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건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환경일보] 환경일보와 법무법인(유) 율촌은 환경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율촌의 환경법 톡’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김태건 변호사  tkkim@yulchon.com
김태건 변호사  tkkim@yulchon.com

오래 전부터 전세계 국가들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논의하여 왔고, 이에 따라 1997년 채택된 교토 의정서에서는 배출권 거래제도를 주요 내용의 하나로 포함하였다.

주지하다시피, 배출권 거래제도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할당계획에 따라 설정된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의 범위에서, 개별 온실가스 배출업체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을 할당하고 이를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로써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기울여 할당받은 배출량보다 더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남는 할당량 상당의 배출권을 배출권 거래 시장에 내다 팔아 경제적인 보상을 얻게 된다. 기업의 이윤 창출이라는 동기를 이용하여 환경문제의 해결을 노리는 경제적인 접근의 시도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 배출권 거래제도가 본격적으로 정비된 것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약칭 ‘배출권거래법’)이 제정·시행된 2012년 경부터이다. 배출권거래법에 따라 정부는 3개년 단위의 기본계획들을 수립하여, 배출권 거래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기업들을 지정하여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하는 등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애초에 배출권 거래제도는 환경문제를 시장논리로 치환시키고자 하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인위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으므로, 제도의 정착 단계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시장을 조성하기 위하여, 민간의 참여를 제고할 다양한 유인책으로부터 일정 부분 강제력(의무의 부여)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의 일환으로 정부는 그간 일정 규모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자를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 사업자로 정하고, 배출 할당량을 준 뒤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해 왔다. 여기다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일부 사업자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에 의해 개설된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배출권에 대한 매도호가 및 매수호가를 의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거래하는 행위를 하게 하여, 배출권 거래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도록 유도하였다.

다만 이때까지 배출권의 배부분은 정부가 무상으로 할당한 것으로, 제도가 보다 수월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볼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기울여 배출권을 시장에 내다 팔 유인은 감소시키는 양면적 효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이 배출권을 얻기 위해 비용을 지출했다면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그 비용을 상쇄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것이 배출권 거래 제도의 본연의 모습이라 할 것인데, 배출권을 처음부터 무상으로 받아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비용 투자에의 경제적 동기가 적을 수밖에 없어 제도의 본래 효과를 달성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제3차 배출권 거래 기본계획이 실행되면서, 기업들에게 할당되는 배출권 중 유상으로 배분되는 비중이 전체 배출권 중 10%로 상당히 증가한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로서는 배정된 할당량의 90%를 무상으로 받고, 나머지 10%는 경매 절차를 거쳐 직접 돈을 들여 구매해야 하게 되었다.

기업들 입장에서 당장은 지출해야 할 비용이 증가하여 재무부담이 늘게 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로써 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경제적 유인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배출권 거래 제도의 본지에 걸맞는 제도의 이행으로 환경보호에 더욱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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