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에 덤프트럭 1만7400대분 페로니켈 슬래그 불법 매립
SNNC‧TSA “정당한 거래” 주장, 불법매립 범인과 엇갈린 진술

[환경일보] 2019년 12월 경상남도 하동군의 한 마을에 페로니켈 슬래그(Prime Sand)가 불법 매립됐다.

매일 수백대의 덤프트럭이 드나드는 것에 놀란 주민들은 군청에 신고했고, 사태 파악에 나선 하동군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덤프트럭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밤낮으로 슬래그를 실어 날랐다.

25.5톤 트럭으로 하루 600대분의 물량을 한달 가량 쏟아낸 결과 1만7400대분의 페로니켈 슬래그가 땅에 묻혔다.

불법 매립에 해당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하동군청이 J씨를 경찰에 고발했지만 실형은커녕 벌금과 집행유예에 그쳤다.

현재 하동군 금남면 일대 8만2299㎡ 부지에는 최고 8미터 깊이의 페로니켈 슬래그가 묻혀 있다.

2019년 12월 8만2299㎡ 부지에 25.5톤 트럭 1만7400대분이 불법으로 매립됐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방치되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2019년 12월 8만2299㎡ 부지에 25.5톤 트럭 1만7400대분이 불법으로 매립됐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방치되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8만2000㎡ 부지에 8m 깊이로 매립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의 해당 부지는 2006년 온천이 발견되면서 골프장, 마리나, 콘도 등의 개발이 추진되던 곳이다. 한국자산신탁에 신탁됐고 사업부지 관리는 한려 주식회사 위임을 받았다.

SNNC에 따르면 페로니켈 슬래그는 페로니켈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부산물이며, SNNC의 부산물 제품이다. 

포스코 자회사 SNNC 측은 돈을 받고 TSA라는 업체에 페로니켈 슬래그를 판매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TSA는 J씨에게 페로니켈 슬래그를 판매했다고 주장하는 업체다.

재활용 과정을 거쳐 프라임 샌드로 만들었고, 이를 정당한 가격을 받고 판매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운송비를 지원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SNNC에서 페로니켈 슬래그를 실어 하동군으로 옮긴 TSA 역시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돈을 주고 페로니켈 슬래그를 구입해 J씨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페로니켈 슬래그를 실어 나른 TSA는 “J씨가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자신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해당 부지는 J씨 소유가 아니다.

결국 막대한 양의 불법 매립 책임은 J씨에게 돌아갔고, J씨는 벌금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SNNC는 물품대금을 받고 TSA에 페로니켈 슬래그를 넘겼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운송지원비가 지급됐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SNNC나 TSA 모두 함구하고 있다. 반면 J씨는 페로니켈 슬래그를 공짜로 넘겨 받았으며 운송도 무료라고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자료=환경일보 편집팀
SNNC는 물품대금을 받고 TSA에 페로니켈 슬래그를 넘겼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운송지원비가 지급됐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SNNC나 TSA 모두 함구하고 있다. 반면 J씨는 페로니켈 슬래그를 공짜로 넘겨 받았으며 운송도 무료라고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자료=환경일보 편집팀

비상식적인 J씨의 불법 매립

SNNC와 TSA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J씨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껏 사비를 들여 구입한 페로니켈 슬래그를, 남의 땅에 불법으로 매립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다. J씨는 페로니켈 슬래그 구입 비용뿐만 아니라 이를 매립하는 데 필요한 장비 대여료까지 부담했다고 한다. 

그런데 J씨의 주장은 두 회사와 다르다. J씨의 주장에 따르면 애초에 페로니켈 슬래그는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 공짜로 받은 것이었고 심지어 운송도 무료였다.

J씨는 “신탁된 부지가 다시 팔리기 전에 페로니켈 슬래그를 매립하고 흙을 섞은 후 잔디를 심어 보상을 받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물건 값을 치른 것이 아니라 공짜라서 받았다는 것이다.

돈을 주고 페로니켈 슬래그를 구입한 후 이를 남의 땅에 장비 대여료까지 지불해서 불법으로 매립했다는 J씨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진=김봉운 기자
돈을 주고 페로니켈 슬래그를 구입한 후 이를 남의 땅에 장비 대여료까지 지불해서 불법으로 매립했다는 J씨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진=김봉운 기자

3자 중 적어도 1명은 거짓 진술

SNNC와 TSA, J씨 3자 가운데 적어도 1명은 거짓말을 했다. 어쩌면 3자가 모두 거짓을 말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3자가 모두 진실을 말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페로니켈 슬래그 거래에 대해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J씨가 거짓말을 했다면 포스코 자회사인 SNNC와 TSA는 사기꾼 한 명에 놀아나 남의 땅에 불법으로 매립하는 일에 들러리를 선 셈이 된다.

