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불후의 조지훈(1920~68)시인의‘승무’가 탄생한 용주사.

이곳에서 23일 오후 4시부터 화성시(시장권한대행 최원택)와 용주사(주지 정락스님)가 공동으로 조 시인의 가족과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승무’시비 제막식을 시작으로 화성 용주사 승무제를 개최했다.

시비가 세워진 용주사는 조지훈 시인이 자신의 시‘승무’창작과정을 밝힌 시의원리(1956년 작)라는 책에서“어느 이름 모를 승려의 승무를 보고 밤늦도록 용주사 뒷마당 감나무 아래에서 넋 없이 서 있었다.”고 기록한다.

그는 당시“승무의 불가사의한 선율을 시로 옮기는 데 1년의 산고를 겪었다”고 용주사가‘승무’의 고향임을 밝혀 사학자들의 흥분을 일으켰다.

시비 제막식에 이어 99세 이상 장수노인 5명과 75세 이상 노인, 청소년 1,250여명, 내방객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웅전 마당에서 개최된 용주사 승무제는 99세 이상 장수노인을 공경하는 백수제와 승무 공연, 산사음악회 등이 열려 승무를 통한 효와 선의 물결이 가을 산사에 울려 퍼졌다.

드높은 가을하늘 아래에서 넉넉한 자연과 어우러져 개최된 이날 승무제는 조지훈 시인의 시 ‘승무’의 탄생 배경과 시 해설 등을 곁들인 송악 김복련 씨의 나비 춤, 바라 춤, 법고를 연결하는 숭무 공연이 이어졌다.

또 백수연(白壽宴)은 조선시대의 궁중 진찬연(進饌宴) 형식을 근거로 정조대왕의 모후인 혜경궁 홍씨 회갑연의 의미를 빌어 시행했다.

이어 열린 산사음악회는 독실한 불교신자인 방송인 김병조씨의 사회로 효행합창단의 부모은중경, 효녀가수 현숙의 라이브 무대, 노름마치의 판굿, 자연의 퓨전 연주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선보여 붉게 물든 가을 산사에 풍성함이 가득했다.<화성=황기수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