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 생산 과부하 심각 수준··동남아 중심 산불 발생 원인으로 지목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2015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산불에 의한 화재 현장 / 사진제공=NASA
2015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산불에 의한 화재 현장 / 사진제공=NASA

[녹색기자단=환경일보] 김선우, 김정은, 오솔잎 학생기자 = 산불은 발생 지구 곳곳에서 다양한 현태로 발생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의 산불은 다른 지역과 달리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에선 서울 면적의 14배가 넘는 숲을 파괴한 중앙 칼리만탄(보르네오섬) 전역을 뒤덮은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로 인한 산림의 피해뿐만 아니라, 함께 발생한 연기로 인해 2000년대 이후 NASA가 관찰한 대기오염 수치 중 최대를 기록했다.

NASA의 로버트 필드 박사 연구팀은 대화재가 일어났던 1991년, 1994년, 1997년 그리고 2015년의 인도네시아 공항의 가시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15년의 인도네시아가 그 전의 화재보다 오히려 덜 건조한 환경인 것이 밝혀졌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산불이 결코 천재지변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팜유” 재배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팜유는 가구, 과자, 화장품, 청소 제품 등에 쓰이는 다재다능한 식물성 기름이다.

이는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보는 제품의 절반 이상에 사용될 정도로 수요가 높다. 그래서 이를 저가에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이탄지를 대량으로 매입해 팜유 플랜테이션 공장을 만들고는 한다.

이때 땅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길을 만들어 습기를 빼는데, 이를 배수 작업(drainage)이라고 부른다. 이 배수 작업은 땅의 기반을 침식시키며 생태계를 교란한다.

또한, 팜유를 생산하는 팜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의도적인 방화로 원래 있던 숲을 없앤다. 이 두 과정은 숲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이 걷잡을 수 없게 번져 나가는 원인이 된다.

인도네시아 산불, 동남아시아에 참혹한 비극을 불러일으키다

2015년에 발생한 인도네시아 산불로 인해 숲과 이탄지가 파괴되고 연무(煙霧)라고 불리는 대규모 대기오염이 발생하였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주변 동남아 국가연합(ASEAN)의 회원국들까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보았다.

당시 산불로 인해 260만ha에 달하는 지역이 황폐해졌다. 그 결과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 수분 매개자, 그리고 멸종 위기에 처한 보르네오 오랑우탄, 수마트라 호랑이 등이 서식지를 잃었다.

더불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생물 종의 개체 수가 급감해 생물 다양성 붕괴를 촉진했다.

당시 산불 발생 지역은 일반 토양보다 탄소 저장량이 10배 이상에 달하는 열대 이탄지였다. 이 때문에 이탄지에 축적된 유기물이 산불에 연소되며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으며, 일반 토지보다 3~6배 더 많은 입자상 물질을 방출했다.

2015년 10월 인도네시아 화재로 발생한 일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 경제활동으로 발생하는 배출량인 1595만톤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당시 화재가 얼마나 끔찍한 생태재난이었는지를 시사한다.

산불은 인도네시아의 농업, 임업, 운송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유발하며 경제 발전마저 저해하였다. 산불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로 인도네시아 경제는 약 16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2015년 인도네시아 실질국내총생산의 1.8%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제적 피해는 인도네시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쾌적한 환경을 지녀 ‘정원도시(Garden City)’라고도 불리는 싱가포르에서는 연무 피해로 생활환경이 악화해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해 관광업에 큰 타격이 있었다. 학교와 회사 역시 문을 닫아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인도네시아 지역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까? 화재 피해 인근 지역에서는 대기오염지수(PSI, Pollutant Standards Index)가 1000을 초과했고, 이는 위험 수치인 300의 3배를 넘는 수치에 달한다. 대기 중의 독성 연무에는 이산화탄소, 사이안화물, 암모늄 등이 포함되어 해당 지역 인근 거주자들에게 호흡기, 눈, 피부 관련 질환을 유발하였다.

하버드와 콜롬비아 대학 연구진은 해당 산불로 인해 급성 호흡기 감염 환자 50만명이 발생하였고 10만명 이상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모두가 초래한 인도네시아 산불, 모두를 위해 예방하자

거대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언급했듯이 근본적 원인은 팜유를 재배하며 생긴 부작용이다. 그렇다면 대체재를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유채기름이나 코코넛 기름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적지만 재배할 때 상대적으로 친환경 농법을 사용해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대체재로 점찍어두곤 했다.

그러나 런던 동물학회에 따르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적은 다른 작물들을 재배했다가는 더 넓은 면적의 땅이 필요해져 오히려 기존의 9배에 달하는 생물다양성과 서식지가 없어진다고 한다.

결국 팜유를 생산하되, 함유 제품 관련 생산자와 소비 업체에게 자연환경과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업체만을 공급 체인에 추가하도록 정밀한 분류 과정을 거치게 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판매 중인 팜프리 비누 / 사진=오솔잎 학생기자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판매 중인 팜프리 비누 / 사진=오솔잎 학생기자

이 분류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RSPO이다. 이 단체는 2004년에 팜유 관련 제품의 산업에 속한 기업이 연합해 설립했고,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확립된 국제 기준을 발전시키며 시행한다. 이 단체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면, 본 제품에 RSPO 증명서를 부여한다.

점차 환경과 공정한 생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2018년에는 78개의 기업이 100% RSPO 증명 제품들로만 구성된 공급 체인을 구축했고, 늦어도 2020년까지 100%를 목표한 기업도 117개에 달했다. 이제 RSPO에게 검증받은, 산불을 일으키지 않는 기업이 실적도 좋아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