반대로 J씨가 진실을 말했다면 SNNC와 TSA는 J씨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남의 땅에 폐기물을 묻은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페로니켈 슬래그는 돈을 받고 판매할 만큼 가치 있는 재활용품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할 폐기물에 불과하고, SNNC가 지원한 운송비는 다름 아닌 폐기물 처리용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페로니켈 슬래그(Prime Sand)에 대해 친환경 인증을 내준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엉터리 기술에 보증을 선 셈이 된다.

한려 측은 불법 매립이 J씨 개인의 사기행각이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일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고 형사고발 조치를 취했다. 정확한 진실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동군청 관계자는 “땅 주인 측에서 처리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라며 엉뚱한 말을 하는 등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김봉운 기자
하동군청 관계자는 “땅 주인 측에서 처리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라며 엉뚱한 말을 하는 등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김봉운 기자

베일에 쌓인 슬래그 가격

SNNC나 TSA 모두 페로니켈 슬래그를 판매한 가격이 얼마인지, 운송비용을 얼마나 지원했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페로니켈 슬래그 가격에 대해 밝힌 사람은 J씨가 유일하다. J씨는 페로니켈 슬래그를 운송비를 포함해 공짜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려는 불법 매립과 관련해 해당 사안을 경찰에 고발했고 하동경찰서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다.

취재진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TSA를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됐지만 SNNC까지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동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간단한 사안이 아니고 엮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수사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사태 파악 못 하는 하동군청

그렇다면 하동군청의 입장은 무엇일까? 하동군청 관계자는 “처음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고 이후 불법매립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며 “현재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상태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다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 방안도 고민해 봤지만 J씨가 재산이 전혀 없고 회사도 부도난 상태여서 행정대집행 후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하동군청은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동군청 관계자는 “땅 주인 측에서 처리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며 엉뚱한 말을 했다.

신탁회사가 맡아둔 토지를 위해 수십억원을 투입할 이유가 없고, 관리를 위임 받은 한려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불법 매립된 방치 쓰레기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 매립 부추겨

페로니켈 슬래그의 수상한 거래를 둘러싼 이면의 진실을 경찰이 과연 밝혀낼 수 있을까? 밝혀진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남는다.

25.5톤 덤프트럭 1만7000대 분량의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혐의로 고발된 J씨가 받은 형벌은 약간의 벌금과 집행유예에 불과했다.

지난해 방치폐기물 문제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국정감사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다뤄졌지만 환경부가 관련 규정을 강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페로니켈 슬래그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맞는지조차 불명확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페로니켈 슬래그를 일괄적으로 일반폐기물, 지정폐기물로 규정할 수 없다”며 “유해물질 검사를 통해 일정 비율이 넘으면 지정폐기물로 규정해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때그때 다르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처리업체에 수십억원의 처리비용과 약간의 벌금 가운데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할까? 환경부의 솜방망이 처벌 규정이 불법 매립과 폐기물 방치를 부추기고 있다.

SNNC “불법 개발행위와 관련 없다”

이에 대해 SNNC는 “당사는 J씨가 아니라 TSA와 계약관계에 있으며 J씨와의 직접 계약의 주체가 아니다”라며 “SNNC는 법률상 해당 불법 개발행위와 관계가 없으며 수상한 거래, 불법 매립은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사는 부산물 자원으로서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자원 재활용에 기여하기 위해 슬래그의 사용처를 다각화 하는 자원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페로니켈 슬래그는 환경부 유권해석에 따라 폐기물관리법에 의거해 생산되고 활용할 수 있는 재활용제품이며 국가 공인기관을 통해 법령 및 규격에 따른 친환경제품임에도 추측성으로 기사가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경부 규정과 관련 “페로니켈 슬래그는 국가에서 제정한 폐기물관리법과 철강슬래그 및 석탄재 배출사업자 활용지침에 따라 생산되고 활용되는 재활용제품이며 용출시험 결과 유해물질 전 항목에서 불검출 또는 기준 이내로 검출되어 물 또는 토양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페로니켈 슬래그의 처리방법이 불명확하다는 정확한 사실이 아닌 추측성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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