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홍희기 교수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부 교수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부 교수

[환경일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접하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2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4차 확산의 원인 역시 이전의 확산과 마찬가지로 미흡한 환기다.

2020년대 들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감염병과 탄소중립 관련일 듯싶다. 감염병은 금세기에 들어와 사스, 메르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되어 가는 느낌이다. 한편 기후변화의 심각함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으며, 온실가스 저감은 제로에너지건물의 의무화로 이어지고 있다. 초에너지 절약 건물에서는 고기밀로 인하여 환기가 필수이나, 자연환기 또는 환기팬에 의한 단순강제환기는 에너지 낭비로 직결되기 때문에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열회수형 환기장치이다. 쾌적한 상태의 실내공기를 그대로 버리고 외부공기를 끌어오면 환기의 목적은 달성하겠지만 에너지 낭비 그 자체이다. 버려지는 공기로부터 열을 회수하여 실내로 들여오는 외부공기를 가열 혹은 냉각하는 것이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골자이며 제로에너지 건물에는 필수요소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환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아파트에 환기장치를 의무화하며 쌓인 기술력이 축적된 결과이다. 최근에는 공기청정이나 제습은 물론 냉난방까지 가능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에는 동일한 제품을 그대로 적용만 하면 되는 수준이다.

필자는 작년 스타벅스 파주 사태를 지켜보며 마스크와 거리두기만으로는 여름철 2차 확산을 막을 수 없으며 다중이용시설에서 환기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특히 환기가 더욱 어려운 겨울철에 대비하고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해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도입을 정책적으로 강구하자고 주장했다. 환기장치의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현행법으로서 일정 면적 이하의 다중이용시설에는 이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다. 사실 이 문제는 시급한 법 개정보다도 지자체장이나 중앙정부의 의지에 의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감염병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다중이용시설이다. 지난 겨울의 동부구치소에 이어 이번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전염 메커니즘은 충분히 밝혀졌다. 3밀만 피하면 대확산은 막을 수 있다. 마스크, 손 씻기, 거리두기와 더불어 충분한 환기만 이뤄지면 3밀을 막을 수 있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환기가 가장 취약하다. 미약한 자연환기나 에너지 낭비의 주범인 환기팬만으로는 충분한 환기가 이뤄질 수 없다. 맘껏 가동해 충분한 환기 효과를 내면서도 에너지 비용은 매우 적은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서둘러서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환기가 어려워지는 여름과 겨울만 되면 대확산은 반복될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이제는 백신으로도 근절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대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그리고 미래의 또 다른 감염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다중이용시설의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도입이 필수이다.

현실적인 방안도 제안한 적이 있다. 영업 손실로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푼돈 얼마 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계식 환기설비가 설치된 업소에는 높은 단계의 거리두기에서도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다면 얼마든지 자발적인 설치를 유도할 수 있다. 영세업자에게는 설치 지원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차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탄소중립과 감염병 예방을 위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적극적인 도입을 치적으로 활용하든지 공약으로 제시하면 어떨까 싶다. 언제까지 불편을 감내하면서 협조만을 당부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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