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양면성··· P4G 정상회의 그린워싱화 시키고 있어
“기후위기 문제, 희생 아닌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투자하는 일”

'2021 P4G 서울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5월29일, 회의 장소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서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를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2021 P4G 서울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5월29일, 회의 장소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서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를 만났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2021 P4G 서울정상회의’가 5월30일부터 온택트 방식으로 열렸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해 글로벌 협의체들이 한국에서 뭉친 것이다. 녹색회복,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등 전 인류적 숙제를 풀어 갈 중심 무대가 된 셈인데, 한쪽에선 “번지르르 한 선언으로 포장한 채 행동하지 않고 있는 한국정부는 녹색분칠을 멈추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행동 단체 ‘김공룡과 친구들-청년기후긴급행동’의 얘기다. 6명의 운영위원 중 한 명인 대학생 강은빈씨(24)를 P4G가 열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서 만났다.  

Q.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어떤 조직인가

A. 젊은 층이 모여 함께 환경적 해법을 모색하는 스터디 그룹들은 여러 개 있다. 다만 우리는 실제적인 액션을 통해 적시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조직이다. 그 점이 구별되는 특징이다.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했다.  

Q. ‘김공룡과 친구들’이라는 수식어가 흥미롭다

A. 기후위기는 접근이 어렵고 대중들에게 멀게 느껴지는 주제다. 실질적인 행동을 하는 단체이니 만큼 우리의 에너지를 전달할 닉네임을 찾으면서 붙여졌다. 인류도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하러 온 공룡이란 의미다. 

Q.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활동에 수반되는 것들이 많을 텐데 

A. 그렇다. 행동을 기획하고 우리가 전달한 메시지를 만들어 언론에 알리는 작업 등이 필요하지 않겠나. 현수막 제작이나 사무용품 구입 비용, 교통비 같은 것은 자체적으로 마련한다.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활동의 밑천을 후원 받기 위한 공통계좌를 열어두고 있다.  

Q. 중앙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을 방법이 없나 

A. 정부의 지원은 일절 없다.

강은빈 활동가는 환경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넓혀 공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 투자 방식이라고 밝혔다. /사진=최용구 기자
강은빈 활동가는 환경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넓혀 공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 투자 방식이라고 밝혔다. /사진=최용구 기자

Q. 대학에 재학 중이다. 평소 환경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것인가.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올해 4학년이다. 처음에는 쓰레기에 대한 피로감에서 시작했다. 나 혼자 분리수거를 잘 한다고 바뀔 수 없는 법과 제도가 얽힌 문제였다.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동참할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 와중에 학교 게시판에 붙은 기후위기 강연 전단이 눈에 띄었다.

Q. 4학년이면 진로 선택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할 시기다. 활동을 병행하기가 버겁지 않나 

A. 환경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넓혀가고 싶다. 학교생활에 미련이 없을 정도로 지금의 활동에 만족한다. 정치외교를 배우고 싶어 대학 진학은 했지만 졸업에 연연하지 않는다. 

Q.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등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A. 취업할 생각은 없다. 가난해도 아르바이트만으로도 먹고는 살 수 있다. 정치외교라는 학문을 바탕으로 세계와 사회를 어떻게 이해할까를 전부터 고민해 왔다. 나에겐 환경적 담론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공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 그 답이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투자하는 일이니 희생으로 보지 않고 스스로의 자아도취도 아니다. 취업준비를 하며 인생에 투자하는 이들이 있듯 나만의 투자 방식이다. 

지난 5월24일 진행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서울시청 앞 광장 기자회견 당시. P4G 개최국 한국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신규 석탄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규탄했다. /사진제공=청년기후긴급행동
지난 5월24일 진행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서울시청 앞 광장 기자회견 당시. P4G 개최국 한국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신규 석탄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규탄했다. /사진제공=청년기후긴급행동

Q. 그 환경에 관한 담론, 실현 가능성은

A. 그전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어쨌든 법제화가 돼야 하고 관련해서 쓰일 예산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전환을 당면 과제로 삼으며 기후위기가 닥쳤다는 것은 인식하지만, 자본주의 메커니즘 속에서 여전히 환경은 돈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외부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언젠가는 누군가 해결할 것이라 착각하며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이유다. 정치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결국 압박하는 그룹 있어야···행동에 포커스

말로만 친환경, 환경 담론 확대 시급

기후위기는 정치적 결단 필요한 일 

Q. 정치적 쟁점이 돼 버리면 본질이 퇴색될 우려도 있지 않나

A. 우리사회 전반에는 정치에 대한 피로가 있다. 본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이슈에 정치가 들러붙어 가타부타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다. 기후위기를 놓고 최대한 정치적인 연결로 비춰지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하지만 언급했듯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는 관점에서 정치적 행동을 배제하고는 답이 보이질 않는다.

