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상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규제 체계 설계 필요”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를 연재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했다. <편집자 주>

환경보호 위한 강력한 규제는 무조건적인 선(善)이라는 전제 피해 키워

한재상 변호사 jshan@jipyong.com
한재상 변호사 jshan@jipyong.com

[환경일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환경오염문제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해냈고, 그만큼 현재 겪고 있는 환경오염문제의 종류도 다양하며 정도 또한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인식 전환과 실천이 중요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이러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중 하나가 입법적 노력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을 대기·물·토양환경 등으로 세분하고, 이에 관한 법령을 제정·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요새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대기환경문제가 특히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데, 대기환경에 관한 실정법으로는 과거 대기환경보전법, 실내공기질 관리법,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존재했으나 2019년 4월2일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폐지되고,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기관리권역법)이 제정돼 2020년 4월3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이 제정된 대기관리권역법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은 ▷적용 지역이 기존의 수도권지역에서 전국의 주요 대도시로 확대됐다는 점과 ▷과거에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과 자동차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지만, 현재는 건설기계·선박·공항 나아가 가정용 보일러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입니다.

다만 가정용 보일러의 경우 2020년 4월2일 이전에 출시된 모델은 2020년 9월30일까지는 인증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조·공급·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경과규정을 뒀습니다.

그런데 신축하는 아파트의 경우 특별판매 형식으로 실제 공급 시점으로부터 1~2년 전에 보일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다음 제조까지 완료하는 사례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 경우 보일러 제조사는 이미 체결한 보일러 공급 계약을 해지 또는 변경하고, 제조한 보일러를 폐기하는 등 재산적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대기관리권역법은 2019년 4월2일 제정돼 시행일까지 1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가정용 보일러의 인증기준에 관한 실질적 내용이 담긴 대기관리권역법 시행규칙은 2020년 4월2일 제정돼 다음날인 2020년 4월3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6개월의 유예기간은 다소 짧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보호가 어떻게든 달성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기존의 규제를 믿고 어떠한 행위를 한 개인 또는 기업의 사적인 이익 또한 지켜줘야 할 가치라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제한하는 조치가 허용되기는 하나, 그것이 과도할 경우 비례의 원칙 또는 신뢰보호의 원칙과 같은 행정법의 일반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조치 나아가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는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방향성에 기본적으로는 찬성하나,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를 입는 개인이나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고 정교하게 규제 체계를 설계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이 환경보호를 위한 강력한 규제는 무조건적인 선(善)이라는 전제하에 업무에 임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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