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해 인정하고 창의적 기술·전략·정책 서둘러야

일본이 물에 잠겼다. 기록적 폭우가 이어지면서 산사태와 하천범람도 계속됐고 앞으로도 많은 비가 예상돼 재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가현 우레시노시의 경우 나흘 정도의 기간 동안 강수량은 1024㎜에 달했는데 이는 8월 한 달 평균량의 약 네 배 가까운 양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수준으로 비가 내린 것이다.

이 일대 야메시, 사가시 지역에서도 약 3일간 500㎜ 넘는 비가 내렸다. 더 심각한 것은 오는 20일까지 일본 열도 부근에 강우전선이 정체하면서 일본 전국에 더 많은 비를 뿌릴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15개 자치단체에서 산사태 등 토사재해 수십 건이 확인됐고, 36개 하천에서는 제방 붕괴나 강물 범람, 철도와 도로 유실 등의 피해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용수로에 빠진 70대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산사태로 덮인 주택에서도 3명이 심정지 상태로 확인됐다. 일본정부는 위험하다고 느끼면 즉시 피난하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일본은 기후위기로 인해 도쿄올림픽 기간엔 폭염, 이번엔 태풍과 폭우로 엄청난 고통과 인명 피해를 겪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천재지변을 겪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지만, 어쨌든 폭우가 조속히 멈추고 회복이 당겨지길 기대한다. 우리는 어떨까.

전문가들이 우려했지만 다행히 올해 아직까지는 별다른 재해와 피해는 없었고, 이렇게 무사히 다음 계절로 넘어가길 기대한다.

기후변화를 넘어 이미 기후위기시대에 살고 있다는 표현들이 공식화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재해가 어느 정도까지 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인해 시작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흡수하는 ‘완화’와 영향을 인정하고 함께 사는 ‘적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완화의 경우 전 세계가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각국 상황에 맞는 실천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배출된 탄소로 인한 피해까지 없앨 순 없다.

그렇다면 적응은 잘 되고 있을까. 적응은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사회·경제·환경 등 측면에서 발생 가능한 영향을 예측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후변화, 기후위기 적응을 위해 가능한 영향을 설정하려면 상식과 과학을 뛰어 넘는 수준의 재해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 먼저다.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맞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사고, 창의적인 기술·전략·정책이 필요하다. 가장 지역적인 곳에서부터 시작해 광역, 국가 차원의 적응계획을 만들어 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국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직을 정비하고, 법을 만든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느리고, 답답하다.

내년 대선을 두고 후보들은 얼마나 진정성 있는 ‘기후위기 공약’을 내걸지 의문이다. 당장 급한 코로나, 부동산, 일자리 등 민생현안들을 뚫고 제대로 눈길을 끌 수 있을까.

다들 목소리는 높이는데 정작 위기를 인정하고 실천하려는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누구라도 먼저 공감하고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 부치길 기대한다.

지금 당장 할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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