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동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환경일보] 환경일보와 법무법인(유) 율촌은 환경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율촌의 환경법 톡’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유관동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kdyoo@yulchon.com
유관동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kdyoo@yulchon.com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금융위원회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으로서, 법령에 따라 국가기관 등으로부터 수임받은 재산의 관리 및 처분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오고 있다. 그런데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한민국 소유의 국유지를 매각하였는데, 그 토지에 상당량의 폐기물이 매장되어 있다면 그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귀속에 관한 법적 문제는 어떻게 될까?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에서 이 점을 다루고 있다. 사안에서는 원고가 2012. 7. 31.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국유지인 지목 ‘전’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2012. 9. 25.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그 후 이 사건 토지를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하였다. 그 다음 원고는 건물 신축을 위해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을 ‘대’로 변경하고 굴착공사를 진행하다가, 약 1∼2m 깊이에서 약 331톤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여 그 처리비용으로 매매대금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고, 국가에 그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다.

대법원은 매매의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이나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 매도인은 민법 제580조에 따라 매수인에게 그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을 부담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 사건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은 매매 목적물이 통상 갖출 것으로 기대되는 품질이나 상태를 갖추지 못한 하자라는 점을 인정하였다. 또한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이 본래 ‘전’이었다고 해서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객관적 상태를 달리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매매 목적물인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고 매수인이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비용이 발생한다면 매수인은 그 비용을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고, 제580조 제1항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대한민국은 폐기물 처리비용에 해당하는 손해 전액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가 아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거나 수증자에게 양도되지 않는다고도 판단하였다.

본 판결은 토지의 매도인이 대한민국인 경우에도,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에 대한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을 경합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매수인이 하자담보책임을 묻는 경우 폐기물이 매립된 국유지를 매도한 대한민국은 고의 또는 과실이 없더라도 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수 있고, 매수인은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 내에 그 권리를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매수인은 매도인인 대한민국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함으로써 매매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게 될 수도 있는데, 이 때 매수인이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다면 손해배상액은 매매대금의 범위로 제한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폐기물을 매립한 자는 토양환경보전법, 환경정책기본법 등 별도의 특별법에 의하여 정화비용 및 토지 자체에 대한 피해비용 등에 대한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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