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경쟁 대신 특정업체 수의계약으로 23년간 독점 운영
‘군산에 지정폐기물처리업체 없어서’ 환경부 궁색한 변명

[환경일보]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지정폐기물공공처리장 운영을 특정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따내 23년이나 독점 운영하면서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환경부가 수도권매립지 관리를 위해 공사를 설립해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달리 군산 매립지는 민간업체에 맡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북 군산시 서해로에 위치한 군산 지정폐기물공공처리장은 1993년 1단계 매립을 시작한 곳으로 부지면적만 10만㎡(약 3만평)에 달한다.

총공사비 392억원을 투입해 하루 90톤 규모의 소각시설, 44만㎡의 매립시설, 하루 56㎥의 침출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정 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은 전국 단위 입찰경쟁을 하는 것과 달리 군산 지정폐기물처리장은 23년이나 특정업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사진=한솔이엔이 블로그
일정 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은 전국 단위 입찰경쟁을 하는 것과 달리 군산 지정폐기물처리장은 23년이나 특정업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사진=한솔이엔이 블로그

문제는 군산 지정폐기물처리장이 혈세를 투입해 조성한 국유재산임에도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지 않고 위탁관리를 맡긴 점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가기관 외의 자에게 재산 관리를 위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앞서 언급한 수도권매립지의 경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만들어 직접 관리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매립지의 경우 단순히 묻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립 이후에도 오랜 기간 관리가 필요하고 매립된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한 재생에너지 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곳이 필요하다.

아울러 매립이 끝난 이후에도 이를 관리할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매년 일정 비용을 적립하고 있다.

수도권은 국가에서 직접 관리

백번 양보해서 필요에 의해 민간업체에 관리를 위탁한다 해도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 행정재산은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을 통해 위탁자를 선정해야 하지만 환경부는 1998년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이를 23년이나 유지하면서 특혜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대한 환경부 답변은 ‘군산에는 지정폐기물처리인허가를 가진 업체가 제한적이어서 부득이 수의계약 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군산에 지정폐기물처리업체가 없다면, 전국 단위 입찰경쟁을 통해 더 좋은 여건으로 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

실제로 일정 규모 이상의 하수종말처리장의 경우 전국 단위 입찰을 통해 운영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계약법에 근거한 입찰방식이며, 나라장터를 거치기 때문에 일체의 잡음이 없다.

반면 환경부는 무리하게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으며 23년간 이 계약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매립지의 경우 환경부가 관리공사를 만들어 산하기관으로 직접 관리하고 있다. 매립이 끝난 이후에도 관리비용이 필요하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수도권매립지의 경우 환경부가 관리공사를 만들어 산하기관으로 직접 관리하고 있다. 매립이 끝난 이후에도 관리비용이 필요하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증설 이후에도 기한 연장될까

한편 군산 지정폐기물공공처리장은 설비 노후화로 시설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에 군산 처리장 운영‧관리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소각시설의 신규 설치 시 ▷하루 90톤 규모의 시설은 1649억원이 필요하고, ▷180톤의 경우 3299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90톤 증설 B/C가 0.81이었고, 180톤 증설이 1.03으로 나타나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180톤 규모의 소각시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루 180톤 규모의 소각시설을 증설하려면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해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기존시설을 5년간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설 개·보수가 필요하다.

앞서 환경공단의 연구용역에서도 ‘향후 5년간 기존 소각시설을 지속 운영하기 위해 시설 개선 및 정기보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설 개·보수에는 약 42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제는 시설 개·보수를 위한 금액을 기존 운영업체인 한솔이엠이가 부담하게 되면 이후 운영권 역시 계속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솔이엠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생활폐기물처리장은 1회 수의계약 후 입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정폐기물처리장은 환경부 시설이기 때문에 5년 계약 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한솔이엠이의 입장을 종합하자면 ‘국가시설이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이지, ‘반드시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아니다. 23년 독점 위탁운영의 이유가 되기에는 충분치 않다.

게다가 민간업체가 운영을 맡았기 때문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처럼 사후관리를 위해 일정 비용을 적립할 필요가 없다. 2017년 매립이 끝난 매립장 관리비용은 환경공단을 통해 지급되는데, 다시 말해 혈세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지정폐기물 처리장이라는 공공시설물을 어떻게 특정업체가 23년이나 독점해서 운영할 수 있었을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가지 않는 경우다. 그리고 이에 대해 환경부 입장을 종합하면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환경부 담당자는 “정책적 판단에 의해 진행됐으며, 기존에 운영하던 업체가 시설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 아니겠는가”라며 “앞으로의 위탁운영 업체 선정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답변했다.

지정폐기물 처리라는 공공의 책임을 민간업체에게 떠맡긴 것도 모자라 수의계약으로 23년이나 독점 운영을 맡긴 것에 대한 이유치고는 지나치게 궁색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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