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등급표시 ‘예외’ 없애고 매장수거 확대해야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이 갈수록 늘고 있는 반면, 재활용엔 한계가 있어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 중요한 원인중 하나는 비현실적인 정책과 생산자의 책임회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엄청난 양이 배출되는 화장품 용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화장품 용기는 다양한 첨가제, 복잡한 구조,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단순한 구조의 샴푸·린스 용기라 하더라도 실제는 글리콜 변성 PET 수지(PET-G) 재질이 혼합돼 있다. 그래서 화장품 용기 중 90% 이상은 재활용에 문제가 있다.

분리배출을 잘 했어도 화장품 용기들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재활용품이 아닌 잔재물로 처리된다.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되지 않는 비율이 다른 식품이나 음료용기에 비해 유독 높지만 소비자들은 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화장품 용기는 부피가 작은 용기들이 많아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라 해도 선별장에서 선별이 힘들다. 또한, 대부분 내용물이 잔류한 상태해서 배출되면서 다른 용기의 재활용까지 방해할 수 있다.

한 환경단체에서 버려진 화장품용기를 수거 후 절단 확인한 결과 용기가 2~3겹으로 구성돼있고 재질도 각각 구분이 어려워 재활용이 어려운 상황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설령 투명한 PET라 해도 구조상 내면을 깨끗하게 세척하기 어렵고, 외관에 글자가 새겨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역시 재활용이 어렵다.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 인가 유리인가를 떠나 포장자체가 지나치게 화려해서 재활용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분리배출 표기방식은 매우 난해해서 소비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음료와 화장품 용기는 분명 다른데도 같은 PET 재질로 착각하게 만든다. 과대포장도 많다. 실제 내용물은 전체 용기 부피의 41.8~83.5% 수준이라는 조사도 발표됐다.

화장품 생산자들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며 쓰레기 배출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는 대목이다.

한달여 전 화장품업계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100% 제거,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리필 활성화, 판매 용기의 자체 회수 노력 등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구체적 방법은 안 보이고, 내년 실행계획도 제시하지 못한 말뿐인 선언이라며 반발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환경부는 화장품 제조사가 2025년까지 생산된 제품의 10% 이상 역회수 후 재활용 협약에 참여할 경우 등급표시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환경부는 분리배출 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생산자에게 재활용의무를 부여하고, 판매자들에게도 소비자가 빈 용기를 가져왔을 때 회수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 화장품 용기에 대한 포장재등급 표시 예외 적용은 즉시 철회해야 한다.

잘하겠다고 큰 소리 친 화장품 업계가 할 일은 뭘까. 먼저,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생산단계에서 화장품 용기의 재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화장품 용기가 다시 화장품 용기로 재활용되도록 책임져야 한다.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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