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재활용 한다더니, 정화 대상인 토양 외부 반출 포착

코레일, 각종 의혹 제기에도 반출정화 실적·업체명 공개 거부

[환경일보] 용산역세권 개발에 앞서 토양정화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토양정화를 해야 할 오염토를 재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지 않고 처리비를 아끼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지난 2009년 역세권 개발을 위해 용산역 주변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사업부지 35만6429㎡의 70%(24만4654㎡)가 당장 토양정화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부지 일부에서는 구리·납·아연·니켈 등 중금속과 기름이 7m 깊이에서 발견됐다. 오염된 토양의 부피만 46만6482㎥였다. 구리의 최대 오염도는 2115㏙으로 기준치 50㏙의 40배가 넘었다.

콘크리트 덩어리, 폐침목, 소각재, 폐파이프 같은 쓰레기도 37만875톤이나 묻혀 있었다. 15톤 트럭 2만5000대 분량이다.

당시 추정된 토양정화 비용은 1000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정화작업에 들어가자 예상보다 심각한 오염에 비용이 치솟았다.

문제는 2013년 당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실패하면서 불거졌다. 사업이 청산절차를 밟으면서 토양정화 미지급 공사대금이 1000억원에 달했고, 토양정화는 중단됐다. 당시 공정률은 10%대에 불과했다.

이후 용산역세권 개발이 다시 시작되면서 토양정화작업에 들어갔다.

워낙 덩치가 큰 사업이니만큼 재활용업체들은 콩고물에 관심이 많았다. 토양정화 외에도 각종 재활용품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양을 토양환경보전법이 아닌 폐토사로 간주, 시멘트업체로 보내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업계의 불만도 커졌다. 재활용 처리 절차를 무사한 채 불법으로 처리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토양정화 과정에서 오염된 토양을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폐토사로 간주하고 재활용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3년 용산역세권 현장 토양정화 당시 1000억원을 투입했지만 공정률은 10%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2021년에 1400억원으로 나머지 오염토양을 모두 정화할 수 있을까? /사진=김봉운 기자
2013년 용산역세권 현장 토양정화 당시 1000억원을 투입했지만 공정률은 10%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2021년에 1400억원으로 나머지 오염토양을 모두 정화할 수 있을까? /사진=김봉운 기자

납득하기 어려운 반출 사유

코레일이 보낸 답변서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폐기물과 토양을 분리 선별해서 오염토는 부지 내 정화 및 반출정화 처리, 폐기물은 지정폐기물인지 여부 판단 후 지정폐기물이 아닌 경우 재활용 처리하고 있다.

땅 속에 오염토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폐기물이 같이 묻혀 있는 만큼 토양과 폐기물을 분리해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분리된 토양을 어째서 시멘트회사로 보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멘트회사로 토양을 보내 재활용하려면 1지역 기준에 맞춰 세척하는 것보다 더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시멘트회사로 보내는 토양의 재활용 분류코드는 R-4-2에 해당하며, 납농도는 15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재활용이 가능할만큼 깨끗한 토양은 되메움을 하면 처리비와 운송비를 아낄 수 있다. 그렇다면 외부로 반출되는 토양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진=김봉운 기자
재활용이 가능할만큼 깨끗한 토양은 되메움을 하면 처리비와 운송비를 아낄 수 있다. 그렇다면 외부로 반출되는 토양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진=김봉운 기자

그런데 1지역 토양정화 기준은 200㏙ 이하이다. 아울러 200㏙ 이하로 세척한 흙은 현장에 되메움을 하면 된다. 처리비와 운송비를 지급하면서까지 다른 곳으로 보낼 이유가 없다.

발주처인 코레일과 감독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R-4-2 유형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정화된 토양이 아닌 상기 폐기물조사 및 분석기법에 따라 폐기물로 분류된 폐토사류, 그 밖의 폐사, 점토점결폐주물사”라고 밝혔다.

즉 외부로 반출되는 것은 토양이 아니라 오염토와 분리된 폐기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진이 현장을 며칠에 걸쳐 지켜본 결과 토양이 반출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빠져나오는 트럭에 실린 물질은 누가 봐도 토양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코레일과 환경공단 측에 외부로 반출해 정화한 토양의 양이 얼마인지, 시멘트회사로 반출된 폐기물의 양과 업체 이름을 알려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내부보안규정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다른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7월2일 현재 외부에서 반출 정화된 토양은 없었다. 즉 현장에서 정화를 위해 반출된 토양은 없고, 모두 시멘트업체로 갔다는 결론이 나온다.

토양을 잔뜩 실은 트럭이 공사현장 입구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토양을 잔뜩 실은 트럭이 공사현장 입구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공사비 산정은 적절했나

여기서 앞서 언급한 모순점이 발견된다. 재활용을 위해 시멘트회사로 보낼 만큼 깨끗한 토양이라면, 처리비와 운송비를 지급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되메움을 하면 된다.

반대로 오염된 토양을 시멘트업체로 보낸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오염토는 재활용 대상이 아니라 정화대상이다.

오염토를 정화하는 대신 폐기물로 처리하면 훨씬 적은 금액으로 가능하다. 그렇기에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환경공단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직접 답변이 어려우니 코레일을 통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이 간단한 답변을 받기까지 무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주고 받은 코레일의 질의답변서는 ‘시멘트업체 이름, 폐기물 성상, 반출정화 된 토양의 양은 내부보안규정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토양을 잔뜩 실은 트럭이 공사현장 입구에서 나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토양을 잔뜩 실은 트럭이 공사현장 입구에서 나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토양정화공사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토양정화 특성상 막상 땅을 파보니 예상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이 발견돼 공사비가 더 필요해졌고, 이를 막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당시 시공사는 무려 1000억원이나 토양정화에 투입했지만 공정률은 10%대에 머물렀다. 참고로 이번 토양정화공사 사업비는 1400억원에 불과해 지나치게 적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단군 이래 최악의 토양오염이라는 용산역세권 현장. 공기업, 공공기관이라는 이름의 코레일과 한국환경공단이 과연 제대로 토양정화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지만 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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