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역사 자랑하는 산림보호구역을 유원지로 바꿔

[환경일보] 정부가 ‘동계올림픽 가리왕산 경기장 복원에 본격 착수했다’라고 쓰고 ‘가리왕산 곤돌라 시설을 남기기로 결정했다’고 읽는 이상한 발표를 했다.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은 즉시 복원에 착수하지만, 올림픽 유산으로서 곤돌라를 활용하고자 하는 정선 지역주민의 요구를 감안해 경기장 내 곤돌라는 복원 준비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정선군은 올해 안으로 곤돌라 운영준비를 조속히 완료하고, 운영 개시일로부터 3년 간 곤돌라를 운영하게 된다. 올해 안으로 준비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라도 곤돌라는 2024년 12월31일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더불어, 곤돌라 운영기간 종료 시 정부는 향후 곤돌라 시설의 유지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검토 기준, 방법 등은 정부에 일임된다.

곤돌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정선군에서 부담하고, 곤돌라 운영과 관련된 편의시설은 향후 복원에 지장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설치할 수 있다.

이 최소한의 범위가 어디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3년간 중앙정부나 지방환경청이 감시할 것도 아니다. 그저 정선군 혹은 운영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가리왕산은 1418년부터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자연유산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올림픽 특별법을 만들어 2014년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가리왕산을 알파인스키 경기장으로 개발하도록 허가를 내줬다.

203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은 고작 8일 사용하고 복구해야 한다. 이미 건설된 대체 경기장을 찾아 대회를 유치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강원도가 거부했고 고작 8일간 경기를 치르기 위해 수천억을 쏟아부어야 했다.

사용기간인 2018년 12월31일이 지나면 복원하도록 합의했지만 2년 반이 지나도록 국민과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강원도와 정선군은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며 ‘떼’를 썼고 결국 이것이 통했다.

그러나 곤돌라 유지와 가리왕산 보호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실현 불가능하다.  곤돌라가 유지되면 가리왕산 정상부로 몰려드는 관광객에 의해 생태계가 훼손될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람객을 위한 편의시설까지 더해지면 '산'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우리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례에서 충분히 보았다.

곤돌라와 알파인 경기장이 위치한 가리왕산 하봉은 국가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핵심보호구역이다.

하봉은 중봉과 상봉까지 연결돼 있어 정상에 도달한 관광객들이 통제 없이 모든 핵심보호구역을 다니며 훼손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수백년간 울창한 푸르름을 자랑하던 산림보호구역을 유원지로 만들고 말았다. 현대를 사는 인간으로서 가리왕산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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