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내가 경험한 바로는 두 사람 이상 모이는 모임에서 가장 흔하게 얘기되는 화두가 신행정수도의 건설문제이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중의 하나가 신행정수도건설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행정수도건설의 문제는 전문가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찬반의 양론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어 필자는 신행정수도 건설 논란의 핵심이슈를 중심으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반대하든 찬성하든 공통으로 주장하는 점이 하나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수도권인구집중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극히 비정상적인 현상이고 고질적인 병폐이므로 이를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수도권의 인구통계를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는데 수도권인구집중도가 1970년에 약 28%이었는데 2003년에는 약 48%에 달하고 있어 집중도가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은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완화시켜 국토를 균형발전시키겠다는 정책 중의 하나이다.
반대론 입장의 전문가들은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 중 다른 대안이 있는데 굳이 수도이전을 하느냐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수도권인구집중억제정책은 지난 30년 이상 정부의 주요정책으로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그동안 인구집중억제를 위해 인구집중시설의 신설을 억제하여 대학교나 학과의 신설을 규제하고 지방에 캠퍼스를 만들도록 유도하여 학교가 이전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전하기는커녕 서울의 캠퍼스와 지방의 캠퍼스를 모두 만들어 학생들이 서울에서 통학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하기 위해 유인책을 써 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공장의 경우는 지방공단을 만들어 유인책을 쓰고 아예 수도권 공장총량제, 과밀부담금제 등을 통해 공장의 수도권입지를 규제했으나 수도권공장의 지방이전은커녕 기업들이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수도권에 공장 입지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요구해 규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억제하는 정책은 다양하게 시행했으나 효과가 없었고 행정수도건설은 거론은 되었으나 아직 시행한 적이 없는 정책이다. 이번에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는 신행정수도건설을 수도권인구집중 억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시행하려는 것이다. 인구집중억제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으나, 전문가 연구결과에 의한 정부의 자료는 50만명 이상의 수도권인구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되는 인구수는 예측치이기 때문에 정확성여부는 검증하기 어려우나 의미있는 점은 증가일로에 있는 수도권인구집중추세를 감소추세로 바꾼다는 점이 중요한 효과라고 판단된다.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통일 후를 생각하면 신행정수도건설이 불필요하다는 논쟁이다. 이는 통일 후의 국토공간구조개편을 염두에 두고 신행정수도의 필요성여부를 논의할 문제이다. 통일 후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보면 크게 보면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남북연합의 통일이다. 즉 1국 2체제를 유지하며 상당기간의 통합과정을 거친 후 1국 1체제의 단계로 가는 방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부 국토계획전문가는 3경(京)제를 주장하고 있다. 즉 평양, 서울, 신행정수도가 입법, 사법, 행정 등의 역할을 분담하자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의 시나리오는 1국가 1체제인 최종단계의 통일로 바로 가는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일부 국토계획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다극형의 공간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다극형의 국토공간구조에서 신행정수도와 서울, 평양, 통일수도(평양과 서울 중간에 별도 조성을 남북합의시) 등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전문가중에는 통일후의 국토공간구조 개편을 위해 황해축벨트를 계획하자는 주장도 있다. 즉 해주-개성-서울-신행정수도-대전을 연결하는 벨트를 구축하거나 더 나아가서 국토다극화체제를 이루도록 원산, 평양, 개성, 서울, 신행정수도, 대전, 부산, 대구, 광주 등의 다극체제 국토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통일후의 국토공간구조는 많은 국토계획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현재와 같이 서울중심의 1극체제가 아닌 다극체제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행정수도는 통일후에도 국토공간구조개편에 적합한 행정중심도시이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건설비용의 문제이다. 정부가 제시한 건설비용이 45.6조원인데 반해 반대측은 120조원을 얘기하면서 천문학적 비용이라는 주장이다. 120조원의 건설비 산출내용을 들여다보면 37.6조원의 난개발방지비용이 추가로 들어있는 등 비용을 부풀리기 위해 과다산출 했음을 알 수 있다. 신행정수도를 건설하지 않을 경우에도 수도권에 유입되는 인구를 위해 인구 50만명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수도권에 50만명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시에 67.4조원의 건설비(판교신도시 건설비용을 준용)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수도권에 건설하는 신도시보다 비용이 적게 들며, 신행정수도를 건설하지 않는다 해도 신도시를 수도권에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건설비용은 지출하게 되어있다. 지금까지 수도권에 건설된 신도시의 막대한 건설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신행정수도의 건설비용만을 천문학적 비용이라는 얘기를 하며 문제를 삼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신행정수도의 건설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 국토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수도권인구집중문제와 국토불균형발전문제를 해소하는 데 필요하며 효과적인 마지막 정책수단이기 때문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시행되지 않는다면 훗날 어떤 대통령이 과거에 시행하려다 실패한 정책을 다시 시도하려고 하겠는가? 이번에 신행정수도가 건설되지 않으면 우리는 현재보다 더 심각한 수도권인구집중문제를 떠안고 계속 살아가야 할 것이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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