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금지 등 벌과 생태계 보호 노력 서둘러야

할리우드 유명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몸에 벌들이 달라붙은 사진이 공개됐다. ‘벌의 날’을 맞아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벌인 행사의 한 장면이었다.

유엔은 2017년 12월20일 115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매년 5월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했다. 벌이 생태계의 지킴이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체수가 격감하는 심각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벌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곤충이다. 벌이 사라지는 원인은 기후위기, 살충제, 전염병, 환경오염,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및 생태계 감소 등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만연해 있는 산업농은 넓은 땅에 단일작물을 재배하면서 엄청난 양의 비료를 사용해 문제가 된다.

벌들은 살충제와 살균제 등 유독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일벌들이 모아온 오염된 꽃가루를 먹는 유층과 일벌 등은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농약으로 인해 폐사하는 벌의 개체수는 전체 죽는 벌의 10% 이상이다.

벌을 살리기 위해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유럽연합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라는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농약은 신경 자극성 살충제로서 벌의 기억을 앗아가고 여왕벌의 개체수도 줄일 만큼 위협적이다. 벌의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든 2006년 피해가 심했던 곳은 북미와 유럽 지역이었다.

양봉업이 발달한 슬로베니아는 유럽 양봉업의 심장으로 불리는데 종사자는 인구 200만 명중 1만 명에 달하며 관련 학과도 170여 곳에 이른다.

슬로베니아의 양봉가들은 벌이 사라지면 꽃가루 매개자가 없어지고 꽃은 수분을 할 수 없게 되고, 인간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싸우다 결국엔 굶어 죽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턱없이 부족하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네덜란드에서는 벌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대나무로 벌 집을 만들어 도시 곳곳에 설치하고, 버스정류장 위에도 식물을 심어 벌이 쉬어갈 장소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가지 대안으로 건물이나 주택 정원, 공원 등에 벌통을 설치하는 도시양봉을 통해 사라져가는 꿀벌을 도시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도시에는 꽃과 나무는 적지만, 겨울철 온도가 높아 벌들의 생존율이 높고, 농약이나 살충제로 인한 위험이 덜해 유리한 점도 많다.

생태계는 자연은 물론이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생태계 속에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갖가지 식량자원, 의약품 원료 등을 얻을 수 있다.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도 생태계가 완충지 역할을 하면서 인간세계로의 전파를 막아준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저 생태계가 복원되길 기대하며 최소한의 조건을 제공할 뿐이다.

벌이 사라지면, 사람도 더 이상 살 수 없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필요한 조치들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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