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미군기지들 추가오염 확인··전과정 재평가해야

국내 일부 환경단체들이 의정부 소재 미군기지 ‘캠프 시어즈’의 오염토양 부실정화를 들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대상은 국방부·의정부시·한국환경공단이며, 부실정화·정화검증부실·공무원 및 담당기관의 해태 및 법률 위반 등을 문제로 삼았다.

의정부시 금오동 산29번지 일대 약 7만4800㎥ 규모의 해당 부지는 이미 2007년 반환돼 도시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다.

문제는 지난 해 굴착공사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개발 전 학교나 주거지역에 가능한 ‘1지역’ 기준으로 정화를 완료했다고 한 곳에서 오염토가 발견된 것이다.

석유계총탄화수소(TPH) 기준 500㎎/㎏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기준치의 10배 이상인 곳도 확인됐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추가 확인된 오염부지의 위치가 과거 대규모 유류저장소가 있던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오염의 발견이 난해한 장소였거나 업무 착오 같은 이유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환경단체들은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과 의정부시, 한국환경공단 모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화사업 현장의 오염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환경공단은 정화예산 증액과 설계변경을 요청하지 않고 국방부가 하자는 대로 입을 닫았다는 것이다.

의정부시가 도시개발사업에 급한 나머지 부실정화를 승인했고, 오염토 반출처리도 묵인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한국환경공단의 태도다. 국방부는 국방을 우선하다 보니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무릎을 꿇었을 수 있다.

의정부시는 시의 발전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사업을 강행했을 수 있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잘못된 조치다.

그런데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보전정책을 현장에서 관리·감독하는 정부 산하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와 타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전국 80여개 미군기지에 대한 반환이 마무리단계에 있는데 과거 반환된 여러 장소에서 정화사업 이후 추가오염이 확인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한미군기지는 그동안 오염자 책임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지역이었다. 지난 수십년 간 기지사용에 따른 토양오염문제가 불거져왔지만,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 정부는 아무런 주장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염토양정화 책임을 묻지 못한 채 돌려받은 미군기지를 제대로 책임정화하지 않고 지자체나 민간에게 넘기는 행위는 더 문제가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동안 왜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토양정화 관련 기술 수준은 이미 상당수준에 도달해 있는데 현장에서 적용이 안되는 것은 무분별한 예산논쟁과 기존 시장의 밥그릇싸움, 지자체 공무원들과의 유착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

기후위기시대를 극복하려면 이런 부조리한 관행들 또한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에 오염토양정화와 관련한 전과정을 제대로 검토하고 문제들을 밝혀내야 한다.

관련 기관의 책임있는 역할 재정비와 더불어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토양정화 매뉴얼 또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