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무더위에 온 나라가 끓고 있다. 더울 때는 그저 ‘방콕’이 최고라고 여겼던지만 이번 더위에는 방콕조차도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을 찾아서 길을 떠나야 할 듯 싶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모두 우리 인간들 탓이다. 보다 안락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위해 자연자원을 무차별적으로 착취한 결과 지구가 온난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보다 잘 살아보려는 생각에서 자원을 마구 착취한 결과 오히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낳게 된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1992년 리우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합의, 친환경적인 생활양식 확산이라는 구체적인 실천을 결의하였다. 현재 자원을 낭비하는 소비생활에 대한 가치관과 생활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이는 국가와 기업의 활동방향과 내용도 시민들 개개인의 친환경적 생활양식으로 인해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므로, 환경위기 시대에 생활양식 변화야 말로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환경의 중요성과 친환경적 소비생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교과서에도 나오는데 왜 확산되지 않을까. 열심히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더운 날에도 에어컨대신 선풍기로 버티고 있는데 말이다. 그것은 시민, 즉 소비자 개개인들의 자각만으로 친환경적인 생활양식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화의 생산/유통/소비를 비롯한 소비생활양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목적의식적 운동이 필요한 데, 이것이 바로 ‘녹색소비자운동’이며, 개개 소비자로서 제품의 선택적 구매를 통해 생산을 변화시키려는 것이 바로 녹색구매이다. 이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고, 새로운 상품을 구매할 때는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거나 제조 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제조한 제품을 구매하는 의식적인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구매행위가 출발이다. 아울러 기업의 녹색생산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환경부는 올해 친환경상품보급촉진을 위해 친환경상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안)(녹색구매법)의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은 정부부문의 녹색구매 활성화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기업과 시민 부문의 내용도 담고 있어서 녹색구매를 활성화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이 법안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구매의 싸이클이 유기적으로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 세 부분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맺을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 이번에 환경부에서 제정하려고 하는 녹색구매법은 상당부분 이 시스템을 구체화하는 것이 될 듯 싶다. 즉 소비자들이 왜 구매하지 않는지, 기업이 왜 생산하지 않는지, 유통업체가 왜 취급하지 않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사리 녹색상품을 개발해 봤댔자 소비자들은 알아주지도 않고, 소비자들은 무엇이 녹색품인지도 모르고, 안다한들 살 곳이 없다면 문제가 아닌가.
1인당 GNP의 향상을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과 이윤추구를 핵심 가치로 여기고 있는 기업, 자연환경에 부담을 주는 개발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정부가 있는 한 녹색상품을 매개로 한 친환경생활양식의 구축은 어쩌면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닐까 싶다.

이상영
여성환경연대 상임으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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