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표면코팅기법 SolarCOAT 증명한 주인공, 창업으로 제2의 도전
소재·로봇 접목 ‘폐모듈 플랫폼 체계’ 구축 다가서···향후 대안으로 주목

황헌 성균관대학교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를 수원시에 소재한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황헌 성균관대학교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를 수원시에 소재한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그의 30년은 언제나 로봇과 함께였다. 농업용 기계 자동화 붐이 일던 80년대 후반, 품질을 선별하고 사람 대신 농약과 물을 뿌려줄 장비를 연구한 게 시작이었다. 우연히 소재에도 눈을 뜨게 됐다. 미세함을 활용한 새롭고 무한한 가치로의 호기심을 쫓았고, 변화를 추구하면서 시대적 흐름도 읽혔다. 이젠 이름을 내걸고 사업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노후된 태양광의 기능복원과 재사용 노하우를 축적해온 황헌 성균관대학교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얘기다. 

황 교수는 지난해 에이치5(H5)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차량과 욕실용 거울의 김서림 방지제부터 핸드폰, 안경렌즈 같은 각종 표면에 살균과 광택 효과를 내는 제품을 선보인다. 모두 소재 관련 전문성이 묻어나는 아이템들이다. 수업과 연구, 사업이라는 고민까지 어느 때보다 바쁜 그를 학교 연구실을 찾아 만났다. 황 교수는 “학교에 있으면서 그동안 가르치고 연구해온 것들이 실제 구현 가치가 있단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 이윤 추구보다는 활동의 마침표로써 공익적 접근으로 봐달라”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자신의 노하우가 태양광 패널의 기능을 복원시키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자체 개발한 140nm(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표면코팅 소재 ‘SolarCOAT’ 기법이 그 핵심이다. 건물 유리창만 해도 오래 방치되면 찌든 먼지가 잘 닦이질 않듯, 태양광 패널은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빛의 투과 정도가 최대한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SolarCOAT의 효과에 대해 “먼지부착을 최소화시키고 유기오염물질도 제거돼 스스로 세정되는 기능을 유발한다”며 “출력도 향상시켜 발전량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영상을 통해 SolarCOAT 적용 전후 차이에 대한 실험 결과를 기자에게 소개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황 교수는 영상을 통해 SolarCOAT 적용 전후 차이에 대한 실험 결과를 기자에게 소개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코팅액제를 얇게 펴 바르고 난 뒤 비교해 본 영상 속 차이는 확연했다. 코팅된 패널로 떨어진 먼지는 말끔하게 사라졌고, 물을 뿌리면 물방울 상태로 주르륵 흘려 내려갔다. 코팅 전 패널이 먼지가 검게 흡착되거나 물기가 남아있던 것과는 달랐다. 이처럼 기능을 복원하면 10년까지도 추가로 보장할 수 있다고 황 교수는 자신했다. 실제 기술적 완성도는 세계시장에 나와 있는 경쟁품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각종 기능을 한 데 모아 일체형으로 구현한 점은 각각 개별적으로만 가능한 타사 기술과 구별되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오래된 태양광 패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은 단지 고물을 가져다 세척해 쓰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균일하게 청소하고 코팅할 수 있는 공정과 장비를 필요로 한다. 황 교수가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엔 로봇을 연구해왔던 노하우가 크게 작용했다.

줄곧 기계와 밀접한 활동을 이어오다 나노소재에 대한 관심으로 태양광 패널 오염에 주목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을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여러 소재를 연구하면서 태양광 패널의 세척진단에 활용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4가지 방향으로 접근했다. 첫째는 사람이 장비를 써서 수작업을 하는 것, 다음은 로봇을 풀어서 가정용 청소로봇처럼 활용하는 방안, 또 A/S업체들이 휴대용 장비를 구입해 쓰는 식에 더해 마지막으로 드론을 접목한 방식이다.” 

태양광 모듈 세척진단용 로봇 테스트 과정 /자료제공=황 교수 연구팀
태양광 모듈 세척진단용 로봇 테스트 과정 /자료제공=황 교수 연구팀

연구는 주로 학교에 주어지는 정부과제를 통해 진행했다. SolarCOAT 기법에 지능형 로봇과 드론이라는 장비까지 아우른 ‘노후 태양광 모듈 기능복원과 재사용의 플랫폼 서비스’가 가능한 지금으로 그는 수준을 끌어올렸다. 당장의 상업적 성과물을 기대하기 힘든 연구 조건 속에서도 근접한 성과를 낸 셈이다. 코팅기법이 적용된 태양광 패널의 출력은 3~10%, 누적 발전량의 경우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까지 높이는 효과가 입증됐다. 경사진 태양광 패널 사이를 문제없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로봇과 드론도 보완했다.       

SolarCOAT 기법에 로봇과 드론 더해진 
‘노후 태양광 모듈 기능복원·재사용 플랫폼 서비스’ 모습 갖춰

 

가격경쟁력과 기술완성도 충분···정책적 관심 더해져야

 

“수명 다한 폐모듈 2027년엔 한해 5800여톤 이를 것” 깊어지는 고민

 

정부와 시범사업 통해 노하우 공유하고파

 

태양광 폐모듈의 발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태양광주택 10만호 사업을 시작으로 2014년 말까지 총 2481MW(메가 와트)가 보급돼 당시에만 약 25만톤의 잠재량을 기록했다. 수명을 15~30년으로 가정했을시 2022년 한해에만 약 1612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 폐모듈의 양은 오는 2027년엔 5802톤(1년치)까지 폭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황 교수는 기능을 복원해 재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이 시점에 정부가 더욱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태양광패널 폐처리센터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앞으로 늘려갈 수 밖에 없지만, 무조건 폐처리시키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사람으로 치면 장기이자 자동차의 엔진과도 같은 셀(Cell) 부분만 멀쩡하면 기능을 복원해 재사용할 수 있는 쪽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처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기능복원 비용이 많지 않고, 복원시킨 물량을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 원조 내지는 수출할 수 있다는 활용 가치도 이유로 들었다.    

황 교수가 비치된 드론을 예로 들며 연구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황 교수가 비치된 드론을 예로 들며 연구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사업가로서의 활동을 알린 만큼 시장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했다. 기능을 복원한 패널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려하는 중국산 제품보다 많이 낮출 수 있을 뿐더러 10년 가량을 또 보증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진전됐음을 자부했다. 따라서 태양광 패널 설치 비용을 일부 보조하는 지자체들이 부담없이 아예 무상 지원할 수 있는 아이템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해서 황 교수는 기능복원센터와 폐처리센터가 연계된 인프라의 조속한 확충과 중고 패널을 인증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의 마련을 정책당국에 요구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노후 태양광 패널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서 기능복원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시범사업을 정부와 공동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더 나은 방안을 찾아온 노하우를 전달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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