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환경문제 해결 요구는 비과학적 정책 실패로 이어져
기후변화, 위해성, 신종물질 분야 등에 장기 집중 연구 필요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사진=김봉운 기자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사진=김봉운 기자

[환경일보]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만남에서는 국립환경과학원을 어떻게 이끌지 포부를 밝히는 자리였다면, 이번 인터뷰는 소회를 밝히고 국립환경과학원의 나아갈 바를 짚는 자리였다. 그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고 강조했다. 

장윤석 원장은 “환경문제는 대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각 분야에서 오랜기간 연구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분야를 계속해 주시하고 있다. 현재 과학 수준에서 기후변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경 문제는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연구를 위해 변화된 과학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임 후 포부만 이야기하던 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게 된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는 환경문제와 정부기관의 한 사람으로 보는 환경 현안은 매우 달랐다. 그동안 정부 소속으로 국가 환경연구에 역할을 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978년 국립환경연구소로 출범했다. 이후 국내 유일의 종합 환경연구기관으로 국민의 행복과 환경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보건과 기후‧대기, 물과 자원‧에너지, 생활환경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환경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수립을 지원한다. 또, 환경현안에 관한 해결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관의 수장으로 임기 3년째를 맞은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과학자에서 정부기관장으로 변신해 누구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이에 본지는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과학원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장윤석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취임 후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처음 부임할 당시가 기억에 남는다. 지난 2018년 10월15일 취임했다. 일자를 기억하는 건 유난히 생일을 강조했던 부친의 영향이 크다.

2018년 연구년으로 미국에서 연구와 여러 가지 업무를 병행하던 중 과학원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10월14일 입국했는데 15일 취임식 이후 16일부터 종합 국정감사를 받게 됐다. 당시 환경부 장관은 공석으로 차관과 함께 배석해 국감을 치뤘다. 어렵고 당혹스러운 자리였지만 지나고 보니 의미있는 경험으로 회상된다.

Q. 과학적 이해 부족은 정책실패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

A. 과학적 이해의 부족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정책과 자주 총돌한다. 미세먼지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취임 후 청문회를 치른 뒤 숨 돌릴 틈 없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확산되면서 모든 사회적 이슈를 집어삼켰다. 미세먼지가 이슈화 되면서 언론에선 연일 정부 대응에 날을 세우고 여론을 형성했다.

하지만 2018년과 2019년의 미세먼지가 특별했던 점은 사회적 이슈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매년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과학원이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해도 미세먼지의 평균농도와 일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과학원은 그해 미세먼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과학적 데이터베이스를 새롭게 구축했다. 원장으로 처음 국가적 환경 재난에 관한 정책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했다. 원장 이전 과학자의 입장에서 과학과 상충하는 정책의 요소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했다.

정책과 과학의 융합은 항상 난해했다. 특히 미세먼지는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언론의 기사는 나날이 자극적으로 변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해결방안을 급히 마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과학자의 입장에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보다는 배출원 관리 등을 통한 지속적인 감축이 이행돼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일 높아지는 국민건강에 관한 경각심은 하루빨리 대안을 제안하지 못하면 ‘무능력’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면서 인공강우와 대형 공기청정기가 제안됐다. 두 가지 모두 과학적 근거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 여론에서 형성된 근거 없는 목소리는 결국 인공강우 실험으로 이어졌으며, 인공강우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여론의 믿음은 결국 막대한 예산을 들여 비 한 방울을 만드는 데 그치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또, 인공강우가 실패한 뒤 대형 공기청정기를 도심 곳곳에 설치해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이 진행되는 정책적 요구는 당연한 정책실패로 이어진다.

과학적 근거가 기반되지 않은 연구가 과연 국민의 실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정부기관의 막중한 책임을 안고 몇 번이고 고심했지만, 결국 위에서 결정된 사안에 소속기관의 입장으로 반대할 수 없는 처지였다.

