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로하는 소엽 선생의 약글(8)
[환경일보] 바람이 휘휘 돌아가는 제주돌문화공원. 제주도의 돌 문화를 집대성한 이곳에는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자연과 함께 한 백운철 원장의 신념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백 원장은 1999년 제주도와 협약을 맺고 20년간 이곳을 꾸미고 가꾸었다. 자신이 평생 모은 기암괴석(奇岩怪石)과 오래된 석물(石物) 2만점을 제주도에 내놓는 대신 그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나무를 베지 말 것, 정 안 되면 옮겨 심을 것, 공원 어느 구석이든 푸른 하늘과 봉곳한 오름이 건물에 가리지 않도록 건물도 나지막하게 지을 것. 그 결과 돌문화공원은 관광객 사이에서 “제주의 철학과 가치를 생각하는 사유의 공간이자, 자연을 최대한 살리고 인공을 최소화한 아름다운 공원”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이 공원을 두고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된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이곳에 관람객의 이동 편의를 명분으로 한 관광열차 도입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20년간 ‘자연환경을 위하는 일이 곧 인류를 위하는 일’임을 알고, 공원 조성에 나선 백 원장의 수고를 무시하는 처사다. 제주도의 자연과 문화를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 애초 공원 조성 취지인데, 공원의 가치도 훼손하는 일이다. 백 원장은 도시의 현대화로 사라져버린 돌들의 예술성과 향토성을 이 공원을 통해 끄집어냈다. 과거와 현재를 이음으로써 미래를 내다본 멋진 공간이 수익 추구의 관광지로 변질될 순 없다. 자연환경은 보편적인 가치이다. 옳지 못한 관습이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이유는 후손들에게 남겨줄 유산이고 역사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일류는 세월 속에 평가받듯 미래와 후손을 위해 자연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회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