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보호 최우선으로 합리적 제도정착 힘 모아야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 중대형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안전사고예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안전한 환경 구축에 대한 투자는 없이 산업재해는 이어졌다.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나서야 후진국 형 중대재해를 막자며 경영책임자와 기업을 처벌하는 특례법 제정이 추진됐다.

경제단체들은 과도한 처벌 규정을 이유로 법 제정을 반대했지만, 결국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법률 공포 1년 후인 2022년 1월에 시행하되,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공포 3년 후 시행한다.

이 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제반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부상자나 질병자 발생 중대 재해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기업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대기업 처벌을 통해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무리라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과 모순된다는 주장도 있다. 파견법상 원청업체는 하청 업체 근로자에게 구체적으로 지휘 및 감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재발생 가능성이 높은 조선·철강·화학·건설 등 업종이 해당된다. 그런데 안전수칙 준수에 대한 지휘 권한은 없이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만 지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중소 건설·제조업체들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기업규모별 사고들을 보면 전체 재해자·사망자의 약 90%가 노동자 49명 미만 기업에서 발생했다.

이런 기업들은 위험한 공정은 많은데, 턱없이 낮은 영업이익률로 안전설비에 투자할 여력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사고라도 나면 당장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는 의미다.

이달 중 중대재해법 시행령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예방이다.

경영진을 처벌해야 안전경영이 된다는 몰아가기식 사고보다는 재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의지를 바탕으로 설비교체, 교육과 훈련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최저가 입찰제를 폐지하고, 공사·작업 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대기업에게 관리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안전조치를 취할 권한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설비 설치비용 지원과 전문가 파견 교육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선할 것은 본인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조건 속에서 생명을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제는 제대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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