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해양수산부 보호규정 무시하고 돌고래 보기 위해 근접 운행

[환경일보] 지난 24일 핫핑크돌핀스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모니터링에서 제돌이를 만났다. 2013년 제돌이와 함께 야생 방류돼 자유를 되찾은 춘삼이와 삼팔이도 바로 옆에 모여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돌고래들도 목격됐다.

이날 대정읍 앞바다에 약 70~80마리 정도의 많은 돌고래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돌고래들이 많다보니 당연히 거기에 꼬여드는 관광선박들도 3대나 된다.

저마다 돌고래들을 가까이 보려고 접근하는 선박들 때문에 오늘도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들은 시달리고 있다. 제돌이가 동료들과 헤엄치는데 그 바로 옆에 관광선박이 가까이 붙어있다.

자유를 되찾아 바다로 돌아온 제돌이가 여전히 인간의 간섭에 시달리고 있다.

선박관광이 이렇게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무분별하게 계속되는 한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돼 돌고래 쇼장으로 팔려갔다가 바다로 돌아온 제돌이는 어쩌면 아직도 ‘완전한 자유’를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돌고래들을 가까이 보려고 접근하는 선박들 때문에 오늘도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들은 시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돌고래들을 가까이 보려고 접근하는 선박들 때문에 오늘도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들은 시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이 돌고래들은 육상에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핫핑크돌핀스의 모든 사진과 동영상은 육상에서 촬영했다.

제돌이를 포함해 약 70~80마리 가량의 돌고래들은 갑자기 나타난 선박이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쫓아오자 혼비백산하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선박을 피해 달아난다.

선박 충돌로 심각한 부상 우려

이런 선박과 충돌하면 보호종 돌고래들은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하고, 심할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한반도 해역에 얼마 남지 않은 남방큰돌고래들은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선박들 때문에 제주 바다에서 점점 살아가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보호규정이 미비해 이런 위험천만한 돌고래 스토킹 선박을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가장 좋은 방안은 이미 2016년 해양수산부가 만들어 놓은 ‘보호대상해양생물(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 관찰 가이드’를 선박관광업체들이 지키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 관찰규정을 선박관광업체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목격되고 있다.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지킬 필요가 없다.

돌고래들을 가까이 보려고 접근하는 선박들 때문에 오늘도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들은 시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돌고래들을 가까이 보려고 접근하는 선박들 때문에 오늘도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들은 시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업체간 경쟁 ‘더 가까이’

그런데 대정읍 운진항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돌고래 선박관광 업체가 생겨나면서 선박들 사이에 경쟁이 생기고, 이에 따라 관광선박들이 경쟁적으로 더 가까이 돌고래 무리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관광객들을 태운 배들은 돌고래 무리 옆에서 바짝 붙어서 선수파 타기를 유도하거나, 가까이 따라붙기도 하는 등 위험천만한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제주 연안에서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들을 괴롭히는 선박관광업체들은 계속 늘어나고, 이들은 아무런 재제 없이 배를 몰며 돌고래들을 쫓아다닌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니 우후죽순 늘어나는 배들은 하루에 아무런 제한 없이 하루에도 십여 차례 이상 영업을 계속하고, 해양수산부가 마련해놓은 ‘해양보호생물 돌고래 주변 50미터 이내 선박 접근 금지’ 규정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선박 운항 횟수 제한, 감독관 또는 시민감시자 의무 승선, 규정 위반 시 신고 핫라인 개설, 규정 위반 시 벌점 또는 과태료 부과, 위반 누적 시 영업 정지 등의 적극적인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주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은 ‘선박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