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청·원주지방환경청, 업체 시험성적서만 믿고 수수방관
폐기물에 대한 정확한 성분분석과 함께 주변 토양 검사 필요

[환경일보] 음성군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수상한 토양 반출이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인 토양과 다르다는 것이 육안으로도 명백하게 보이지만 음성군은 사업자 측이 제시한 시험성적서만을 믿고 허가를 내줬고, 이후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토양 반출이 중단된 상태다.

물류센터 공사현장이 문제가 된 것은 음성군 음성읍 용산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초공사 과정에서 시커먼 물질이 발견되면서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일반적인 토양과 색부터가 달라 폐기물이라는 의심이 든다.

시공자인 I업체 측은 폐기물 공정시험성적서를 토대로 폐기물이 아니라고 했지만 지역주민들은 ‘폐기물이 맞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공사장 부지가 과거 하수처리업체가 불법을 저질러 폐업한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에 취재진이 음성군청에 확인한 결과 환경 담당자는 “일반폐기물이 맞기 때문에 그에 따른 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현장에 나가 확인한 결과 폐기물은 따로 보관하고 있고, 일반적인 토양만 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은색 물질이 수십년 동안 존재하면서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적극적인 행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사진제공=제보자
검은색 물질이 수십년 동안 존재하면서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적극적인 행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사진제공=제보자

그렇다면 폐기물이 오랜 기간에 걸쳐 묻혀 있던 토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이에 취재진이 토양오염도 검사에 대해 물었지만 속 시원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

음성군 측은 “충북보건환경연구원에서 22가지 모든 항목에 대한 검사가 어렵다고 해서 차라리 업체에서 전체 항목에 대한 검사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공무원 입회하에 시료를 채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충북보건환경연구원 측은 “토양오염에 대한 검사는 20일이면 충분하며 검사를 진행하자는 협의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음성군청의 연락이 끊겼다. 보건환경연구원이 검사를 거절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공사업체가 돈을 주고 고용한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검사보다 공공기관인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이 검사한 결과가 더 신뢰할 만하다.

그러나 이 당연한 사실 앞에서도 공공기관 간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부진 시간만 끌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면서 뒤늦게야 심각성을 인식한 음성군청이 행정명령을 내렸고 토사반출도 중단된 상태다.

지방환경청 환경감시단은 왜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환경부는 무엇을 했을까? 음성군에 민원을 제기해도 별다른 진척이 없자 주민들은 음성군을 관할하는 원주지방환경청에도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

이 민원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원주지방환경청에 문의한 결과 “토양오염은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이첩했다. 또한 지자체 담당자가 현장을 확인했다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지자체 소관이니 그쪽으로 미뤘다는 뜻인데, 지자체가 일 처리를 제때 하지 않아 지방환경청에 민원을 제기한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만한 답변이다.

한 지역주민은 “지자체가 늑장을 부려 원주지방환경청에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지자체에 알아보라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그럴 것이라면 환경감시단은 왜 있고, 특사경은 왜 필요한가”라고 꼬집었다.

지역주민 가운데 일부는 검은색 물질이 외부로 반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업체 측은 따로 모아서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제공=제보자
지역주민 가운데 일부는 검은색 물질이 외부로 반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업체 측은 따로 모아서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제공=제보자

감리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아직 토양오염에 대한 검사조차 시작되지 않았고, 검은색 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미 상당량의 토양이 반출됐다.

지역주민 가운데 일부는 “토양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검은 물질이 섞여 나갔다”라고 주장하지만 업체 측은 “따로 모아서 건설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다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건축허가표지판에 명시된 설계자 겸 감리자인 C 건축사무소에 전화를 하자 “수신이 불가능한 전화번호입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오고, 스마트폰 앱에는 ‘○○초등학교’로 표시가 됐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단순 오기’라고 해명했다. 

또한 건축회사의 서울 사무소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자마자 끊어지는 현상이 반복돼 통화에 실패했고, 청주 본사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다가 사흘 후에야 통화가 연결돼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검은색 물질이 무엇인지, 주변 토양을 오염시켰는지, 반출된 토양에 폐기물이 섞였는지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은 토양오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지자체와 지방환경청 누구 하나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지 않고 업체가 제시한 시험성적서에만 의지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다면,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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