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항쟁의 거점에서 생물다양성의 최전선으로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이주창, 조영은, 홍은재 학생기자 = 멸종위기종의 천국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 ‘오름’이 최근 제주도 관광객 급증으로 생태계 평화를 위협받고 있다.

탐방객들의 발길에 훼손된 새별오름의 모습 /사진제공=홍은재 학생기자
탐방객들의 발길에 훼손된 새별오름의 모습 /사진제공=홍은재 학생기자

‘오름’은 제주도에 산재하고 있는 작은 화산체를 일컫는 제주도민들의 방언이다. 제주에는 해안에서부터 한라산 꼭대기까지 이런 오름들이 360여 개나 존재한다. 최근 오름에 생태 체험·관광 등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 오름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오름이 위치한 고도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진 식생이 분포한다. 오름의 분화구 습지는 야생의 꽃과 풀들을 비롯한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다.

2000년 람사르 습지에 등재된 물영아리 오름에는 물장군, 맹꽁이 등 여러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보호지역이 매, 조롱이 등 멸종위기 조류 종이 다른 산지 습지보다 월등히 많다고 밝혔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매와 2급인 붉은배새매, 조롱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 5종의 멸종위기종 야생조류가 확인됐으며 붉은배새매와 긴꼬리딱새의 핵심 서식지라 전했다.

환경과 기후 문제가 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로 던져지고 있는 요즘, 훼손되지 않은 오름이 주는 생태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오름은 지하수를 함량하고 기후를 조절해주는 환경 조절 역할을 하며, 그중 초목들은 대기 정화 기능을 한다. 이렇게 제주생태계와 직접 연결된 오름 주위를 개발하는 행위가 요즘 다양한 동식물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평화를 위협받는 오름 생태계

세계 평화의 섬 제주, 그러나 오름 생태계는 위기 상황이다. 제주의 전통적 행사이자 세계적 축제인 새별오름 들불 축제가 오름을 위협하고 있다. 축제를 위해 1,000kg이 넘는 화약을 사용해 오름을 불태우고 5600개가 넘는 폭죽을 사용 후 남은 잔류물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또한 잔류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 번도 조사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제주도를 알리고 오름을 자랑하는 축제가 오히려 오름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리로 바뀐 것이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관광지로 부상한 제주도는 2005년 500만이던 관광객이 2013년 1000만 명을 넘어 2019년 3000만 명을 돌파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제주 국제공항 확장 후에도 이미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해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에 제2 제주 공항을 추진하려 한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에게서는 대대적인 개발로 인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최근 10년간 20%나 거주민이 늘어난 상태며 엄청난 관광객들로 인해 이미 교통 혼잡, 쓰레기난 그리고 상하수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혜의 장관을 간직한 성산일출봉 근처에 546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환경파괴와 10개의 오름을 절취해야 하는 상황이고 밤낮없이 이착륙하는 항공기로 인한 소음으로 주변 생태계 파괴가 필연적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도를 대표하는 산책로인 올레길 투어는 몇 해 전부터 힐링명소로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버킷 리스트로 떠올랐다. 올레길은 마을길과 숲길이 주를 이루지만 가끔은 오름을 오르도록 구성돼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찾는 만큼 오름의 훼손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다. 이렇듯 제주도의 오름은 지속적이지 못한 관리와 급격히 증가한 탐방객들 때문에 몸살을 겪는 중이다. 늘어나는 관광객 수용과 편리한 항공 이용은 꼭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환경파괴는 우리에게 세대를 넘어 미래를 위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제주 오름 보존의 오늘과 내일

제주는 생태적 보존 가치가 큰 오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물찻오름과 도너리오름 등에서 시행 중인 자연휴식년제가 대표적이다. 자연휴식년제는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거나 훼손이 심한 서식지 출입을 일정기간 통제해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제도다.

제주도 오름 368개 중 164개는 국·공유지로 이 중 46개가 한라산국립공원 지역으로 체계적 관리가 진행 중이다. 반면 사유지인 204개는 재산권 등 문제로 오름의 실질적 관리는 한계가 있었다.

작년 3월 제주도는 오름과 습지, 곶자왈 등 환경자산에 관해 식생 및 실태를 파악하며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기적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을 통해 오름 자연 휴식년제 시행 전후 식생 변화 및 복원 실태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모니터링은 제주참여환경연대 주도로 이뤄지며 자연휴식년제 오름 4곳과 탐방 제한 후보에 오른 새별오름 및 용눈이 오름이 대상이다.

그 밖에도 제주도는 자연휴식년제 확대와 함께 제주오름도립공원 조성을 추진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오름의 적정수용능력을 고려한 오름탐방총량제와 오름사전예약제도 또한 고려 중이라 덧붙였다.

오름은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항쟁의 거점이자 봉수대 역할을 해왔다. 평화의 시대에서 오름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거점으로 다시 태어나 희망의 봉화를 피울 수 있어야 한다. 오름이 우리 민족을 지켜줬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오름 생태계를 지켜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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