걷어찬다면, 그게 반려자가 할 일인가? 어릴 때는 귀여웠지만 성장하고 난 후 귀엽지 않다고 버리는 반려자가 있던가?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