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부터 ‘필름’까지···바이오플라스틱 핵심 기술로 무장한 (주)서진바이오텍

박회연 (주)서진바이오텍 대표 /사진제공=(주)서진바이오텍
박회연 (주)서진바이오텍 대표 /사진제공=(주)서진바이오텍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도시락을 시켜 먹거나 샴푸 한 통을 다 쓰고 나면 플라스틱이 쓰레기로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친환경으로 만들자.”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은 쓰레기 대란과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으로 꼽힌다. 국가녹색성장위원회(국무총리 소속)는 탄소중립 전략 가운데 하나인 순환경제 구현을 위해 필요한 해법이라고 명시했다. 지난 2010년 1~5만톤 수준이던 국내 바이오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20~50만톤까지 성장할 걸로 전망한 산업연구원의 발표도 있었다. 

아예 포장없이 내용물만 구입하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시장도 화두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와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이 필요한 기업들의 관심을 타고 전용 매장은 하나둘 늘고 있다. 당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해가려는 긍정적 신호다. 그런데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업체에게 지금의 분위기를 묻자 “정부가 기업을 육성하고 발굴하려는 의지와 체계적인 정책이 보이질 않는다”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바이오플라스틱 전문기업 (주)서진바이오텍은 생분해성 필름과 시트를 생산한다. 회사 관계자가 쌀, 나무, 숯 등을 투입해 펠릿(Pellet) 형태로 가공된 중간 재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바이오플라스틱 전문기업 (주)서진바이오텍은 생분해성 필름과 시트를 생산한다. 회사 관계자가 쌀, 나무, 숯 등을 투입해 펠릿(Pellet) 형태로 가공된 중간 재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어찌된 일일까. 업체 관계자는 당장의 낮은 가격경쟁력 때문에 관(官)의 도움이 없다면 시장 진입이 불가능한데, 사업을 촉진할 국가와 지방의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첨가하는 원료의 수입가격이 상승해 이중고에 놓였다며 한숨을 쉰다. (주)서진바이오텍은 쌀, 대나무, 해조류 등을 이용해 식물체 기반의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고 이를 가공해 ‘생분해성 필름’과 ‘시트(Sheet)’까지 생산한다. 비닐과 쇼핑백은 물론 각종 포장 용기를 제작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쥐고 있는 셈이다.

본지가 최근 찾은 충남 천안시 소재 (주)서진바이오텍의 공장에서는 제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컴파운드(Compound) 설비부터 시트를 찍어내는 시트압출기와 필름을 만드는 블로윙(Blowing) 기기들이 일사분란히 움직였다. 한쪽에선 진공 방식으로 제품을 성형해보는 테스트도 진행 중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쌀이나 대나무, 숯 등의 재료를 투입하면 융해되는 과정을 거쳐 길게 뽑아져 나오고 냉각후 잘게 쪼개진 펠릿(Pellet) 형태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작업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컴파운드(Compound) 설비부터 시트를 찍어내는 시트압출기와 필름을 만드는 블로윙(Blowing) 기기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컴파운드(Compound) 설비부터 시트를 찍어내는 시트압출기와 필름을 만드는 블로윙(Blowing) 기기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최용구 기자

본격적인 상품이 만들어지는 이어진 시트 압출의 과정은 회사가 자랑하는 강점이다. 식물성 기반의 생분해 성분 25%가 함유된 ‘바이오플라스틱 시트’를 뽑아낸다. 사전 작업을 거친 펠릿 형태의 생분해성 원료와 함께 폴리프로필렌(PP)을 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강도는 일반 플라스틱과 별 차이가 없다. ‘비닐봉지’로 친숙한 필름 생산에서는 100% 생분해 원료가 쓰인다. 현장 관계자는 “생분해성 봉지가 잘 뜯어진다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원료의 배합 비율을 조정해 강도를 보완했다”며 직접 손으로 잡아당겨 보였다. 

필름부터 시트 제작 기술까지 두루 갖춘 덕에 식품, 화장품 및 숙박업계 또한 관심을 보이며 사측과의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버려지는 쌀로 애를 먹던 한 광역지자체는 농사 지을 때 땅 표면을 덮는 멀칭(Mulching)용 제품을 문의하기도 했다. 쌀을 이용해 친환경 필름을 생산할 수 있는 서진바이오텍의 기술적 역량을 본 것이다.  

그렇지만 늘어가는 관심 속에도 회사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빅픽처만을 그릴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본지가 현장 전문가들과의 팀미팅을 통해 속내를 들어봤다.

