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의 얼굴과 기사자격증에 있는 얼굴이 달라 조금 의아했던 적이 있는가. 만일 있다면 그건 십중팔구 일반회사에 소속된 택시가 아닌, ‘도급형 택시’일 경우가 많다. 도급제는 회사가 택시 한 대당 하루 또는 한달 단위로 돈을 받기로 하고 외부인에게 차를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물론 도급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는 회사 소속이 아니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입금하는 일정금액을 제외한 초과 수입금을 가져간다. 대신, LPG 가스비와 차량 운행에 들어가는 소소한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므로, 무리한 강행군이 불가피하다. 극소수는 신용불량자나 해고자, 출소자 출신으로 하루벌이에 뛰어 든 사람들이다 보니, 자격증이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차의 안전상태 등은 생각할 겨를없이 그저 돌아가는 다람쥐 쳇바퀴식인 경우가 많다.
며칠 전 택시기사로 취업하여 여성 승객만을 골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사건은 충격을 던져 주었다. 경찰 조사결과 그들은 7년간 교도소에서 복역 후 올 2월 출소한 공모씨와, 도박판에서 돈을 탕진해 카드빚에 시달리던 동네 선.후배 최모씨와 박모씨가 함께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헌데 이러한 도급차량의 범죄행각은, 사실 기사들 사이에선 은밀히 알고도 모른척 할 수밖에 없는 비밀 거래였다는 것이다.
도급차량에, 합승에, 모든 것은 알고보면 불법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불법이 근본적으로 싹트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피해자들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기사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하고 그러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야하는 많은 모범기사들은 얼마나 서로의 신뢰를 깨뜨리는 것인가. 의심이 시작된 부부는 깨지기 마련이고 그 가정은 이뤄지지 못하고 혼돈을 거듭하고 했다. 후에 엄청난 범죄자를 잡기보다, 사전에 불법자행을 단속하는 것이 관계자에게도 훨씬 효율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범죄로부터의 사각지대를 왜 묵인하는 것인가. 해당 부처의 철저한 집중단속을 소망한다. <심해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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