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 없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 논리··· 동네 슈퍼 노리는 공룡기업

[환경일보]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 소식에 관련 업계는 물론, 환경단체들과 학계의 비판이 거세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경쟁이 뻔하기 때문이다. 왜 불공정 경쟁인지는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하다. 생산된 전력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전력망’이 한전의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비용을 들여 같은 시간에 전력을 생산했다면 누가 생산한 전력을 구입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한전이 결정하는 독점적 구조하에서는 애시당초 경쟁 자체가 설립이 안 된다. 민간 발전사업자는 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한전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해 과잉공급 상태가 되면 한전은 출력제한이 필요한데, 송전망 제약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한전뿐이고, 결정하는 것도 한전이다. 일반사업자는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상태다.

출력제한이 수익성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전이 발전사업에 뛰어들 경우 정보의 비대칭뿐만 아니라 관련 규칙 제정의 불공정 가능성 등 한전과 그 외 발전사업자 간 격차가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재생에너지를 선로에 물리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반 제품과 달리 전기를 생산해도 소비자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인 한전은 망 사업자로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망 설치와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한전이 주장하는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보급’은 탄소중립에 오히려 역행할 우려가 있다. 미래 전력시장은 과거처럼 엄청난 크기의 발전소를 세워서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공급 위주의 전력시장 구조가 소비자 능동적인 구조로 바뀔 것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한 사회 전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활성화되면 일반 시민은 전력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전력을 생산하는 공급자가 될 수 있다. 발전사업자들이 하는 역할을 일개 개인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EU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전력소비를 점차 줄이면서 소규모 분산적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전에서 제시하는 전압별 요금제 대신 종별 차등요금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종별 차등요금제는 저압 전력 사용자에 대한 추가비용을 부과하지 않으며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적절한 정부 개입을 가능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아울러 정확한 원가 산정도 필요하다. 단순히 인건비와 재료비만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이산화탄소 저감 비용,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 비용,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보상비용 등 사회·환경적 비용이 반영된 원가 재산정이 이뤄져야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요금제 개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한전이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으로 재생에너지에 접근한다면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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