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살처분 그쳐야 토양오염 줄이고 환경 살려

2020년 11월26일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발병하자 70여일 간 2600만 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됐다. 지난 2016~2017년 3800만 마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문제는 감염돼지 않았는데도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살처분 된 닭이 감염된 닭의 3배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동물단체들은 정부가 무분별한 살처분을 중단해야 한다며 거리로 나섰다.

AI 발병농장을 기준으로 반경 3㎞ 이내에서는 근거도 없이 무조건 살처분 한다는 관행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법률에도 발생농장 살처분을 원칙으로 하고 발생농장이 아닌 경우 예방적 살처분은 위험도 평가에 따라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무차별적으로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단체들은 주장한다.

경기도 화성 신안마을 산란계농장은 지난 수십년간 밀집사육을 지양하고 철저한 방역체계를 구축해왔는데도 단지 조류독감 발병 농장에서 3㎞ 반경 내 있다는 이유로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받았다.

살처분 없이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가 지났고 이 곳 닭들은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살처분 명령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17년 익산 참사랑 농장의 사례와 같은 일이 또다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과학적 근거도 없는 3㎞ 살처분을 그토록 준수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진정 국민을 존중한다면 행정편의주의로 일관된 이런 비극적 코미디가 더 이상 벌어지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공장식 축산 대신 건강한 축산으로 비감염을 유지하고,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물복지농장주들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들은 막아야 한다.

정부는 명확한 살처분 매뉴얼을 마련하되 신속하고 효과적인 살처분 및 매몰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예방적 살처분을 금지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전염병이 발생치 않도록 사전예방에 우선하는 일이다.

비위생적이고 생명경시 형으로 운영 중인 공장식 축사를 폐지하고 동물들이 건강하게 생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과 쾌적한 환경을 확보케 해야 한다.

가축전염병이 발병한 이후 처리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가축을 일시에 대량 살처분하는 경우 대부분은 매몰이나 저장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매몰은 부지 확보 곤란, 겨울철 작업장애 등 어려움이 있고 원형저장조(FRP)를 미리 확보하기도 어렵다.

매몰지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대상 가축 대부분은 비정상적인 매몰방식으로 처리되다 보니 3년의 매몰 기간 동안 많은 침출수가 발생하면서 지하수 및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다.

사후관리기간이 종료된 매몰지 중 상당 면적은 토양이 오염돼 정상적 사용이 어렵다. 지금처럼 기간만 지났다고 무조건 사용을 허가할 것이 아니라 전문기관의 평가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예방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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