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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김도희 기자] 공항이나 백화점 같은 대형건물이 눈에 띄는 냉난방장치 하나 없이 사계절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돌아가는 송풍기 덕분. ㈜금성풍력(대표 정형권)은 국내 공조용 송풍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규모와 매출 등에서 스케일업을 실현하며 성장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몸에 허파가 있다면, 건물에는 송풍기가 있다. 물론 건물 크기나 용도에 따라 적용되는 송풍기는 달라진다. 현재 국내 송풍기 관련 기업은 200여 개. 이중 규모가 가장 큰 ㈜금성풍력은 공조용과 산업용 송풍기에 특화된 기업이다. 대형건물에 들어가는 공조용 송풍기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며, 삼성전자나 SK하닉스 등에 납품하는 산업용 송풍기가 40%, 기타 송풍기가 10% 정도다. 

“금성풍력의 공조용 송풍기가 설치된 대표적 건물이 인천공항이라면, 산업용 송풍기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 사용 중입니다. 반도체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예민한데, 창문 하나 없는 반도체공장에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송풍기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죠.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은 송풍기를 선정하는 기준도 매우 까다로워 금성풍력을 포함한 두 군데 제품만 쓰고 있는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사용하는 송풍기라면 최고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의미로 통하죠.”

국내 최초로 미국 AMCA 인증을 받은 기술

엔진을 직접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로 자동차 기업의 기술을 가늠하듯, 송풍기 기업은 자체 기술로 날개(Fan)를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금성풍력은 전량 수입산에 의존하던 공조용 송풍기의 핵심부품인 날개의 금형 개발을 시도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국산화의 길을 열었다.

“대부분 사업을 접던 1997년 IMF 때 금성풍력은 오히려 국산화에 투자했죠. 그때 개발한 제품이 비행기 날개의 단면 모양을 응용한, 원심팬 중 가장 전통 모델인 에어포일팬(Air Foil Fan)입니다.” 

고효율에 소음은 낮고 고속회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콤팩트하다는 특징을 지닌 에어포일팬은 이후 금성풍력의 대표적으로 자리 잡으며 공조용 송풍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이끌었다. 산업용 송풍기 시장은 터보팬(Turbo Fan)이 휩쓸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호평을 받은 터보팬은 금성풍력의 제품 중 가장 고압용으로, 고효율에 고속운전은 기본이고 최적화된 설계로 고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액세서리 적용 또한 가능하다. 금성풍력의 이 같은 기술력은 가장 공신력 있는 해외인증을 통해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2005년 순수 국내 기술로는 최초로 미국 AMCA(Air Movement & Control Association international INC, 미국 공기이송 및 조정협회)로부터 Air performance Seal(Airfoil Fan & Sirocco Fan)을 인증받았으며, 2009년에는 Air performance Sound 인증을 획득해 소음에 대한 객관적인 신뢰도를 높였다.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AMCA로부터 효율등급인증(FEG, Fan Efficiency Grades)을 취득했다.

탄탄한 기술력에 인증을 통한 신뢰도까지 더해지면서 금성풍력은 거래해온 대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동반하는 쾌거를 거두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 지은 삼성전자 갤럭시공장에 들어가는 송풍기 전량을 비롯해 SK의 체코 반도체공장과 LG케미컬의 미국 배터리공장 등에도 금성풍력의 제품이 들어가는 등 수출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송풍기 단일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

1975년에 창업한 금성풍력은 올해로 46년을 맞은 장수기업이다. 업계에서는 드물게 창업주 정동기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정형권 대표가 가업을 승계했다. 그런 만큼 부담이 적잖았지만, 수치로 드러나는 정형권 대표의 경영성적표는 합격점을 훌쩍 넘어섰다.

금성풍력은 창립 이래 10년 주기로 공장의 규모를 3배씩 키워왔다. 1980년대 서울 구로동(200평), 1990년대 인천 남동공단(650평), 2000년대 인천 남동공단 2,000평에 이어 2010년대에는 충남 아산테크노밸리에 무려 6,000평의 공장을 신축했다. 특히 2017년에 지은 아산테크노밸리공장은 정형권 대표가 추진한 첫 공장으로 송풍기 단일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최신화된 제조설비와 원스톱 일괄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듬해에는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3대 규모의 멀티 노즐 챔버를 완공함으로써 보다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멀티 노즐 챔버의 시험결과가 집약된 신제품인 Smoky Wall은 화재 시 연기로부터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으로, 건물의 주차장 등 지하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팬룸이 없는 곳에 최적화되었다.

이처럼 꾸준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2019년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한 금성풍력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재무상태는 더 건실해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처럼 그간의 내공에 정형권 대표의 추진력이 더해지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의 기업으로 우뚝 선 금성풍력은 업계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왔다. 1997년 국내 최초로 Fan Selection Program을 개발한 게 대표적인 예.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풍량, 정압, 모델만 선택하면 최적화된 송풍기 모델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이 프로그램은 누구든 금성풍력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해 쓸 수 있도록 오픈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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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권 대표는 요즘 바쁜 와중에도 선배 기업인들을 만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정동기 회장의 경영철학을 잇는 한편 더 좋은 제품으로 고객 만족에 부응하고자 듣고 배우는 겸손한 기업인의 자세를 잃지 않겠다는 정 대표. 그는 훗날 기업의 성장사와 더불어 가업 승계한 2세 경영인의 모범 사례로도 금성풍력이 회자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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