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식 한국물환경학회 신임 회장(한국교통대학교 교수)

수처리 에너지 절감에 오랜 연구 축적, 환경 활동가로서 경험 강점
제도적 숙제 많아···통합물관리 현안 등 활발한 정책 교류의 장 열 것

이호식 한국물환경학회 신임 회장을 재직 중인 한국교통대학교(의왕캠퍼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호식 한국물환경학회 신임 회장을 재직 중인 한국교통대학교(의왕캠퍼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탄소중립은 먼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탄소 배출원은 많죠. 상·하수도 처리과정의 무분별한 전기 소모를 줄여 나가는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입니다.”

이호식 한국물환경학회장(한국교통대학교 철도인프라시스템공학과 교수)은 상·하수도 인프라에서의 에너지 효율화를 우선할 과제로 꼽는다. 수처리시설의 에너지 사용실태를 점검하고 절감 방안을 꾸준히 연구해 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국상하수도협회(KWWA)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공공하수처리장에서 쓰이는 전력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0.62%가량(2017년 기준)을 차지한다. 환경부 하수도 통계로 보면 지난 2008년 223만835MWh였던 소비전력은 2017년 313만6896MWh까지 늘었다. 처리할 양이 많아지는 동시에 방류수질 기준 충족을 위해 이는 꾸준한 증가세다. 공정이나 설비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운전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단 얘기다.

이호식 학회장은 “처리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방류수질이지 그 과정의 에너지 소비는 피부로 느끼는 중요성이 덜 합니다. 물론 에너지 절감을 해나가는 시설에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지만,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못 미치죠. 예컨데 100이었던 에너지 소비에서 1을 줄인 99 수준만 되도 인정을 받습니다. 더 많은 양을 줄여 90까지 낮춘 시설이 있다고 하면, 그다음부터는 90이하로 더 떨어뜨려야 합니다. 시설 입장에선 무리할 필요 없이 마지노선만 맞추면 되는 셈인 거죠. 국가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줄일 방법을 찾기 위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제도적 한계는 단지 연구자로서 느낀 녹록지 않은 현실만을 반영하지 않는다. 충청북도 출신인 그는 지역의 환경 현안에도 ‘행동’해 왔던 학자다. 벌써 30년 남짓 갈등이 이어져 오고 있는 ‘문장대온천 개발사업’ 문제가 대표적이다. 

충북 괴산과 경북 상주시 경계에 위치한 이곳은 온천을 만들려는 상주 측과 개발에 따른 상수원 악화를 우려한 괴산군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상주시가 온천관광지 개발을 추진한 시점이 1987년부터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장기간 법적 다툼에 지역 주민들은 물론 사업 주체 역시 피로감은 상당하다. 그간 개발허가 취소를 명한 두 차례(2003년·2009년)의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사전 터파기 작업으로 손을 대면서 현재는 훼손된 채 그대로 방치된 꼴이 됐다. 이처럼 오랜 세월 갈등이 지속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통합물관리, 바이러스 대응 기반

좋은 물복지 정책 발굴되도록 돕겠다”

이 학회장은 현행 환경영향평가와 온천법에서 제도적 모순을 찾는다. 그는 “개발을 원하는 사업주체가 직접 영향평가를 의뢰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평가업체가 개발자 의도에 맞게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개발자가 아닌 제3자나 정부가 주도가 돼서 평가기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평가 과정에서 사업의 부당함이 확인됐으면 거기서 매듭지어야 하나, 오염물 처리공법만 바꿔 다시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갈등을 겪는 이들에겐 몇 년의 시간을 또 견뎌내야 하는 사회적 낭비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해당 문장대온천 사업의 경우도 2003년 대법원 판결 후 오폐수 처리공법을 바꿔 시도했다가 다시 ‘개발 불허’를 받은 사례다.   

이호식 학회장의 소신 발언에는 짙은 경험이 묻어있었다. 시대적 현안인 통합물관리와 물복지 분야에선 더욱 완성도 있는 정책을 제안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호식 학회장의 소신 발언에는 짙은 경험이 묻어있었다. 시대적 현안인 통합물관리와 물복지 분야에선 더욱 완성도 있는 정책을 제안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국내 온천법이 안고 있는 맹점도 봐 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온천의 정의 자체가 지극히 추상적이다 보니 조건도 그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 땅속에서 25℃ 이상의 물이 나오고 질산성질소(NO₃-N)와 염소 계열의 테트라클로로에틸렌(C₂Cl₄), 트리클로로에틸렌(C₂HCl₃) 성분만 일정 수준 이하면 되는 법적 근거는 여러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이 학회장은 직접 경험한 외국 사례를 들며 “일본이나 뉴질랜드 등 온천이 자리잡은 곳은 인체에 유익한지 여부를 세부적으로 검토해 온천을 규정한다. 반면 국내는 ‘온도만 맞고 몇 가지 해로운 성분만 없으면 적합하다’는 식”이라며 “심지어 법에 언급해 놓은 질산성질소 등 세 물질은 지하 깊숙한 곳의 물에선 검출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는 땅속 얕은 지점에서 외부오염원이 유입됐을 때 우려되는 물질이다. 결국 현실성 없는 조건을 달아 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학회장은 최근까지 이천에서 충주, 충주에서 문경으로 이어지는 철도사업 환경모니터링 자문을 맡고 있다.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역할로 백두대간을 지나치기에 더욱 민감하다. 그는 ‘터널 공사는 물과의 싸움’이라고 얘기한다. 터널을 뚫고 감에 따라 자칫 주변 생태계의 생명줄인 수분(지하수)이 그대로 빠져나갈 위험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사 내내 꾸준한 지하수 수위 확인이 필수라는 조언이다. 다만, 환경 위해 요소 발생 시 공사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애당초 사업의 기획 단계서부터 환경 분야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움이라고 토로한다.   

올해 1월1일 자로 한국물환경학회 회장에 부임한 그는 내년까지 학회를 이끈다. “물과 관련된 시대정신에 입각해 학술 기반의 정책 제안을 해줘야 하는 것이 우리 학회의 존립 근거”라고 강조한 이호식 학회장은, 특히 통합물관리와 바이러스 대응 기반의 물복지에서 좋은 정책들이 발굴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의 여러 소신 발언에는 ‘짙은 경험’이 묻어 있었다. 행동 기반의 연구를 해 왔던 그의 면모에서 또 다른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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