Q. 청년기후긴급행동이 출범한 지 1년 6개월여가 지났다. 행동가이자 정치외교학도로서 그동안 어떤 변화가 보였나 

A. 특히 환경문제를 놓고 보면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은 ‘기성의 보수 양당’ 프레임과 다를 바 없다. 그린뉴딜,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등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힘이 없다는 대처로 집권을 했지만 정작 이후의 모습은 우리를 대변한다던 그때와 달라서 유감스럽다. 시쳇말로 ‘니들이 떠드니까 들어는 줄게’라는 식의 피상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선이 시급한 우리 사회의 과제다.

Q. 최근 P4G 정상회의에 앞서 5월24일,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녹색분칠을 멈추라며 ‘그린워싱 중단’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A. 그렇다. P4G 정상회의는 정부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민관협력사업을 발굴하고 개도국의 대응을 지원한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의 양면적인 행보는 이러한 국제 행사를 그린워싱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석탄발전 사업(붕앙-2호기, 자와 9·10호기)의 투자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척과 고성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립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자본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이끌어 가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인 한국의 탄소중립 얘기는 번지르르하고 공허한 선언일 뿐이다. 

지난 5월26일 국회본관 앞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50%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 자리에서의 연대 발언 당시. /사진제공=청년기후긴급행동
지난 5월26일 국회본관 앞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50%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 자리에서의 연대 발언 당시. /사진제공=청년기후긴급행동

Q. 정책 당국의 역할도 강조된다

A. 물론이다. 정부가 환경 담론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본질적으로 살펴야 한다. 특히 환경부는 개인의 윤리나 일상 속 작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자원 소비에 민감해야 하고 일회용 배출을 줄이려는 실천이 기본이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재사용이나 재활용 촉진, 나아가서 배출 자체를 줄이기 위해 기업에 제대로 된 책무를 부여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자본주의에서 환경을 외부비용으로 치부하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얼마큼 절실한 고민을 해오고 있느냐의 문제다. 

Q. 어려운 얘기다. 우리 개개인도 환경은 지키고 보존해야 하지만 내 돈을 들여야 한다면 또 다른 문제로 보기 일쑤다  

A. 기후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다. 우리의 주권이 반영되고 그를 통해 다수를 생각한 정책이 만들어지는 당연한 시스템이 흔들리는 문제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별다르지 않다. 기후위기는 지역과 계층을 모두 초월하는 공공의 문제이기에 갈등을 조절할 연대가 필요하다. 탈석탄으로 석탄노동자의 활동이 막힘에 따라 공통의 고민이 요구되는 것은 단적인 예다. 모두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위기로 봐야 한다. 우리 단체부터도 각 지역별 현장을 찾아 그들의 고민을 같이 목격하려고 한다.  

더 많은 현장의 고민 찾아 나설 것

언론의 관심과 성의 중요해 

대가바라는 희생아닌 나의 인생투자

Q. 앞으로의 계획으로 보면 되겠나. 코로나 여파는 없을까          

A. 현장의 활동을 좀 더 구체화시킨 단체로 성장하자는 내부의 목소리가 있지만, 사실은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 무엇보다 집회 활동에 제약이 많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얻을 기회가 중요한데, 비대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줄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Q. 혹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나 

A. 얼마나 관심과 성의 있는 보도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일례로 같은 P4G 정상회의를 다뤄도 기관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주는 그대로 싣기보다는, 그 속에 빠진 부분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관심을 기울이고 일부의 작은 목소리라도 담아내 줄 수 있는 언론이 돼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Q. 이 사회에 환경적 담론이 하루속히 형성돼야 할 거 같다

A. 앞서 언급했듯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은 나만의 인생 투자이다. 대중적으로 환경적인 담론을 확산시키려는 게 꼭 무슨 업을 쌓아서 특정 정당에 입성하기 위한 플랜도 아니다. 단지 스스로가 꿈꾸고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고, 내 문제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한쪽에선 같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녹색당 들이 기후정의를 위한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한쪽에선 같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들이 기후정의를 위한 단식투쟁을 하고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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