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심위 판정에 환경부는 뒷짐만.. 환경영향평가 퇴색 우려

작년 12월29일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통보 취소 행정심판 청구 사건에서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오색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을 허가한 것이다.

동물상·식물상에 대해 추가 보완 기회를 줄 수 있는데도 조건부 동의가 아닌 부동의 의견제시가 부당했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1982년부터 수십년 간 추진과 불가를 반복해왔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국립공원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개발세력이 불순한 의도로 행정심판을 악용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행심위의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매우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다.

부동의 등 환경부협의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개발사업자는 누구나 행심위를 통해 무력화 할 수 있어 환경영향평가제도상 환경보전의 의미가 퇴색됐다.

평가제도는 환경을 지킬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환경보전 및 국민 환경권 수호라는 국가적 책무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행심위는 환경전문가가 아닌 법률가들로 구성돼 이들의 환경영향평가 절차 및 환경보전에 대한 판단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환경, 특히 자연환경의 보전가치는 정량적 및 정성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며 사회적 합의에 따른 행정행위로 판단할 대상도 아니다.

행심위가 양양군의 사업을 사실상 허가함으로써 향후 유사 사업들이 추진될 때 환경부가 환경보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서둘러 할 일은 전략환경영향평가(SEA) 단계에서 이미 언급된 계획적정성 및 입지타당성은 환경영향평가(EIA) 단계에서 다시 언급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평가와 전략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반영 가능한 의견의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이번에 얻은 큰 교훈은 협의권을 과다하게 사용해서 환경부가 마치 개발사업의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 협의권은 절차법에 따른 행정행위다. 미국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근간인 국가환경정책기본법(NEPA)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협의(ROD, Record Of Decision)로 표현하는 권고사항이며, 강제적이지 않다.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통보 취소 행정심판 청구에 대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즉각 밝혔다. 정부 부처라는 한계는 이해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환경부(環境部)임을 망각한 것이다.

환경부장관은 행심위 결정 즉시 환경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어야 했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공무원들은 머리를 밀기라도 할까 기대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도대체 환경부의 존재 이유는 뭔가. 결과가 이렇게 나오도록 방치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여기서 포기하면 더 이상 환경부가 아니다.

당장 할 일을 찾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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