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편리성 이유로 몇 배나 비싼 특정업체 장비만 고집
일괄구매 방식에서 부분 교체로 변경, 기존 업체만 유리

[환경일보] 환경부를 대행해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한국환경공단이 관리 편의성을 이유로 특정업체 설비를 고집하면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같은 성능의 장비를 두고 몇 배나 비싼 특정방식의 장비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굴뚝원격감시체계 구축사업은 사업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자동측정기기로 상시 측정하고 이를 관제센터와 온라인으로 연결해 배출상황을 24시간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미세먼지 감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시간으로 대기오염물질 자료를 송수신 하고 자동 예‧경보체계로 환경오염 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 또한 데이터 모니터링, 분석 등 오염물질 측정 빅데이터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배출량, 부과금 산정자료로 쓰이는 등 과학적인 환경행정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대기오염 정보를 한국환경공단으로 보낼 때 암호화하는 네트워크 보안장치 VPN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수년 전 하드웨어 방식의 VPN 장비로 전량 교체된 이후 같은 회사의 장비만 계속 구입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굴뚝원격감시체계  네트워크 보안장치 운영에서 가격이 몇 배나 비싼 하드웨어 방식의 VPN만을 고집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굴뚝원격감시체계  네트워크 보안장치 운영에서 가격이 몇 배나 비싼 하드웨어 방식의 VPN만을 고집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호환성 이유로 기존업체 장비만 구입

VPN은 센터와 지점 간 통신을 암호화해서 데이터를 보호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다르면 서로 통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센터에 먼저 도입된 회사의 장비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이전까지는 2000기의 장비가 한꺼번에 교체됐기 때문에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가 바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전량교체가 아닌 부분교체로 바뀌었고, 환경공단은 호환성을 이유로 기존 운영업체의 장비만 계속 사들였다.

이에 공정성 논란이 일었고, 다른 업체가 호환성을 해결하기 위해 센터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운영되는 하드웨어 방식이 소프트웨어 방식의 VPN에 비해 몇 배나 비싸다는 점이다.

하드웨어(IPSec) 방식의 VPN은 센터와 지점에 모두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며 소프트웨어 방식(SSL VPN)에 비해 몇 배나 비싸다.

하드웨어 방식의 VPN이 개당 150만원인데 비해, 소프트웨어 방식인 SSL VPN은 개당 40만~60만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방식이 큰 문제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환경공단이 운영 중인 전기차 급속충전기(100㎾ 단독형)의 경우 하드웨어 방식의 VPN이 아닌 소프트웨어 방식의 VPN을 저렴한 가격에 도입해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

같은 환경공단임에도 사업에 따라 다른 장비를,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 수준 차이 없어

2000개의 VPN을 교체할 경우 하드웨어 방식과 소프트웨어 방식의 가격 차이를 감안하면 최소 22억원에서 최대 48억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굳이 몇 배나 비싼 하드웨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환경공단 관계자는 안정성을 이유로 들었다.

전기자동차 충전기의 경우 정보 송수신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굴뚝측정기기(TMS)의 경우 굴뚝 하나에서 10개의 항목(오염물질 7개, 보정항목 3개)을 측정하고 있으며 사업장 한곳당 평균 2.8개의 굴뚝에 15개의 측정기기가 있다는 것이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송수신량이 많아서 장비 과열로 부하가 걸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 방식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업체의 장비를 계속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조달청에 공통적인 스펙을 제시하면 같은 장비를 계속 구매하게 된다. 통신방식이 변경되면서 업체도 같이 바꿨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특정업체의 비싼 장비를 계속 구입하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IoT를 활용한 소규모 대기배출시설 관리시스템은 소프트웨어 방식의 VPN을 이용해 신규로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말로만 검토한다는 환경공단

이에 대한 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과거라면 몰라도 현재는 소프트웨어 방식의 VPN 성능이 크게 개선돼 하드웨어 방식과 기술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굴뚝 하나당 하나의 회선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몇 배나 비싼 하드웨어 방식의 VPN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공장처럼 굴뚝이 수십개씩 있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는 하드웨어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할 수도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굳이 하드웨어 방식을 써야겠다면 대형 공장에만 운용하는 것이 가격적인 면에서 훨씬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장비 도입 논란에 대해 환경공단은 “하드웨어 방식과 소프트웨 방식의 VPN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해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으므로, 향후 소프트웨어 VPN에 대한 운영 경험과 데이터가 누적되면 두 방식의 장단점을 고려해 굴뚝원격감시체계에도 소프트웨어 VPN 도입을 검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관리 편리성을 이유로 하드웨어 방식만을 고집할 뿐이며, 굴뚝TMS에는 여전히 하드웨어 방식의 VPN만 사용되고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