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 석좌교수(한국실내환경학회 명예회장)

김윤신 건국대 석좌교수
김윤신 건국대 환경공학과 석좌교수

[환경일보]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은 우리의 일상 생활을 방해해 사회경제적 파탄뿐만 아니라 심신의 건강장애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각국에서 백신이 속속 개발돼 몇몇 나라가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치료제 개발도 임박하다고는 하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홍역을 치른 국제사회는 앞으로 지속될 신종 감염병 사태에 맞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이 하루 90%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생활공간이 되는 실내 건축물에서의 감염병 예방 시스템 구축과 안전한 생활공간 개선 요구가 증대되고, 한편으로는 실내공기질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경로인 비말 및 접촉에 의한 감염뿐만 아니라 공기 전파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되면서 교회, 요양병원 및 집단거주 아파트, 콜센터를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실내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은 다중이용시설 내 실내공기질에 영향을 주는 건물 내 공조시설의 환기량, 생활가전(에어컨, 선풍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의 바람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의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기청정기 등 공기순환장치의 사용이 제한되면서 관련 산업계에 큰 피해를 주는 지경이 됐다.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왜곡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인 ‘인포데믹(Infordemic)’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주요국들의 코로나 관련 공중보건 정책 결정은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과학기술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국가위기대응 의사결정에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향후 발생 가능한 코로나 변이성 바이러스의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몇 가지 관리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19 대응 다중이용시설 내 환기설비와 공기청정기의 효능에 대한 정확하고 융·복합적인 과학적 규명이 필요하다. 다중이용시설 내 실내공기질의 측정을 통해 COVID19 균이 어떻게 접촉 감염됬는지 또는 공기중 전파로 확산됐는지를 밝혀야 된다. 특히, 확진자가 발생한 건물과 입원병원의 환기율, 급기·배기통의 온도, 습도, 병실구조, 환자 침대의 위치, 병원 내 의료진의 특수 의복이나 마스크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여부, 의료진의 위생실태(손씻기 여부 등)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같은 조사를 위해서는 의학전문가 외에 보건학, 건축학, 공조설비 전문가 등의 공학자들이 포함된 융·복합적 연구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건물소유주 및 건물관리자, 공기정화장치 생산업체, 다부처 관계자, 연구계, 학계로 구성되는 가칭 ‘실내공기질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학교 교실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에서 많이 사용되는 공기청정기와 환기의 성능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미국환경청(EPA)과 미국냉동공조협회(ASHRAE)는 코로나 대응 지침에서 환기설비가 안 된 밀폐된 공간에서는 헤파(HEPA)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한국실내환경학회에서 공기청정기의 성능 조사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율을 실험한 결과, 시판되는 헤파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는 공기 중 바이러스를 99% 이상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공간, 확진자 입원실 등에 적용 가능함을 시사한다. 다만, 실내공간의 면적 및 특성에 따라 공기청정기의 수량과 용량 등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방역지침 단계와 마찬가지로 시설을 일반 주택과 다중이용시설, 민감계층시설(학교, 어린이와 노약자 시설, 요양원, 병원 등), 코로나19 확진자 입원이나 치료시설 공간의 세 그룹으로 나눠 환기량의 재설정과 공기청정기의 사용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한 시설에서는 환기량을 증대시키고, 실내공기를 헤파필터 기능에 제균 기능을 결합한 환기청정기를 통해 실내에 재순환시키는 방안들도 고려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 예방을 고려한 적정한 거리 유지와 1인당 실내 공간의 밀도를 재설정할 필요성도 있을 것으로 시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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