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요구 제대로 알고 순환경제시스템 구축 힘쓸 때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배출량을 조사했다. 일반 가정에서 실생활 중 발생하는 플라스틱을 파악해 각 기업별·제품군별 배출량을 파악코자 했다.

그 결과 우리가 먹고 마시는 제품들에는 지나치게 불필요한 수준으로 많은 포장재가 사용되고 있으며, 출처가 불분명한 플라스틱 제품도 발생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대체품을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원하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강요당하고 있다.

한국인이 1년간 소비하는 플라스틱 컵은 33억개, 비닐봉투는 235억장, 페트병은 49억개로 모두 51만 6500톤에 달한다.

값싼 제작비, 편리한 사용 등의 이유로 무분별하게 늘어난 플라스틱은 쓰레기 대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동안엔 자연에 마구 버리거나 쓰레기 수출로 해결해왔지만, 각국의 규제강화에 따라 우리 플라스틱 쓰레기는 국내에서 풀어야 하는 골칫덩이가 됐다.

플라스틱 사용 증가는 생산·소비·폐기의 선형경제와 일회용 소비문화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그 결과 자원고갈, 에너지위기, 환경오염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거의 모든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생산되는데 석유 및 가스채굴, 제조 및 분해 등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소 189개의 양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플라스틱의 전과정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재활용은 물질회수를 위해 복잡한 제품을 기초 물질로 분해하지만, 제품 디자인과 개발 과정에 투자된 상당한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제품과 부품을 개조하거나 재사용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재활용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성장모델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다. 자원의 사용 대신 설계단계부터 재사용을 염두에 두며 성장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앞으로 200년 이상 세계 경제의 생산 및 소비 방식에 가장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어떻게든 플라스틱을 줄여야 하는데 가장 먼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그린피스는 기업이 지속적인 경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플라스틱 배출에 대한 책임과 해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돼야 할 중요한 시도였다.

환경부와 산하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가 먼저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연간 수백억원 이상 사용하는 환경 R&D에 왜 이런 조사 연구와 정책대안 제시는 포함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기업들과 자율환경협약을 맺는다며 플랭카드 걸고 사진 찍어 홍보했지만 뭐가 달라졌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국민들이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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