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보물의 디지털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기후위기로 맞은 에너지전환 시대,

전기·수소차 대중화 이전 과도기, 바이오연료가 대안될 수도

선거공보물 발송을 줄이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가운데), 환경위원회 위원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준석 위원(왼쪽)과 대담 중인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 /사진=박선영 기자
선거공보물 발송을 줄이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가운데), 환경위원회 위원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준석 위원(왼쪽)과 대담 중인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우리 시대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당의 강령과 정책을 구현한다.”

지난해 2월 창당한 시대전환의 당헌 제2조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21대)은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국제개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에서 국제 경제개발 전문가로 2016년까지 활동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기후위기, 세계 경제의 전환기를 극복할 인재로 조정훈 의원이 각광받는 이유다.

지난 7월 초 시대전환은 제1회 정책경연을 열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책은, ‘선거공보물 및 현수막 등 선거폐기물 최소화 및 온라인제공의무에 관한 방안’이다. 조정훈 의원은 자원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공보물의 디지털화’를 제안했다. 후보자 선거공보와 정보공개 자료의 작성 및 발송을 인쇄물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홍보물로 사용된 종이는 총 1만3820톤에 달한다. /사진제공=녹색연합
지난해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홍보물로 사용된 종이는 총 1만3820톤에 달한다. /사진제공=녹색연합

 

 

30년 된 나무, 23만5000여 그루

단 한 번의 선거를 위해 이들이 희생된다.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의 이 자료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 선거에 종이 공보물이 꼭 필요할까? 대안이 없을까? 지난해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소비된 종이는 총 1만3820톤에 달한다. 선거벽보 64만 부, 선거공보물 4억5000만 부, 투표용지를 찍어내기 위해 30년의 세월을 보낸 23만5000여 그루의 나무가 찍혀 나간다.

9월 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시대전환 소속 두 사람을 만났다. 조정훈 의원 그리고 환경위원회 이준석 위원이다. 이준석 위원이 코로나19 시대 환경위기를 목격한 증언자라면, 조정훈 의원은 목격자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여 대안을 찾는 조력자다.

조정훈 의원은 ‘정훈 님’, 이준석 위원은 ‘준석 님’으로 칭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 가볍고 밝은 분위기와 달리, 내용은 무겁고 심각했다.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대전환의 깊은 고민과 대안을 찾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Q. 이준석 위원(이하 이)은 선거공보물의 디지털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한 당사자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나

A. (이)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가 국내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고, 특히 요식업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요식업 종사자로서 현장에서 목격한 변화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플라스틱 용기 등 일회용품 사용의 증가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데, 배달 폭증과 위생 강박증이다.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환경오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히 환경위기를 불러오는 다른 원인들에도 시선이 갔다. 그것이 선거철이면 받아보는 공보물이었다. 비싼 종이, 컬러 인쇄, 중복 발송되기도 하는 선거공보물이 결국 폐기물이 되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

인터넷으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서민들은 상상하기 힘든 돈을 들여 인쇄물로 배포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선거공보물 최소화 방안을 제안하게 했다. 이번 시대전환의 정책 발의로 재활용 없이 대부분 소각되는 선거공보물을 최소화하고, ‘종이 없는 선거’로 가는 현실적인 대안이 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요식업 종사자 이준석 위원이 현장에서 느낀 환경위기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조정훈 의원(이하 조)이 의원실에 도착했다. 조 의원은 인간과 생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가 이 시대에 해야 할 일에 대해 기술한 토마스 베리의 저서 ‘지구의 꿈’ 이야기로 인사를 대신했다. ’지구의 꿈’ 내용을 놓고 토론하던 중에 환경일보 인터뷰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는 조 의원은 전날에도 기후환경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고 말했다.

