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날’엔 물부족 제대로 알리고 국민 협조 구해야

매년 3월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증가와 산업화 등으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유엔이 1992년부터 기념일로 지정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올해 주제는 ‘물의 가치화(valuing water)’다. 우리 정부는 ‘물의 가치, 미래의 가치’로 정의했다. 물이 제공하는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잘 보전하자는 취지를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물 사정은 어떤가.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풍족히 사용할 만한가. 지금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은 분명한 ‘물 부족’ 국가다. 그것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비도 시기적, 지리적 편차가 커서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리지만, 그릇이 없어 흘려보낼 뿐이다. 비현실적인 수돗물 값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내 물, 남의 물 가릴 것 없이 펑펑 써댄다.

최근 수년간 물 사정은 매우 심각한데 강원 영동지역은 강수량이 평년대비 42% 수준이다.

극심한 봄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업용수 등을 정상 공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충남 서부지역에서 일어난 대가뭄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렇게 물 부족이 심각한데도 물이 남아도는 듯 무한정 공급하고, 수돗물 값은 턱없이 싸다.

2000~4000원 하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하루 한 잔 이상 사 마시면서 물 값 몇 백원은 절대 올릴 수 없단다.

지금까지 물 값은 서비스의 전과정을 제대로 계상하지 못한 결과 왜곡된 부분이 있다. 수자원 개발과 공급 서비스, 유지 관리까지에 소요되는 비용이 물 값 산정시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물 관리를 위한 빗물요금제 도입 시 톤당 1센트 부과하던 요금이 지금은 35달러까지 올랐다.

요금부과의 타당성을 입증할 데이터를 제시하자 시민들이 수긍하고 협조한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기상현상은 태풍이나 홍수, 쓰나미가 아니라 은밀하고 느리게 다가오는 가뭄이라고 한다.

일단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적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물이다. 기후변화로 물 서비스가 위협을 받고 있고 어디까지 그 영향이 미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매년 반복되는 가뭄에 국가안보차원에서 근본적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표준화해 관리할 국가차원의 ‘통합 가뭄정보센터’도 설치하고 지자체별 특성을 살려 다각적이고 안정적인 취수원 확보에도 투자해야 한다.

유엔이 ‘물의 날’을 제정한 배경도 발생가능한 물 문제를 사전에 경고하기 위해서다. 우리도 보다 엄중한 자세로 곧 다가올 수 있는 재앙들에 대해 심각한 수준으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래서 전 국민이 할 수 있는 물 절약을 스스로 찾아 하겠다는 각오와 실천을 유발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 물의 날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문제가 심각한 지역을 찾아 알리고, 기후위기로 인해 향후 위해 가능성이 큰 곳을 선정해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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