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 중 관련법 다듬어 통과 시키고 모두가 힘 모아야

올여름도 변함없이 폭염과 산불, 폭우 등 기상이변과 대형 자연재해로 수많은 인명피해와 자연 파괴가 이어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7월 말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지역에서 1만5000㎢ 이상 면적이 불타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 지역에서 전례 없는 엄청난 규모였다.

시베리아 산불은 이미 지난 5월에 39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시작됐다. 북미지역에서는 폭염과 산불이, 유럽 및 아시아지역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계속되는 등 지구촌 곳곳이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생태계 피해도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호주 산호초 지대는 최근 몇 년 새 수온 상승으로 백화현상이 심해지면서 절반 면적이 사라졌다.

그런데 WMO 보고서는 올여름의 기상이변이 갑작스러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경고해 주목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자연재해의 빈도가 증가해 온 연장선상으로 봐야 하며, 국제사회가 협력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떨까. 올해 한국도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후위기의 피해를 염려했던 것 보다는 훨씬 경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행스러운 한편, 이 엄청난 기후재앙을 잊고 방심하다가 언젠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더 급해 보이는 여러 현안들에 밀려 기후위기 관련 대처는 여전히 모든 분야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큰 일 이라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실천은 보이질 않는다. 어디서부터, 누가 먼저 시작해야 실마리가 풀릴까.

최근 시민단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부분 국회의원들의 기후위기 대응활동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개원 후 1년 동안 발의된 10,237건의 법안 중 기후위기 대응과 직관되는 법안은 156건, 이중 실제 처리된 법안은 34건에 그쳤다.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실현 및 온실가스 감축 목표상향을 명시한 기후위기 대응법 등 122건은 계류됐다.

1년여 전 여야 구분 없이 압도적으로 ‘기후위기 비상대책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적극상향,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수립 등 약속은 표류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7건의 법률안이 통합 심사되고 있지만, ‘2030년까지 최소 50% 감축’이 법에 명시될 지 결과는 불투명하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관련법이 없으면 아무리 막대한 예산이 있어도, 우수한 공무원 집단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정치권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관련법을 바르게 다듬어 통과시키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구에서 발생 가능한 기후위기를 목록화 하고 예산과 조직 확보에 힘을 실어야 한다.

경각심을 잃지 않도록 국회 정문에 ‘기후위기 전광판’부터 설치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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