과학과 정책 그리고 이과와 문과의 대립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해결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책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소통과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Q. 지난 2019년 일부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는데

A. 미세먼지는 대기환경을 보는 시각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세먼지의 발생을 면밀하게 따져 본다면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먼지가 50%, 고농도 미세먼지는 최대 80%까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당시 미세먼지의 원인을 국내로 국한하면서 여러 가지 정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됐다. 특히, 환경부는 국내 저감(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정책적 의지를 보였다. 예년과 비교해 수치적으로 최대 30% 이상 감축된 결과를 얻었으며, 대대적인 저감 효과를 보였다며 언론에 소개됐다.

환경부가 결과를 발표한 그해 우연하게도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가 매우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해외 미세먼지 반입을 제외한 다른 계산 방법을 적용해 저감된 효과만 놓고 본다면 국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은 성공적이었다.

미세먼지 저감은 우리의 힘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분야다. 지금은 ESG 등 국제적 추세가 화석연료의 사용을 어렵게 하면서 친환경을 위해 거의 모든 국가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생산시설이 많은 중국도 피해갈 수 없는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면서 국내 미세먼지 문제는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주변국을 중심으로 화석연료 등 대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다시 시작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받게 된다.


미세먼지 ‘대기 환경’ 차원에서 연구돼야 

논문 등 실적 연구 통한 환경부 정책 지원이 과학원 역할

AI 기반 시스템 구축하고 빅데이터 활용 시급


Q.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고 관심도 낮아지면서 더 이상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A. 미세먼지가 소강상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정책이 주효하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가 노력한 것 이상으로 주변국도 함께 노력한 결과다.

대기 환경은 기준점을 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대기 환경은 ‘효과가 있다, 없다’ 측면에서 성공과 실패를 구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통해 연구가 이뤄지면서 그 결과가 명확한 효과로 입증돼야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분석을 병행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미세먼지가 단일 문제로 더 이상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개선과 별개로 묻혀버린 이슈가 정치적으로, 또 시민의식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과학원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조직을 재편하고 정비하면서 많은 인력을 보충했다. 미세먼지에 집중하면서 과학원 내에서 가장 큰 조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미세먼지에 국한된 연구를 넘어서야 한다. 탄소중립, 물, 자원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복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미세먼지는 단발적 이슈로 그치는 것이 아닌 ‘대기 환경’으로 편입돼 보다 큰 틀에서 연구와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Q. 환경부와 과학원의 역할 분담이 불분명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국립환경과학원은 새로운 원장이 취임할 때마다 과학원의 기조도 함께 변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국가 환경정책 연구인지, 환경부의 지원인지 논의로 나눠진다. 최근 자체 워크숍을 진행하면서도 이러한 토의가 계속됐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결국 논문 등 실질적인 연구를 통해 환경부를 지원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환경부 정책의 책임있는 지원을 목적으로 과학원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책 지원과 연구가 병행하면서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으려하는 경향은 과학원 외부조직의 확대로 이어진다.

용역과제를 과다하게 수용하면서 외부전문가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과학원 자체의 직접적인 연구와 고민이 아닌 외부전문가의 관리를 통한 경영방식은 과학원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고민은 역대 장관들과 원장들이 개혁과제로 삼고 해결하려 했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원의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Q. 과학원이 발전된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변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과학원장으로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가장 아쉬운 점은 장기 연구가 병행되지 못하는 구조적 시스템의 한계다. 취임 이후 이를 개선하고자 각 부서별 인원을 선별해 중요한 환경연구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과학원의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진행이 어려웠다. 환경문제는 대부분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문제에 대응해야 보다 효과적인 해결이 가능해진다.

특히, 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의 주요 키워드로 기후변화, 위해성, 신종물질 분야를 지금보다 더욱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문제로 거스를 수 없는 당면과제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위해성은 모든 환경 분야에 존재하지만 심도있게 연구되지 않고 있다. 신종물질도 마찬가지다. 중금속, 다이옥신 등 법정 물질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신종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끝으로 AI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과학원은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책을 서재에 많이 꽂아두고 읽지 않는 모습과 같다.

AI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기후변화, 신종물질, 위해성 등 환경 문제에 보다 발 빠른 대응을 가능케 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김봉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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