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 최예덕 환경연구사

[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기후변화로 물순환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지구 대기 온도가 지속해서 상승하면 물은 더욱 격렬하게 순환한다. 지구가 1도씩 뜨거워질 때마다 대기는 7%씩 더 많은 물을 빨아들인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가 심해지고, 물은 점점 부족해지는 이유다.

도시는 재난재해에 더욱 취약하다. 도로·포장 등 불투수층 증가로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지 못해 물 재해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한정된 공간에 사회기반시설과 인구가 집중돼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예덕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는 지속 가능한 물순환 도시를 만들고,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으로 ‘자연친화적 우수처리 시스템’과 ‘분산형 소규모 하수처리 전환’을 강조했다. 나아가 물 분야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왜곡된 도시 물순환, 기후변화로 가속화”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기온 상승이 물순환에 미치는 영향과 물순환의 중요성은?

IoT 기술을 활용한 이동형수질감시시스템 /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IoT 기술을 활용한 이동형수질감시시스템 /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지구 기온 상승은 남극 빙하의 해빙 속도를 올려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여름철 강한 바람과 국지적 집중호우를 동반한 태풍이 다수 발생해 매년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온실효과로 인한 가뭄 문제는 하천의 유량을 고갈시켜 건천화를 일으키고, 외부 수질오염원 유입 시 하천의 자정능력을 저하한다. 외부 오염원에 취약한 하천 생태계는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친수공간으로써 하천의 가치를 저하한다.

물순환 왜곡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급속한 산업화 및 도시화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포장에 따른 불투수층 증가, 댐‧보로 인한 유속 정체 심화, 지하철 등 지하구조물의 과도한 건설로 지하수 흐름의 왜곡 혹은 지반침하가 일어나고 있다. 또 대형 하수처리장 건설에 따른 하천의 건천화 등 부자연스러운 물순환의 폐해가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제는 ‘물순환 왜곡’보다는 ‘물순환 위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사회적·경제적 피해의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바뀐 자연은 기후변화 혹은 이상기후라는 낯선 모습으로 인간과 대치 중이다.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은 물순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IOT 기술을 활용한 수질측정소와 이동형 수질 감시시스템 등을 통해 한강과 지천 수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질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과학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물 관리 역량은 도시 경쟁력과 회복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드러날 것이다. 물순환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연친화적 우수처리 시스템·분산형 소규모 하수처리로 전환해야”

물순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하수찌꺼기 자원화를 위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서남물재생센터와의 공동 연구 협약식 /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하수찌꺼기 자원화를 위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서남물재생센터와의 공동 연구 협약식 /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지난해 여름, 기상청 관측 이래 기록적 강우와 홍수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발생과 외부 환경 변화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과거보다 커진 강우 강도와 불규칙한 강우 패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측 가능한 통합 물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매년 국지적 집중호우·태풍에 따른 홍수와 도심 침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단시간 우수가 집중적으로 배출되지 않고,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우수처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우천시 고농도 질소(N)와 인(P)을 포함한 비점오염원 및 합류식하수관거 월류수(CSOs)는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방류수역으로 부영양화를 심화하고, 물환경 생태계를 위협하는 원인이다. 이제는 청천시는 물론 우천시 수질관리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대처해야 한다. 하수처리 시스템도 기존 규모의 경제를 탈피해, 집중화된 형태의 대규모 처리방식보다 분산된 형태의 소규모 처리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수 발생원 중심의 지역별 특성에 맞는 분산형 하수처리장 확보는 하천 건천화를 방지하고, 풍부한 수량에 기반을 둔 친수공간 확보가 가능한 이른바 ‘일거양득’의 좋은 대안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많은 광물·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현실과 자원순환 측면에서 보통 하수처리장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하수찌꺼기 및 소각재로부터 유용한 자원을 회수해 부피를 감량하고, 대체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좁은 국토를 가진 국내 특수성을 생각할 때 최근 대체 매립지 용지 확보가 어렵고, 폐기물 소각처리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폐기물 자원화 기술 개발이 당면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폐기물 자원화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인프라 확대, 충분한 수요처 확보, 보조금 지급 및 인센티브 등 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폐기물 처리에서 제거···자원화까지 4R 앞당기는 인(P) 회수기술 개발”

최근 하수찌꺼기에서 인(P)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환경부 하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시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찌꺼기는 연간 70만t 이상을 차지할 만큼 엄청나다. 또 우리나라는 대부분 에너지·광물 자원을 수입하고 있으며, 특히 인(P)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인광석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모로코와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많은 자원 전문가들은 채산성을 가진 인광석이 향후 50~100년 이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폐기물 처리 패러다임도 과거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폐기물 ‘제거’ 중심에서 ‘자원회수’를 통한 감량화(4R)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폐기물 처리의 패러다임 변화
폐기물 처리의 패러다임 변화

이러한 폐기물 문제와 자원의 높은 해외수입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하수처리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폐기물 자원화·감량화 기술 개발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초창기 하수찌꺼기 소각재에서 인(P)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면, 최근에는 하수찌꺼기를 감량하고 부가적으로 자원까지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포스트 코로나와 빅데이터 기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겪으면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정책 방향도 기존 사후 대응 중심에서 예측·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회적 비용 부담과 혼란 가중을 사전에 막아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하수찌꺼기 인(P) 회수기술 개발은 한 마리 소를 지키기 위한 도전이며, 자원순환사회를 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인(P) 추출 시 초음파 적용해 시간은 단축하고 효율은 높여···획기적 성과”

인(P) 회수 원리와 활용 분야는?

