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상향, 구체적인 수치 없이 공허한 말장난만

[환경일보]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세계기후정상회의를 계기로 ‘기후악당’이라는 꼬리표를 뗄 것이라는 기대는 허망하게 사그라졌다.

4월22일 지구의 날 열린 세계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기후변화 대책은 2019년 발표의 재탕에 지나지 않았다.

BAU 기준을 절대량 기준으로 바꾼 점, 정확한 목표 수치가 아닌 ‘앞으로 상향하겠다’는 모호한 표현은 2019년과 같았다.

NDC 목표 상향마저 마치 인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NDC는 후퇴 금지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세계 모든 나라가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

2019년 당시에도 신규 석탄발전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말했지만, 추진 중인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조기 폐쇄된 석탄발전소보다 새로 만들어질 석탄발전소의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도 조용히 묻혔다.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 중단도 마찬가지다. 이미 추진 중인 해외석탄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게다가 국내 석탄발전은 그대로 유지하고, 신규 석탄도 변함없이 추진하면서 해외 공적 금융 지원만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지구 전체로 볼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해외석탄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기로 한 기존의 투자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해외석탄 투자 중단’ 선언은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하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2050년에는 순배출 제로, 다시 말해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50% 감축과 탄소중립의 구체적인 시한도 제시하지 않고 ‘탄소중립은 이루겠지만, 언제까지라고는 안 했다’와 같은 말장난을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2030년 감축량은 기존 목표치를 그대로 제출했고, 유엔으로부터 다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삼척 등에서는 새로운 석탄발전소가 계속 건설 중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석탄발전투자를 백지화한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대규모 토건사업도 계속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이니, ‘해외석탄투자 중단’이니 하는 것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들이 감축 목표를 적극 상향하는 것은 결국 온실가스 감축이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산업경쟁력을 핑계로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기후악당’이라는 비난과 함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당장 사회 전체가 체질을 개선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