Q. 기후위기 대응은 시대전환의 당면과제 중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나

A. (조) 코로나19 시국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지구환경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치인과 대통령의 업(業)은 오늘 먹고 사는 문제에 미래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기후환경 문제를 놓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당 이름이 시대전환이다. 일개 정당이 시대를 전환한다는 것은 상상의 영역이지만, 시대는 이미 전환되고 있다. 창당하며 내세웠던 뜻은 전환의 때를 맞은 100여 년 전 정치인들의 오판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기후위기로 찾아온 전환의 시기에 시대전환은 미래를 바라보고 정책을 만드는 정당이 될 것이다. 시대전환에는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정책위원회가 20개가 있다. 그중 환경위원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Q. 8월31일 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됐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전문가들이 권고한 저감 수준에는 못 미쳐 아쉽다. 에너지전환 시대에 추가로 필요한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

A. (조) 기후위기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고민과 대응을 미룰 수 있는 시기가 이미 지났음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의식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은 현실을 뒤따라가기에도 바쁘다. 당장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 수소차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전기, 수소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기, 수소 중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차량 에너지로 사용하게 될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수소 에너지는 찬성하면서도, 수소 배터리공장을 우리 마을에 짓는다면 반대할 것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언젠가는 논쟁 끝에 정책이 현실에 구현될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내연기관 사용을 정지하고, 모두 걸어 다닐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기에 자동차 연료에 바이오메스(식물·미생물·효소)를 섞어 에너지화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은 자동차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의 90%는 주차 상태다. 차 총량이 내려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탄소중립 실현에 가속을 붙이는 아이디어로 바이오메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속에는 규제와 인센티브가 동시에 필요하다. 5G가 상용화된 지금도 2G를 끝까지 쓰겠다고 소송을 거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내연기관 차량 퇴출이 개인의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지도 큰 논쟁거리다.

A. (이) 지구 온도 상승과 우리 삶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쉬운 언어로 정부와 언론에서 꾸준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생활에서 기후위기를 실감해야 한다. 그래야 일상에서 기후위기를 막는 작은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

Q.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당 차원에서의 도전 과제라면

A. (조) 이 땅에서 신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오래 살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신세대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현실에 가까워질 것이다. 사실 지금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은 낭비하는 시간 없이 시민들의 현실에서 바로 작동 가능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시대전환이 이루려는 정치의 본질이다. 정치인뿐 아니라 누구나 좋은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시대전환 환경위원회 역할은 그런 차원에서 더욱 중요하다.

조정훈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은 낭비하는 시간 없이 시민들의 현실에서 바로 작동 가능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이것이 시대전환이 이루려는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은 낭비하는 시간 없이 시민들의 현실에서 바로 작동 가능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이것이 시대전환이 이루려는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Q. 코로나19 장기화 속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시대전환의 역할은

A. (조) 시대전환은 분기별로 정책 경연을 연다. 20개 위원회에서 내부 조율을 해 1~2개씩 아이디어를 내놓고 전 당원이 투표한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책은 입법조사처와의 협의 후 법안으로 만들어져 무조건 발의한다. 따라서 시대전환은 시민들이 현재 필요한 정책을 신속하게 발의할 수 있다. 시대전환은 공보물의 디지털화를 통해 생활 속에서 녹색 정책을 실천하려 한다.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도 있었지만 녹색 정부도 필요하지 않을까? 대선 때마다 유력 후보들은 선거 공보물로 100억 이상 쓰고 있다. 공보물의 디지털화라는 실천이 녹색 정부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A. (이) 생활 속에서 작은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겠다. 건물 로비에 비치된 우산 비닐,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에 로고를 넣은 종이로 하는 홍보물을 대체할 방안, 배달과 함께 폭증한 플라스틱 용기를 줄일 정책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겠다.

지면에는 담을 수 없지만 조 의원의 전화 벨소리는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울렸다. 인터뷰는 의원실이 가장 바쁜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진행됐다. 조 의원에 따르면, 의원실의 1일 방문객은 평균 50여 명이다. ‘아이템 선정을 조율하고 있어 아직은 시대전환의 자세한 국감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조 의원의 당부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거침없이 국감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조 의원의 대답은, 한 달 뒤 열릴 국감에서 시대전환의 활약을 기대하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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