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과 학대 논란···동물원 안전한 거주지 역할 가능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이준우 학생기자 = 오래전부터 동물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인간들의 오락과 볼거리를 위해 동물들을 강제로 잡아넣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야생에서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 야생동물들에게 안전한 집과 먹을 것을 주는 동물들에게도 유익한 시설이라는 의견 역시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의 의견이 맞는 것일까.

어느 한 쪽이 전적으로 옳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각자의 진영에서 주장하는 의견과 그에 따른 이상적인 동물원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열악한 사육환경 그리고 정형행동, 죽음의 교도소 동물원

2015년 국정감사 정책 자료수집에 따르면 2010년부터 6년 동안 전국 10개 동물원에서 사망한 동물의 수는 약 1067마리다. 동물원에서 동물이 사망하는 경우 이유는 다양하다.

수명이 다해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열악한 사육환경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한다. 국내에서 사망한 동물 중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동물은 2018년 사망한 북극곰 통키다.

통키의 사망원인은 고령으로 인한 자연사다. 인간으로 치면 약 80세 정도의 나이에 사망한 것인데 이전부터 매우 열악한 사육환경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북극곰은 상당히 넓은 생활반경을 가지는 데 동물원 우리는 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또한 북극과 달리 우리나라의 여름은 거의 40℃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북극곰이 살기에는 너무 덥다. 통키는 생전에 정형행동을 자주 보였다고 한다.

정형행동이란 사육 형태의 동물들에게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같은 자리를 배회하거나 과도한 수면, 자해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동물의 습성에 맞는 필요요소를 충족하지 않거나 부적합한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

정형행동은 통키에게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통키가 살았던 동물원은 에버랜드로 국내 최고 수준의 동물원이다. 국내의 다른 영세 동물원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좁은 사육장과 콘크리트 바닥과 벽면에 둘러싸여 폐사할 때까지 평생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동물들을 미치게 하고 폐사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현실들을 본다면 동물원은 ‘죽음의 교도소‘가 맞는 듯 보인다. 인간들의 이익을 위해 동물들의 자유를 빼앗고 감금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동물원은 동물의 생존권 보장, 해답은 폐지 아닌 개선

동물들이 야생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주장은 바로 동물들의 자유다. 드넓은 들판을 뛰어 다니며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을 보고 시멘트가 아닌 흙바닥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 역시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모든 동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유지와 종족번식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모든 동물들은 매순간 위험에 노출된다. 1년 365일, 24시간 내내 항상 천적으로부터 위험에 시달리고 기후나 자연재해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사람이다.

보르네오 섬 북부 말레이시아령 사바주(州)에서 10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천산갑(Pangolin, 穿山甲)은 이제는 흔한 동물이 아니다.

연간 1만 마리 이상이 불법으로 포획되고 도살되어 해외로 팔려나간다. 주로 중국 등에서 정력과 관절염에 치료 효과가 좋다는 소문에 밀수된다. 코끼리의 상아는 밀렵꾼의 주된 포획 대상이다. 밀렵꾼들은 코끼리를 포획한 후 상아만 도려내고 버려둔다.

심지어 그들은 코끼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상아를 자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최근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들이 종종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호랑이, 표범, 사슴, 맷돼지, 곰 등 너무나도 많은 야생동물들이 밀렵에 의해 사망하고 멸종 위기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동물의 생존권을 놓고 봤을 때, 동물원이 자연보다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동물원에서는 전문가들의 보살핌 속에서 종족번식이 가능하다. 자연에서 새끼들은 가장 약한 존재다. 모든 포식자들이 노리는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다.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먹잇감이 아닌 모두가 보호하고 사랑해주는 대상이 된다. 자연보다 훨씬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봤을 때, 동물원은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헝가리의 동물원 ‘Budapest Zoo & Botanical Garden‘에서 찍은 Mouflon(야생 양, 무플론양)이다.  /사진=이준우 학생기자
헝가리의 동물원 ‘Budapest Zoo & Botanical Garden‘에서 찍은 Mouflon(야생 양, 무플론양)이다. /사진=이준우 학생기자

뒤의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제 Mouflon이 사는 환경처럼 풀과 나무, 바위를 조성하고 유리 칸막이로 막아두지도 않았다. 이 Mouflon은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정형행동을 보이지도 않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동물원(Parc Zoològic de Barcelona)에서 찍은 공작새 /사진=이준우 학생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동물원(Parc Zoològic de Barcelona)에서 찍은 공작새 /사진=이준우 학생기자

동물원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찍었다. 한 마디로 공작새가 동물원의 내부와 외부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이다. 폐장시간이 되자 직원들은 공작을 데리러 왔고 공작은 유유히 다시 동물원으로 들어갔다.

만약 공작이 동물원이 싫어 도망쳐 나온 것이라면 다시 들어갔을까. 실제로 동물원 내부를 보면 공작새는 동물원 곳곳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결국 동물원에 대한 해답은 폐지가 아닌 동물사육환경의 개선이다. 외국의 동물원을 다니면서 찾아낸 국내의 동물원에 필요한 사육환경의 개선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맞춤 서식지를 제공하여 동물들마다 각 습성에 맞는 사육환경을 구축한다.

앞서 언급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Budapest Zoo & Botanical Garden의 경우, 열대우림관, 파충류관, 아프리카관 등 각 지역에서 온 동물들의 서식지에 맞춰 알맞은 사육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동물사육사나 수의사의 채용을 늘려 동물별 전담 인원을 늘린다.

적은 수의 인원으로 근무하게 되면 각각의 동물들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동물원이 사육환경, 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따라서 보조금을 주고 사용내역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여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쓰이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동물원과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 모두 최대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가 도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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