Q. 바이오플라스틱 생산의 핵심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벤치마킹이나 문의 요청이 많지 않나

A. 아무래도 식품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우리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각종 프랜차이저 식당이나 편의점 시장, 숙박 쪽도 접촉 중이다. 특히 화장품 업계는 친환경 용기가 적용되지 않으면 아예 수출이 안 되는 리스크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직접 기업들을 찾아 제품의 장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Q. 성과는 어떤가

A.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한계다. (도시락용 바이오 플라스틱 용기를 내보이며) 이 제품 하나가 일반 플라스틱이 200원이라면, 우리 제품은 500원이 조금 넘는다. 가격만 보면 당연히 구입할 이유가 없게 된다. 대기업들도 장기적으로는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은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음식들이 포장돼 최종 7000~8000원의 가격으로 팔린다고 가정하면, 그 중에 고작 500원 더 쓰는 거다. 마음의 변화가 필요한 문제다.   

(주)서진바이오텍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제품들 /자료제공=(주)서진바이오텍
(주)서진바이오텍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제품들 /자료제공=(주)서진바이오텍

Q. 소비에서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말하는 것인가 

A. 그렇다. 큰 고민 없이 6000~7000원 하는 커피에 지갑을 열고 습관처럼 사 마시듯,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에도 그러한 의식이 잡혀야 한다. 기업들의 모습만 봐도 법과 제도로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할 시기가 올 때까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형국이다. 미래의 일이 아닌 데 말이다.  

핵심 품목 ‘시트’, ‘필름’ 생산 기술 보유 

 

종이팩 이용한 플라스틱 선보이기도 

 

시장 육성·발굴할 관(官) 의지 못 느껴···

 

친환경 소비할 시민들의 목소리 중요 

Q. 어떻게 해야 바뀔까

A. 언론이나 세미나를 통한 정보 공유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공공기관이 나서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격으로만 평가받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시장의 자연으런 흐름에 맡기면 답이 없다. 관(官)이 책임지고 진입장벽을 낮춰줘야 한다. 

Q. 탄소중립 전략 가운데 하나로 바이오플라스틱이 있다. 그런데 정부가 관심이 없다는 건가

A.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판로를 찾아오고 있는데 관련해서 세워놨던 예산들이 대폭 줄었다. 그렇다 보니 사업이 위축되는 분위기다. 환경부가 주도해서 사업을 하라고 국비를 줘도, 광역지자체의 자체 예산이 있어야 사업이 진행된다. 지자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다면 무용지물이다.

생산된 100% 생분해성의 필름. 일반 비닐과 비교해도 강도에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장 관계자가 강도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생산된 100% 생분해성의 필름. 일반 비닐과 비교해도 강도에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장 관계자가 강도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Q. 수요를 꾸준하게 하려면 

A. 결국 법과 제도다.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만들어 규정해야 한다. 조달 체계도 손봐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잘 돼 있는 것도 있지만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아직 예외다.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 ‘분리수거를 잘 하자’, ‘단일소재의 플라스틱을 만들자’ 정도에 그치지 시장을 육성하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질 않는다.       

Q. 관(官)에만 의지해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먼저 나설 수도 있지 않겠나

A. 그게 빠를 수도 있겠다. 어차피 소비의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강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술을 개발하고 제조적 역량을 채워오기에 바빴다.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렇게 만 해도 벅찬감이 있다.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새로운 영업적 지원군이 되어 줄 수 있길 희망한다. 

다양한 생분해 원료를 통해 펠릿 형태로 가공된 재료들(왼쪽)과 우유팩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사진=최용구 기자
다양한 생분해 원료를 통해 펠릿 형태로 가공된 재료들(왼쪽)과 우유팩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사진=최용구 기자

Q. 소비자들과 관의 관심만 따라준다면 시장은 블루오션이 되는 건가

A. 가능성은 높다. 다만 원료가격이 상승 흐름에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현재 생분해 원료인 PLA(Poly Lactic Acid)와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를 필름을 만드는 과정에 넣고 있는데, 중국제품을 쓰고 있다. 그런데 중국 현지에서도 바이오플라스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수입가격이 뛰고 있어 걱정이다.   

Q. 공장을 둘러보니 데모 테스트도 진행 중이던 데, 신제품을 개발 중인가

A. 진공방식을 이용해 시트를 성형하는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역지자체로부터 쌀로 만든 필름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서 적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버려지는 쌀이 많다 보니 그걸 농사지을 때 땅 표면을 덮는 멀칭(Mulching)에 재활용하고 싶다는 요청이다. 충분히 가능하다. (제품을 소개하며)또 이건 전자업계에서 문의한 제품인 데 버려지는 우유팩을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이다. 종이로 플라스틱을 만든 셈이다. 혁신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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