하수찌꺼기 소각재에서 초음파를 활용해 인(P)을 회수하는 특허 시스템 /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하수찌꺼기 소각재에서 초음파를 활용해 인(P)을 회수하는 특허 시스템 /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하수처리장에서 인(P) 회수대상은 크게 하수찌꺼기와 소각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서울시 4개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에 포함된 인(P) 농도는 대략 3.5mg/L 내외인데, 하수찌꺼기 처리공정(농축-소화-탈수)을 거치면서 인(P)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보통 탈리여액에서 인(P)을 회수하는 선행연구가 주로 이뤄졌으나 낮은 인(P) 농도에 따른 경제성 저하로 기술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하수찌꺼기 부피를 1/15 이상 대폭 줄일 수 있는 소각재에는 유기물이 없는 상태에서 약 10% 내외의 고농도 인(P)이 포함돼 인(P) 회수에 비교적 유리하다. 소각재 인(P) 회수과정은 크게 인(P) 추출과 고액분리 및 인(P) 회수과정으로 구분한다. 소각재를 알칼리 혹은 산성 상태에서 혼합해 용해성 인(P) 형태로 추출한다. 이후 고액분리된 상등수에 약품을 투입해 결정형태의 인(P) 화합물로 회수하게 된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초음파를 활용해 탈수 시 탈수케이크 부피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탈리여액의 인(P) 농도를 크게 높여 경제성을 개선했다. 또 초음파를 소각재 인(P) 추출 과정에 적용해 인(P) 추출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보통 초음파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의 상한치(20,000Hz) 이상을 갖는 음파로써 주로 안경원 세척기, 의료용, 유량 측정 용도로 활용된다.

지난해 특허 등록한 인(P) 회수 및 탈수시스템은 초음파 용출조, 폴리머 투입조, 멤브레인-필터프레스로 구성된다. 우선 하수찌꺼기에 초음파를 조사한 후 폴리머를 투입·혼합한 뒤 하수찌꺼기를 멤브레인-필터프레스에서 가압탈수해 케이크를 생산하고, 탈리여액에서 인(P)을 액상으로 분리해 약품 투입 후 결정형태로 회수한다.

이처럼 초음파 용출조를 활용할 경우 초음파 조사 전보다 4.9배 이상 많은 인(P) 추출이 가능하고, 추출시간도 1/4로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또 탈수약품으로 폴리머를 사용해 탈수비용 절감과 하수찌꺼기 부피 저감을 이뤄 기존 공정보다 처리비용을 대폭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음파를 활용한 멤브레인-필터프레스 기술의 상용화는 대체자원 확보와 소각재 재활용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인광석과 같은 광물자원의 제련과정에 필요한 막대한 화석연료와 에너지를 고려하면, 폐기물로 인식된 하수찌꺼기 및 소각재의 인(P) 회수기술 개발은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와 실질적인 탄소중립 대책이 될 수 있다.

“기술 육성과 회수된 인(P) 활용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물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도 하수찌꺼기 자원화는 중요하다. 그런데도 국내 관련 기술의 적용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인 회수기술 상용화를 위한 방안 또는 갖춰야 할 법·제도적 장치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물순환연구실에서 하수찌거기를 활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최예덕 환경연구사 /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물순환연구실에서 하수찌거기를 활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최예덕 환경연구사 /사진=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인(P) 회수와 관련해 수많은 선행연구가 진행된 유럽과 비교하면 국내 인(P) 회수 연구사례는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기술 현장적용 사례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특허 등록된 인(P) 회수기술이 적지 않음에도 기술 축적과 스케일-업(Scale-up)을 못한 채 대부분 기술 상용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인(P) 회수기술 상용화를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의 인(P) 회수 산업 조성‧보호 및 육성이 필요하다. 뿌리 깊은 나무가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듯이, 사람 혹은 산업이 홀로 서려면 무엇보다도 자생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인(P) 회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호책을 비롯해 대외 경쟁력 제고와 사업자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둘째 회수된 인(P) 결정화물의 공급의무화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인광석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사업자에게 회수된 인(P)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자원고갈을 늦추고, 제도적으로 회수된 인(P)의 사용량을 증대하기 위함이다. 또 인광석 수입비용과 제련비용보다 인(P) 회수비용이 많이 들면, 그 차액만큼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셋째 광역화된 인(P) 회수시설 운영이 필요하다. 실제 하수처리장에서 인(P) 회수가 가능한 대상은 하수찌꺼기 탈수과정에서 발생하는 탈리여액을 포함한 고농도 반류수와 소각재 등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9년 전국 공공하수처리시설 총 1272개 중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하수처리시설은 총 294개지만, 서울은 4개에 불과해 지자체에 따라 하수처리시설 처리용량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권역별로 하수찌꺼기 및 소각재를 수집하는 등 광역처리시설에서 일괄적으로 인(P)을 회수한다면 경제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기피시설에 대한 시민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하수처리장은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수도권 매립지 매립 종료에 따른 대체 매립지 용지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의 의식전환을 통해 지역 구성원 각자가 한발씩 양보해 분쟁과 갈등을 치유하고, 폐기물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모두가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하수처리장 부산물에서 회수된 인(P)을 활용하고, 수요처를 다각화하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공감대 형성도 병행돼야 한다.

“기후변화·물순환 위기는 자연의 한계용량 초과···자정능력 회복할 시간 줘야 할 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와 물순환 왜곡은 한계용량(Marginal Capacity) 초과에서 비롯한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화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과도한 배출이 자연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초과해 발생했다. 또 부영양화는 비점오염원에 포함된 질소(N)와 인(P)이 강과 하천의 자정능력을 초과할 만큼 과다하게 유입돼 발생한다.

자연의 한계용량을 초과하는 도시화와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을 병들게 한다. 이제는 우리가 병든 지구에 스스로 힘으로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때다. 미래세대에게 물려 줄 유산은 병들고 자원 고갈된 지구가 아닌 건강한 지구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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