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새해가 밝았다. 365일이 모두 사실은 다를 게 없는 날이지만 1년이 새로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1월 1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날이다. 그래서 뜻 깊게 보내고자 신년 산행이다, 해돋이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거리를 찾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이기도 한다.


기자도 사회적으로 다소 어두웠던 2004년이 빨리 지나가고 새해에는 밝고 좋은 소식들만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그 행렬에 참석했다. 동트기 한참 전인 새벽 바닷가에 몰려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추위에 덜덜 떨면서 주민들이 나눠주는 미역국의 온기로 몸과 마음을 위로하며 모래사장에 섰다. 참 많이도 모였다. 모두들 어떤 소망을 담고 그 자리에 섰는지 모르겠지만 해변을 따라 늘어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두 수평선 너머만 바라보며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2005년을 시작하는 해가 뜨려는지 하늘이 발그스래 해지더니 이내 실가락지 만큼 가는 빨간 해가 머리를 내밀고 금방 하늘 가득 햇살을 비췄다. 모여선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하면서 서로 새해를 축하해 주었다. 그 순간 흥분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아마 없었으리라. 서로 안아주고 박수치고 덕담 한마디씩 오가는 동안 새 해는 이제 어느덧 바다 위로 높이 떠올랐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전까지의 벅찬 감정을 한 번에 식히는 것이 있었다. 사람이 있다 간 자리는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이라지만 새출발을 다지는 좋은 의미로 모인 사람들이 있었던 자리라고 하기에는 그 떠난 백사장에 남긴 자국이 너무나 민망했다.



어두컴컴한 하늘에 쏘아 올렸던 타다남은 폭죽들은 시커먼 검정을 쓴 채 그대로 떨어져 있었고, 추위에 덜 떨라고 주민들이 정성껏 끓여준 미역국을 맛있게 먹던 그릇들은 여기저기 던져져 있었다. 일회용 컵이나 담배꽁초는 발 딛는 곳이면 어디나 있었고, 긴 시간 기다리며 뜯던 오징어 다리도 볼성사납게 뜯겨진 채 모래사장에 얹혀 있었다.



이런 것이 새 마음 새 뜻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자 하던 사람들의 속 마음이었나 싶은 것이 해돋이 볼 때의 흥분됐던 기분을 한 순간에 달아나게 했다. 왜 우리사회는 이런 것에 예민하지 않을까? 왜 우리사회는 특별한 날, 좋은 날에는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공중도덕 쯤은 조금은 무시된다 된다고 묵인해 주는 걸까? 묵인하는 정도가 아닌 암묵적인 약속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교육이다. 사소한 행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에는 교육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공중도덕에 대해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거창한 것들 외에는 교육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기본적인 질서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해줬으면 한다. 사소함의 중요함을, 위대함을 깨닫게 해주고 몸에 배게 해주고 실천하게 해주는 학업성취 교육이 아닌 생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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